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지금까지 <셔터 아일랜드>, <디파티드>, <에비에이터>, <갱스 오브 뉴욕>의 4편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왔는데 때문에 디카프리오는 스콜세지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두 사람이 죽이 잘 맞는다는 말이면서 스콜세지 감독의 표현 의도를 디카프리오가 잘 살려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구요. 그리고 올해 두 사람이 오랜만에 함께한 다섯번째 작품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가 찾아왔습니다.

'조던 벨포트'의 자전적 소설 '월가의 늑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영화

< ▲ 우측 하단의 인물이 '월가의 늑대'로 불렸던 조던 벨포트 입니다 >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조던 벨포트'라는 실화인물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인데 우선 조던 벨포트가 누구냐하면 그는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억만장자가 되었던 월 스트리트의 증권 브로커로 자신이 만든 투자회사 '스크래튼 오크먼트'를 통해 1990년대 초반 월가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벌었던 돈이었던만큼 온갖 향락을 통해 흥청망청 쓰기도 했었는데 결국 불법자금 도피 및 금융시장 질서 교란의 혐의로 구속되었었죠. 영화는 바로 이 조던 벨포트가 쓴 자전적 소설 '월가의 늑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때문에 조던 벨포트 본인이 영화의 화자이기도 했습니다. 마치 지난 날을 회상하며 이야기 해주듯이 말이죠.

'사건'이 아닌 조던 벨포트라는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 ▲ 조던에게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을 전수해줬던 마크, 짧지만 강한 존재감을 보여줬었던 매튜 맥커니히 >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작품은 <캐치 미 이프유 캔>처럼 초대형 사기극이라는 사건에 포커스를 맞추는 영화가 아닐까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영화는 사건에 대한 묘사와 언급은 최소화하고 '조던 벨포트'라는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더군요. 돈을 벌기위해 무작정 월 스트리트로 향했던 조던 벨포트 앞에 펼쳐진 세상은 총성없는 전쟁터에 약육강식의 방식이 지배하는 정글과 다름없었는데 그곳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게 된 조던은 거기에 '명석한 두뇌'라는 자신만의 무기를 결합하여 주체할 수 없을만큼 많은 돈을 쓸어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돈을 만지게 되기 전까지는 "고객에게 돈을 벌게 해주면 서로 이익 아닌가요"라고 말하는 약간의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듯한 그였지만 역시 돈이라는 것은 사람을 변화시키기 마련이었죠.

약탈적 자본주의에 대한 날선 비판을 가미한 스콜세지 감독

< ▲ 마치 사이비 종교의 교주와 신도의 모습과도 같았던 조던과 그 휘하의 직원들 >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러닝타임 3시간의 영화이지만 영화의 많은 시간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면서 온갖 향락에 빠져드는 조던과 그의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할애합니다. 거의 모든 대화에 'Fucking'이 붙어있는 온갖 음담패설과 마약과 섹스의 향연, 도대체 이 사람들이 일을 할 시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복되어서 표현되는 그런 장면들은 지독하게 느껴질 정도인데 스콜세지 감독은 이런 그들과 비교되는 장면들 - 1만 달러를 위해 직원들 앞에서 삭발하는 여직원, 돈 때문에 기꺼이 놀이감이 되었던 난쟁이 서커스 단원 등 - 을 통해 약탈적 자본주의에 대해 매서운 비판을 가하고 동시에 그럼에도 돈이란 곧 '종교'와도 같은 것임을 이야기 하고도 있었습니다. 다만 그 종교가 올바른 믿음의 종교가 될지, 광적인 사이비 종교가 될지는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었는데 이 영화의 경우는 후자였습니다. 직원들 앞에서 열변을 토하던 조던의 모습은 사이비 교주와도 같았고 그의 말에 열광하던 직원들은 그런 교주를 믿고 따르는 신도들과 다름 없었으니까요.

정말 약을 하고 연기한 것이 아닌지? 디카프리오의 대단히 놀라운 연기

< ▲ 떠오르는 여배우 '마고 로비'의 활약도 기대하시길 ! >

하지만 그처럼 탄탄하게 구축해놓았던 '조던 벨포트 왕국'과 돈으로 맺어진 사랑과 우정 모두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한낱 허상임을 이야기하고도 있었는데 이처럼 날카롭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스콜세지 감독은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통해 겉보기엔 정당해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현대 자본주의의 본 모습을 까발리고 있었습니다. 비록 그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거부감을 느끼실만한 분들도 분명 있어 보였지만 말이죠.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호연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지 않을까 싶은데 정말 '약'을 하고 연기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느껴지기도 했던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미쳐 날뛰는 한마리 야수를 보는 것도 같을만큼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올해 골든 글러브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있던데 이번에는 기대해봐도 될 것인지 !

누구나 다 취향에 맞을 것 같지는 않았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 ▲ 마틴 스콜세지 감독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조합, 역시 그 결과물이 괜찮네요 >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무려 3시간이면서 지독한 향락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때문에 상당히 수위 높은 노출신이 자주 등장하고 온갖 음담패설 역시 버무러지기 때문에 꽤나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 영화였고 누구나 다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매서운 비판 의식을 견지하면서도 유쾌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이 영화가 저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었는데 역시 디카프리오와 스콜세지 감독의 조합은 실망시키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