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충무로에 20대 여배우가 기근이라고 하죠. 지금의 30대 여배우들이 20대였을때 보여줬던만큼의 포스와 티켓파워를 보여주는 여배우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구요. 그런 충무로에 <수상한 그녀>의 주연배우 '심은경'은 빛과 소금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예고편에서 보여줬던 심은경의 모습만으로도 큰 웃음 빵빵 터지게 해주면서 기대하게 만들었던 영화 <수상한 그녀>를 시사회를 통해 먼저 보고 왔습니다. (개봉 : 1월 22일)

'심은경'이 귀엽고 능청스럽게 만들어낸 캐릭터 '오두리'의 힘 !

< ▲ 겉은 20대, 속은 70대 ! 겉과 속이 다른 '오두리'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해낸 심은경 >

<불신지옥>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심은경은 <써니>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켜줬었고 짧지만 좋은 인상을 남겼던 <광해>이후 오랜만에 주연으로 돌아왔는데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심은경의 연기는 상당히 매력있고 재밌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70대 할머니의 느낌을 표현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인데도 심은경은 능청스럽고 맛깔나게 그 느낌과 대사들을 표현하고 '오드리 헵번'의 스타일까지 제대로 소화해내면서 '겉과 속이 다른'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했으니까요. 덕분에 그녀가 연기한 '오두리'의 등장 이후로 한동안은 오두리가 입을 열때마다 웃음이 터질정도로 재밌었습니다. 이 캐릭터의 힘이 영화 중반까지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기도 했었구요. 

50년의 시간을 거슬러 다시 꽃다웠던 20대 처녀로 돌아간 오말숙 할머니

< ▲ 심은경이 처음 등장한 이 장면부터 웃음 빵빵터졌었던 ! >

좋았던 순간은 다 지나가고 이제 남은 것이라곤 '자식 자랑'밖에 없었던 오말숙 할머니. 하지만 자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며느리와 그런 엄마를 보면서 걱정하는 손녀는 할머니를 요양원으로 보내자고 하고 아들 역시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동의하는 눈치입니다. 세상 무엇보다도 아꼈던 아들의 결정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긍할 수 밖에 없었던 오말숙 할머니는 그렇게 조금씩 삶의 끝자락을 향해 가게 되고 영정사진을 미리 찍어두기 위해 길에서 우연히 보게 된 '청춘 사진관'이라는 곳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오말숙 할머니는 사진을 촬영한 뒤 50년의 시간을 거슬러 다시 꽃다웠던 20대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처럼 이야기의 큰 틀은 작년에 봤던 <까밀 리와인드>와 살짝 닮아있더군요. 하지만 <까밀 리와인드>가 잔잔한 드라마 형식의 영화였다면 <수상한 그녀>는 유쾌한 코미디가 주를 이루고 있었던 영화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있어서는 분명 차이가 있었습니다.

우리의 어머니와 할머니 역시 아름다운 청춘을 지나온 한 명의 '여인'임을..

< ▲ 홀몸으로 아들을 키우기 위해 자신의 청춘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오말숙 할머니 >

그렇게 다시 한번 '청춘'을 만끽하게 된 오말숙 할머니 아니 오두리 덕분에 많이 웃으면서 볼 수 있었던 영화 <수상한 그녀>. 하지만 그 웃음 속에서 영화는 우리의 어머니, 더 나아가 우리의 할머니 역시 아름다운 청춘을 만끽했던 한명의 '여인'이었음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젊음은 피었다지는 꽃처럼 필연적으로 저물게 되어있고 누구나 다 늙어감을 막을 수 없는 것인데 그 세월 속에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변해버린 어머니들 역시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했던 꽃다운 청춘을 가진 여자였었지만 어머니가 된 이상 그런 여자로서의 감정이 아닌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많은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도 있었습니다. 하나의 가족이 완성되기 위해선 우리의 어머니와 할머니의 희생이 있었음을 넌지시 이야기하고도 있었던 것이죠. 누가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닌 지극히 가족을 위하는 마음에서 스스로 결정했던 고귀한 희생... 그때문인지 극중에서 오두리가 불렀던 '하얀나비'가 더더욱 구슬프게 들리는 것 같았고 그 노래의 가사가 영화의 이야기를 요약해놓은 것처럼 들리기도 했었습니다.

캐릭터의 매력이 많이 휘발된 중후반부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아쉬움

< ▲ 매력적이고 재밌는 캐릭터였지만 캐릭터의 힘만으론 영화를 끝까지 이끌어 갈 수는 없는 법 >

이처럼 영화의 이야기가 좋았고 그런 이야기를 풀어가는 '오두리' 캐릭터 역시 재밌었던지라 '이 영화 대박이다'라고 생각됐던 <수상한 그녀>, 하지만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얼굴이 아플만큼 많이 웃게 만들었던 오두리 캐릭터의 매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휘발될 수 밖에 없는 것이었으므로 그 이후로는 '캐릭터'가 아닌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었지만 후반부의 이야기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죠. '빗물', '나성에 가면', '하얀나비'와 같은 노래들은 정말 좋았었지만 아이돌 'B1A4'의 멤버가 출연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후반부 '밴드'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던 이야기는 조금씩 늘어진다는 것을 느꼈고 그 때문에 러닝타임 2시간이 넘어버린 영화는 조금 길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밴드가 불렀던 마지막 노래에서는 갑자기 '아이돌'로 변해버렸던 오두리의 모습이 조금 당황스러우면서 그동안 구축해놓은 오두리 캐릭터와는 조금 괴리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었구요.

명절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극장을 찾기에 어울리는 영화 <수상한 그녀 >

< ▲ 진짜 할아버지와 손녀뻘이 아닐까 싶은 두 사람의 커플(?) 연기도 재밌었습니다 >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음에도 <수상한 그녀>는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여자만을 바라봤던 지고지순한 남자 '박씨'(박인환)와 '오말숙 할머니'(나문희)가 살짝 보여줬던 '노년의 로맨스'를 비롯해서 오두리 주위의 많은 캐릭터들 역시 깨알같은 재미를 안겨줬었구요. 그리고 앞에서도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영화의 최대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오두리' 캐릭터를 심은경이 무척이나 훌륭하게 소화해내면서 많은 웃음을 안겨줬기 때문에 가볍게 웃으면서 보기에 딱 어울리는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 특히 설날을 앞두고 개봉하는 이 영화는 명절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극장을 찾기에도 어울리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큰 반전(?)이 있으니 기대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