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해서 현재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용의자>를 뒤늦게(?) 찾아 봤습니다. 이번 작품 역시 근래에 많이 등장하고 있는 '북한 특수요원'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에 소재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피로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었고 그때문에 우려스럽기도 했는데 과연 이번 작품은 '특별한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이제는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전직 북한 특수요원'이라는 주인공의 신분을 어떻게 활용하고 풀어냈을까요?
'용의자' 지동철의 누명을 벗겨내기 위해 필요하긴 했지만 다소 과했던 이야기들
< ▲ 바다를 건너는 순간 모두가 적이 되었던 '황해'의 구남처럼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쫓기게 되는 '지동철' >
이 영화 관련 정보를 처음 봤을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러닝타임'이었습니다. 액션 영화의 러닝타임이 두시간을 훌쩍 넘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고 가끔 보게 되는 긴 러닝타임의 작품은 늘어진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 했기 때문인데 다행히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진 않았었습니다. 오히려 러닝타임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영화속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혼재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들이 '용의자' 지동철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내기 위해 필요한 설정들이긴 했지만 다소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었던 영화의 흐름은 살짝 아쉬움이 있더군요. 지동철에게 초점을 더 맞추면서 이야기를 조금은 간결하게 풀어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리고 그 많은 이야기들이 한 점으로 모였던 후반부의 클라이막스는 다소 서두른다는 느낌도 들었었습니다.
아저씨, 본 시리즈, 황해 등등이 생각나기도 했던 영화의 이야기
< ▲ 원래 이렇게 주인공은 모든 총알을 피해가게 되있습니다 >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예전에 봤었던 몇몇 영화의 느낌이 나기도 했었습니다. 가족을 죽인 범인을 향한 불타는 복수심과 독고다이 액션은 <테이큰>이나 <아저씨>와 같은 작품들이 살짝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천하무적' 강력했던 지동철의 모습은 역시 '액션의 바이블' <본 시리즈>와 더 많이 닮아있었고 극중 조성하씨의 이미지와 모든 사람에게 쫓겨야 했던 지동철의 모습에서는 <황해>가 생각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제외한 다른 몇몇 설정들과 장면 장면들의 경우에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약점을 메우고도 남는 충분한 강점, 그것은 바로 '액션'
< ▲ 역시 박희순씨는 이런 캐릭터가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
하지만 그럼에도 전 이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었는데 이런 약점들을 커버하는 강점이 워낙 큰 것이었기 때문이죠. 그것은 바로 다름아닌 액션입니다. 러시아 무술 '시스테마'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지동철의 맨몸 액션은 '본'에 필적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호쾌하고 박진감 넘쳤고 대형 컨테이너까지 엎어버렸던 <황해>못지 않을만큼 스케일 크게, 그리고 길게 이어지던 영화속 카체이싱은 백미였었습니다. 특히 메이킹 영상을 보면 대역이 아닌 공유 자신이 직접 소화한 장면들이 많던데 그때문에 더 사실감 넘치는 액션이 그려지지 않았나 싶더군요. 개인적으로 우리 액션 영화 가운데 최고는 <아저씨>를 꼽고 있지만 이 영화 역시 액션만큼은 <아저씨>에 필적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죠.
수고 많이 했을 것 같은 배우들, '삼천포' 싸움 잘하네 !
< ▲ 요즘 대세 삼천포, 영화에선 삼천포와 전혀 다른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
이토록 강렬했던 '지동철'의 액션 연기를 소화해낸 공유는 정말 고생 많이 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고 그의 투혼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지동철의 곁에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유다인씨 역시 매력적이었구요. 또한 작품에서 오랜만에 봤던 박희순씨가 연기한 '민세훈 대령'은 역시 이런 스타일의 연기가 가장 잘 어울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자기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었고 그 민세훈 대령 곁에서 깨알같은 웃음을 책임졌던 부하 캐릭터도 재밌더군요. 그런데 김성균씨가 연기했던 '리광조'는 결코 웃긴 캐릭터가 아니었지만 김성균씨가 등장하는 순간 많은 분들이 웃음을 터트리시던데 역시 <응답하라 1994>의 '삼천포' 이미지가 상당히 강하긴 강한 것이겠죠 ? 이처럼 <용의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그런 아쉬움을 희석시켜줬던 박진감 넘치는 볼거리와 매력적인 배우들 덕분에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