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인디언들이 백인 여성들을 신부로 요구한 적이 있었단다. 다만 책의 이야기와는 달리 그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에 이 소설의 전체 내용은 허구이다. 허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어쩜 이렇게 생생하게 이야기를 써냈는지.. 주인공 메이 도드가 쓴 일기 형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일기 형식이면서도 이야기는 참 매끄럽다. 이야기를 읽으며 점점 사라져가는 소수민족들이 생각이 났다. 인디언들도 그렇고.. 그들의 문화가 미개하다고만 여길 것이 아닌데.. 그건 그들의 고유 문화이고 역사적으로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아무튼, 인디언들의 슬픈 역사가 책 속에서도 드러나 결국 비극이 되지만, 진행되는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다.
"천 명의 백인 처녀와 천 마리의 말을 교환해 백인과 인디언 사회의 영구 평화를 도모하자!"는 인디언들의 조금은 어처구니없는 제안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인디언 사회는 모계사회기 때문에 백인 여성들이 낳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백인 사회로 편입해 두 민족이 하나로 이어져 평화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인디언들의 바램이었다. 자신들이 살 아갈 땅이 백인들의 문명화와 그들의 신무기들로 줄어들어가는 것을 보며 인디언의 절멸을 막을 방법으로 샤이엔 족의 대족장 리틀 울프가 나선 것이다. 기나긴 부족 회의 끝에 리틀 울프는 부족 대표단을 이끌고 백악관으로 향하고, 미국 제18대 대통령 그랜트에게 ‘천 명의 백인 신부와 천 마리의 말을 교환해 백인과 인디언 사회의 영구 평화를 이루자’고 제안한다. 백인 사회는 인디언들의 제안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여론은 미개인들의 담대한 요구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런데.. 인디언들의 제안이 각 미디어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지원하는 여자들의 편지가 속속 도착한다. 이런 사태를 본 백악관에서도 나쁜 제안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무리가 따르는 학살보다는 좀 더 원만한 인디언 처리가 가능하다고 계산하고 은밀히 백인 신부들을 인디언 캠프로 보내는 계획, 즉 ‘인디언 신부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자원자들만으로는 천명을 채울 수 없기에 부족한 인원은 교도소나 정신병원에서 자유를 약속하는 조건으로 인원을 채우기로 한다. 여자들은 2년만 인디언과 살면 이혼이 가능하고, 그들에게 아이를 한명만 나아줘도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는 정부의 약속을 듣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여자들이 비밀리에 인디언들에게 보내진다.
집안과 격이 맞지 않는 낮은 수준의 남자와 결혼도 하지 않은채 아이 둘을 낳고 살았다는 이유로 도덕성 상실이라는 병명이 붙여진채 가족에 의해 정신병원에 감금되어야 했던 메이 도드. 그녀는 찾아온 자유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비록 그 길이 지옥이 될지도 모르는 길일지언정.. 메이를 포함한 47명의 여자들을 실은 기차가 출발을 한다. 군대의 호송을 받으며.. 그렇게 인디언들의 구역을 향하는 도중 메이와 대위 존 버크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불꽃같은 열정.. 약혼자가 있는 존 버크 대위와 인디언과 결혼하기 위한 길을 가고 있는 메이. 두 사람은 거의 막바지에 다가와서야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단 한번... 사랑을 나누게 된다. 존 버크는 그녀에게 다시 돌아가기를 권하지만 메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즉시 다시 정신병원에 감금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거절한다.
드디어 인디언들이 그녀들을 마중나오고.. 각자 인디언들의 선택에 의해 짝이 지어진다. 메이는 그들의 족장인 리틀 울프의 선택을 받게 된다. 각자의 남편을 따라 인디언 부족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 여자들은 도착하자마자 천막촌 안팍으로 허드렛일을 해야했다. 대부분의 일은 여자들이 하는 것 같았고, 남자들은 사냥과 부족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듯 보였다. 메이의 경우, 이미 두 아내가 있는 족장의 천막 안에서 함께 생활을 해야했고, 그 불편함과 어색함에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어했지만,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둘만의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후.. 어느 정도 적응을 하게 된다. 그렇게 모두들 인디언 아낙으로의 삶을 적응하는 사이 하나둘씩 임신을 하게 되고, 다양한 사건을 넘기면서 조금씩 인디언 사회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메이를 실어온 기차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백인 신부들이 도착하지 않자 인디언 사회에서 동요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한다. 존 버크가 보낸 사람을 통해 메이는 인디언들의 땅에서 금맥이 발견되었고 곧 백인들이 들이닥칠 거라는 소식과 함께 그곳을 벗어나라는 얘기를 전해듣게 된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인디언 부족의 불행. 걷잡을 수 없는 불행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메이는 꿋꿋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오전에 아무 생각없이 펼쳤다가 휘리릭~ 금새 읽었다. 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실질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게 천만다행...;; 하지만 한편으로는.. 실제로 이들이 백인 신부를 맞이했고, 그녀들에 의해 '미개하다'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좀더 발전한 문화를 이루었다면.. 그랬다면 또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물론.. 그건 인디언들이 백인들에 의해 습격을 당하지 않았고, 그들의 땅도 건재하다는 조건이 성사되어야겠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