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개인의 취향은 TV 드라마 '개인의 취향'을 연극으로 새롭게 각색해 공연하는 연극이다. 작업의 정석2를 제작했던 제작진이 만든 연극이라 혹시나 작업의 정석2에 나왔던 배우들이 출연하는지에 대해 궁금했다. 일부러, 찾아 볼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왕이면 이미 친숙하고 마음에 들었던 배우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게되었다.

초반에 출연하는 배우들중에 멀티녀로 나오는 유민정이 작업의 정석2에서도 멀티녀와 같은 역할로 나왔던 배우라서 아주 아주 친근감을 갖고 봤다. 조금 아쉬운 것은 작업의 정석2에 비해서 개인의 취향에서는 나오는 장면이 다소 적었다는 것과 역할이 버러이어티한 점이 좀 떨어졌다는 것이다. 훨씬 더 많은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배우인데 배우의 재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아쉬웠다.

워낙에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지만 이번 '개인의 취향'에서는 극의 흐름상 어쩔 수 없이 역할이 몇 개로 제한되어 있고 자신의 끼를 좀 더 펼칠 수 있는 역할이 한정되어 있어 충분히 관객들에게 어필 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TV 드라마에서도 조연으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에게 중요한 점 중에 하나가 목소리이다. 목소리가 좋은 배우는 몸으로 하는 연기가 좀 부족해도 목소리로 많은 부분이 커버될 수 있다. 김효준 배우같은 경우 꽤 젊어 보였는데 목소리가 좋아 초반에 등장할 때 부터 호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주인공 역할에 어울리는 목소리라 듣자마자 주인공이라 생각이 될 정도로 말이다. 아쉬운 점은 좋은 목소리에 비해 약간 발성이 안 좋다는 점 정도이다.

여주인공의 김자애씨같은 경우는 솔직히 처음 등장하고 한 동안은 역할이 좀 밋밋해 보이고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개인의 매력이 넘친다. 뒤로 갈수록 귀여움과 극의 전개를 잘 이끌어 가서 '개인의 취향'에 중심을 잘 잡아 준다는 느낌이다. 역할이 통통뛰지만 오히려 극에서 주인공다운 묵직한 힘을 보여준다.

멀티남 전지욱같은 경우에는 멀티남은 극의 윤활유와 같은 역할이라 등장할 때 마다 사람들로 하여금 기대를 갖게 만들고 어떤 상황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상황을 장악할 것인지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극 초반에는 아마도 억지로 참으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존재감을 알아채지 못하게 한 후에 점점 자신의 존재감을 들어내서 관객들로 하여금 가장 많은 호웅을 이끌어냈다.

TV 드라마 개인의 취향같은 경우에 채널을 돌리다가 어쩌다 10분 정도 잠깐 본 것이 전부라서 뜨문 뜨문 내용을 인지하고 있을 뿐이지 전체적인 내용이 어떠한 지는 잘 몰랐다. 남자 주인공이 가짜로 게이역할을 한다는 것과 남녀주인공이 함께 동거(??)를 한다는 것, 건축가인 남자 주인공이 작품 제출하는데 당시 미술관장인 류승룡이 게이였다는 점만 알고 있었다.

사실, 이러한 점도 연극을 보면서 얼핏 얼핏 기억이 났다. 이러한 내용을 사람들이 알고 본다는 전제하에 제작진은 연극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연극 자체를 놓고 볼 때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어차피, 작품성으로 승부할 수 있는 연극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연극이다.

이왕이면, 좀 더 재미있는 장면이나 상황이 많았으면 아쉬움은 있지만 대 놓고 웃기는 연극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볼 때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장면 전환상황에서 좀 더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괜한 생각은 해 봤다. 암전 상태가 좀 길어서 늘어진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극의 중간에 정말로 뜬금없이 관객 중에 한 명을 무대로 등장시켜 배우와 함께 자연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는데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묘한 기대와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대본에는 없는 살아있는 즉흥연기를 할 수 있고 어떤 관객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나누냐에 따라 더 재미있을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데 실제로 볼 때 많은 관객들이 살아 있는 장면에 다들 같이 호흡하고 웃으면서 상황을 즐길 수 있었다.

극의 뒤로 갈수록 게이라는 상황에 따른 재미있는 요소를 넣어 즐겁게 볼 수 있었는데 과연 어떤 식으로 극을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해 궁금했는데 마지막이 다소 밋밋했다. 극이 끝났다는 생각이 완벽하게 들지 않는데 배우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서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임팩트가 그런 점에서는 심심하지 않았나 한다. 주인공들이 보다 흥미롭거나 재미있는 상황을 통해 관객들이 '이제 끝났구나~~'라고 알 수 있게 해주었으면 했다.

나같은 경우 서서히 뒤로 갈수로 웃으면서 봤는데 같인 본 지인은 처음부터 웃으면서 본 것을 보면 로맨틱 코메디 연극으로 어떤 연극을 볼 것인지 고민하는 연인이라면 큰 고민없이 볼 수 있는 연극으로 보인다. 비록, 관객석이 만석은 아니였지만 상당히 많은 분들이 관람을 하는 것으로 봐서 대학로에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연극으로 소문이 난 듯 하다.

특히, 작업의 정석시리즈를 이미 제작한 제작진이 만든 연극으로 한 분야의 연극을 시종일관 만들어 연극을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 연극도 보던 사람들이 주로 본다는 측면에서 볼 때 - 믿고 볼 수 있는 제작진이 되기를 기원한다. 2편의 연극을 봤는데 최소한 보는데 있어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주는 제작진과 배우들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