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독자를 뒤로 넘어지게 할만큼 재밌고, 유익하고, 공감가는 자기 계발서 한 권을 읽었다. 저자는 저명 강사로 가끔 TV에 나오시는 분이다. MBC 희망특강 <파랑새>의 강사, 김미경의 책 <언니의 독설>이다. 표지가 이렇게 독특한 책은 처음이다. 아이들 동화책을 연상시킬 정도다. 짙은 표지 색감은 2,30대 여성의 취향을 닮았을까? 1권은 빨간색, 2권은 파란색, 양장본이다. 표지 자체가 독자에게 묻고 있다. 직장 생활 힘들지? 언니가 빨간약 줄까? 파란약 줄까?
TV 강연을 책으로 옮겨 놓은 듯한 문체로 잘 읽힌다. 책은 5가지 주제로 흐른다. Dream, Work, Love, Family, Money ! 2,30대 여성들의 일과 가정, 꿈과 미래에 관한 모든걸 담아 냈다. 저자의 강연은 가끔 들어본적이 있는데, 책을 읽는건 처음이다. <언니의 독설>은 남자들이 먼저 읽기엔 아까운 책이다. 책은 여성 직장인을 위해 맞춤식 강의처럼 셋팅돼 있다. 만약 이 책을 수중에 넣었다면, 지금 곁의 여자 동료에게 양보하라. 어쩌면 남자인 당신의 직장생활이 더 편해질 수도 있다. 언니의 `독설'은 좀체 직장 생활에 개념과 의욕과 의지를 상실하고 살아가는 여성 직장인을 향한 프로페셔날 선배의 따뜻한 `조언' 이자 야멸찬 `훈수'다.
지금 여성동료 직장인의 심리와 생활을 이해하고 싶다면, 남자인 당신이 먼저 읽어봐도 괜찮다. 읽으면서 포복절도할지도 모른다. 우리 직장 생활의 속살과 심리와 실제를 놀랍도록 해부했고, 잘 분석했다. 오랜 경험으로 다져진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문장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여자들의 심리, 애로사항이 쫘악 파악된다. 만약 당신이 상사라면 더욱 그렇다. 남자, 여자 모두를 아우러야 하는 것이 당신의 임무일테니까.
자기계발서는 역시 직장인들이 보약처럼 가끔 읽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간간히 읽는 책들에서 직장생활의 노하우와 지혜를 얻는다. 특히 강의 경력만 20년을 넘어가는 베테랑 강사요, 많은 직장인들을 만나고 CEO들을 만난 경력이 있는 저자의 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책의 제목처럼 1,2 권 내내, 김미경은 당신에게 독설을 내뱉는다. 그것도 무지 친한척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밉지가 않다. 남자나 여자나 이 베테랑 직업인의 프로정신에서 빨아들일게 많다. 그녀는 단단한 프로의식으로 무장한 직업 세계의 훌륭한 멘토다.
"20대 때 나는 티코였어. 몸은 20대인데 성능은 티코인 거야. 그 나이 때는 터보 엔진 단 사람이 드물잖아. 그런데 어떤 20대들은 체력도 티코야. 50대 임원이랑 똑같이 술 먹었는데 다음 날 머리 깨진다고 조퇴해. 50대 임원은 생생하게 살아 있는데 말이지. 물론 어떤 50대들은 나이가 50인데도 여전히 티코야. 대부분 그런 분들은 집에 계셔. 아무도 안 써주니까. " <언니의 독설 1>, 김미경 P.43
직장 생활 대충 하고 싶은 독자가 읽으면 염장 지르는 소리 뿐이다. 내 직장생활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아주 아프게 콕콕 찔러대니 양심이 안 아플 수 없다. 극단적으로 저자는 CEO를 가르치는 CEO다보니, 보는 관점이 다층적이다. 때로 하는 소리가 언니가 아니라 꼬장꼬장한 CEO 같다. 하지만, 남자들의 편견과 구조적 악조건 속에서 멋지게 커리어 우먼으로 환생하고 싶다면 그 방법론에 귀기울여볼만 하다. 이미 그는 무명 강사에서 최고의 명강사로, 경력 빵빵한 커리어우먼으로, CEO로 성장했다. 그것도 맨손으로 출발해서 말이다.그의 비결은 뭘까?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여자들이 직장을 내일 그만둘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니까 한발은 직장에 한발은 집에 걸쳐 놓는다. 한마디로 양다리다. 그러니 적극적일 수가 없다. 그건 여자들의 특수성이 아닌가? 직장에서 매진할 수 있는 조건과 인식에서 자유로운 남자들에 비하면 직장여성들은 챙길게 많다. 일, 집, 출산, 육아, 가정사, 시부모...! 그러니, 30대에 결혼하고 집으로 곧장 직행하는 분들이 많고, 그걸 하나의 정규 코스로 여기며 직장 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니 전문인으로서 커리어가 붙겠냐는 거다. 커리어가 붙으려면 최소 직장생활 10년에 자기계발 1만 시간이 필요하다. 그간 여성들은 여기까지 오지 않고, 중도 하차했다. 왜 ! 일보다 가정이 우선이니까. 저자는 이 편견과 고정관념을 이 책에서 뿌리째 뜯어고치려 한다.
낮에 회사일은 함께 하고 밤에 회식은 안 따라가면 남자들은 여자직원을 알바생으로 생각한단다. 이 독설을 듣고 앞으로 회식 빠지겠나? 회식자리는 아픔을 쓰다듬는 자리, 낮에 까고 밤에 치유하는 자리. 맞다. 아, 이 촌철살인이라니. 신입 직원들 뜨끔한 소리도 있다. 회사가 니들 엄마냐? 왜 용돈 주면서 가르쳐야 되냐고? 그렇다. 신입직원은 어리버리하지. 걔는 회사가 돈주고 가르쳐 일시켜야 하는 존재다. 월급줘가면서 갈쳐주니 직장이 얼마나 좋은 곳인가? 직장을 학교로 생각하고 신입직원이라면 평생직업학교 1학년에 입교했다고 생각하란다. 인생은 길다. 그렇게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니다보면 그때 커리어가 붙는다. 가끔 직장이 돈벌면서 배우는 곳이란 생각이 들긴 하더라.
"왜냐하면 `직장이 학교다'라고 인정해주는 나이가 30대 초반까지야. 그 다음부터는 살벌해지거든. 네 능력을 보여봐. 아니면 너는 소용없는 인간, 그렇게 되거든. 그러니까 신입사원 때가 우리에게는 기회지. `열심히 배우라'고 5년은 기다려준단 말이야. 그걸 충분히 활용해야 돼. 그래서 직장 생활 초기 5년 안에 얘가 제대로 된 직업인이 될지 안 될지 싹수가 갈리는 거야." <언니의 독설 1>, 김미경 P.145
1부에서 다연발 독설로 개념없는 직장생활을 낱낱이 해체시키더니, 2권에선 돈과 결혼에 관한 여자들의 고정관념에 시비를 건다. 남자들이 읽기에 따라 참 흐뭇한 장이다. "너는 5,000만원 있으면서 왜 남자는 5억원 있어야 되는데?" 드라마에선 삼순이 같은 얘들이 현빈같은 재벌 2세 만나 결혼도 잘하는데 나는 왜 찌질하게 시작해야 되는데? 꿈깨란다. 현빈은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고? 그래 얼마나 현실적이냐? 남자를 고를 땐 헐값에 사서 금값으로 키우라고? 현빈처럼 멋있고 돈많은 남자보단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나의 성실한 남편이 될 남자를 골라 결혼하라고 주문한다. 섹시함, 나쁜남자? 섹시한 남자는 밖에서도 섹시하려드니 문제고 나쁜 남자는 실제로 생활이 나쁘단다.
경제관념으로 넘어가보자. 저자는 돈에 히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날 갑자기 횡재한 돈이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돈은 히스토리가 있는 돈이 아니다. 역사가 없다는 거지. 역사가 없다는건 족보가 없다는 거고, 그건 내께 아니란 거다. 그러니 쉽게 써버리게 된다. 적은 돈이라도 매달 꾸준히 저축하고, 힘들게 직장생활하며 커리어를 쌓아 만든 돈이 역사가 있는 돈, 진짜 돈이란다. 그건 똑같은 돈이지만 돈 안에 경험과 실력과 노력과 땀이 들어 있다는게 차이다. 돈에 비례해 한 인간에게도 돈만큼의 내공이 쌓여 있다는 얘기다. 그때 받는 연봉은 언제든 재생산이 가능한 돈이다. 돈에 히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그런 돈이 진짜라는 저자의 주장은 탁월한 비유이자 훌륭한 철학이다.
지금은 최고의 명강사요, CEO로 명사가 되었지만 저자도 무일푼에서 오늘의 커리어를 이루었다는 걸 명심하자. 충북 증평의 촌 동네, 사업 실패한 아버지를 대신해 리리 양장점을 운영한 어머니는 평생 돈 앞에서 당당했고, 여자로서 집안 생계를 도맡았다. 그런데, 엄마는 왜 자신이 돈을 벌어야 하는지 불평하지 않았다. 남자는 일, 여자는 가정이란 고정관념을 파괴했다. 평생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일을 사랑했고 삶에 떳떳했다. 그런 엄마 아래서 교육받고 자라난 딸답게, 김미경은 여성이란 태생적 운명과 차별이란 후생적 악조건을 딛고, 당당히 프로페셔날로 우뚝섰다. 어찌 배울점이 없겠는가?
이 책은, 여성 직업인의 멋있고 당찬 삶에 관한 3시간짜리 특강에 비견될 만하다. 주요 대기업 임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놀랍도록 적다.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와 차별이 엄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2,30대 여성직업인들의 마인드에 먼저 문제를 제기 한다. 차별은 여성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고정관념, 게으름, 편견, 소극성을 격파하는데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당신의 동료가 지금 어떤 곤궁과 악조건을 딛고 직장에 나와 앉아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서로를 알지 못하면 직장내에서 협업은 불가능하고, 좋은 성과를 끌어낼 수도 없다.
김미경은 성공한 커리어우먼으로서 수많은 직업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 여자로서 모든 장벽을 넘고, 그 장벽을 넘을 때마다 하나의 깨달음을 건졌을 것이다. 그간의 모든 깨달음과 진실을 이 책에 담아낸 듯 하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니 여름휴가에 읽으며 심기일전[心機一轉] 하기 좋은 책이다. 촌철살인의 비유가 넘치며 흥미롭지만 영영가 높은 조언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아 내는 것은 보통의 내공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만큼 노력하며 길을 개척해 왔다는 것이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 그리고 오랜 투자로 빈손에서 최고의 커리어우먼으로 우뚝 선 리리 양장점집 언니가 독설을 내뱉는다. 재밌고 유익한 `독설'이다.
"생각을 왜 직장 그만두고 하니? 네가 일하는 그 현장에서 해야지. 왜 책을 꼭 바닷가에서 읽어? 지하철에서 졸음 쫓아가면서 읽어야 지식이 되는 거지. 1년 동안 책 한 권도 안 읽던 애가 가방에 20권씩 넣어가지고 여름 휴가 가잖아? 걔는 거기서도 책 못 읽어. 사람은 자기 한테 익숙한 일을 하게 돼 있어. 어제 했던 그대로 휴대폰으로 문자 보내고 있지 절대 책 안 읽는다는 거야. 어제 뛰던 힘으로 오늘을 뛰는 거야. 직장 생활에서도 도약하려면 계속 뛰어야 해. 그럼 생각은 언제 하냐고? 생각은 뛰다 멈춰서 하는 게 아냐. 뛰면서 틈틈이 하는거지" <언니의 독설 1>, 김미경 P.1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