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론 레인저'의 감독과 제작진이 캐리비안의 해적을 만들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보기 직전에 팜플랫을 통해 캐리비안의 해적의 감독이라는 것을 알았고 영화 상영이 끝난 후에 자막에서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걸 알게 되었다. 제작진과 감독에 추가로 배우까지 볼 때 최소한 평균은 하는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런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도 영화를 보는 내내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캐리비안의 해적의 서부판이라는 것을 말이다. 웃음코드와 내용전개가 너무 닮아있다. 이미 익숙하고 친근한 캐릭터와 내러티브를 갖고 재탕을 했다는 욕을 해도 전혀 상관이 없을 듯 하다. 또한, 감독이나 제작진이나 조니뎁도 이 점에 대해 기분나뻐하지 않고 흔쾌히 동의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재탕이 아니라 얼마나 창조적으로 재미있고 만들었냐의 여부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고 현대 문학작품과 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세익스피어의 거의 모든 작품들도 순수하게 창작한 것이 아니라 이미 여기 저기에서 조금씩 알려진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볼 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보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론 레인저'는 재미있다. 익숙한 코드를 갖고 심지어 캐릭터를 연기한 조니뎁은 해적에서 인디언으로 변경이 되었을 뿐 캐러비안의 해적에서 나온 바로 그 조니댑이다. 또한, 이 영화를 보고나서 느끼는 것은 새로운 시리즈의 탄생예감이였다. 어느 정도 성공을 하느냐의 여부가 달려있겠지만 아마도 속편이 나오지 않을까 예측한다.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는 여자 주인공의 상당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론 레인저에서는 나이틀리의 역할을 어딘지 모르게 어리숙한 - 목소리는 햄릿을 연기하는 듯하다 - 론 레인저로 대체했을 뿐이다. 두 명의 콤비가 얼마나 조화를 잘 이루느냐가 콤비 영화의 핵심인데 두 명의 배우가 이뤄내는 하모니가 볼 만하다. 전적으로 조니 뎁의 몫이기는 하지만.

영화는 실 생활이 아니다. 공상 과학영화로 도저히 지금으로써는 생각할 수 없는 내용이 화면으로 나오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현실과 상상의 세계의 영역이 사라졌다. 실 생활과 똑같지만 몇 몇 점들만 판타지적인 요소를 넣어 극의 흐름과 긴장을 더욱 크게 해 주는 영화나 드라마들이 많아지고 있고 보는 사람들도 이제는 영화라는 장르가 그렇다는 인식으로 봐서 그런지 다들 재미있게 본다.

'론 레인저'도 마찬가지로 분명히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판타지적인 요소가 섞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너무 뜬금없어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무엇인가 마법적인 일들이 벌어졌을 것이라 예상을 하면서 보게 된다. '론 레인저'는 대 놓고 판타지를 보여주지 않지만 판타지적인 요소를 감미해서 의문을 전부 해소하면서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재미있게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무섭다고 외치던 막내도 시작할 때 울면서 나갔다 다시 들어와 볼 때는 점점 귀에서 손을 내려 즐겁게 볼 뿐만 아니라 웃으면서 봤다. 4살짜리가 웃으면서 봤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보편 타당한 내용을 통해 사람들이 웃었다는 뜻이 된다. 

'론 레인저'와 같은 영화에서는 내용에 대해 따지고 줄거리에 대해 따지고 이것 저것 따지면서 볼 것이 아니라 모든 마음을 릴렉스한 후에 편안하게 언제든지 웃을 수 있다는 마음을 먹고 보는 영화이다. 킬링타임용 영화중에서도 다양한 요소가 적절하게 섞여 보는 영화다. 조니뎁의 연기는 찰리채플린의 현대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거의 대사도 없이 순간 순간 툭 내뱁는 대사와 말투와 행동으로 웃음을 제공한다.

많은 영화가 격전을 벌이는 여름 영화시장에서 블럭버스터 영화로 상영되는 '론 레인저'는 의외로 국내 상영관에서 많은 상영관에서 틀어주고 있지 않지만 입소문에 의해 상영관을 늘려가면서 사람들로부터 선택을 받지 않을까 한다. 우리 온 가족이 즐겁고 재미있게 봤다. 어른인 나도, 4살짜리 아이도, 초등학생들도.

온 가족이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망설이고 애매하다면 '론 레인저'를 권하고 싶다. 아이들은 애니매이션을 보고 싶다고 하지만 싫은 어른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영화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