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과 이토록 잘 어울리는 책 제목이 있을까? ficciones
여담을 하나 소개하자면, 블로그 아이디를 책 제목과 같게 스페인어 ficciones 로
하고자 했으나, 이미 어느 분께서 선점해 놓은터라 아쉬움을 삼키고, 라틴어인 fictio(픽티오)로
하려 하였으나, 이 역시 생각이 깊으신 어느 블로거 분께서 선점해 놓은 터라,
오늘의 아이디를 가지게 되었다.
오늘은 뻘글은 생략하고 바로 책 이야기를 해야겠다.
우선 작가 이름은 호르헤 프란시스코 이시도로 루이스 보르헤스
(서양은 뼈대 있는 집 안 일수록 이름이 길다.우리로 치자면,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박삭 정도 되는 이름이다)
아르헨티나 출생이며, 소설가이며, 시인이자, 평론가이자,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이자, 대학교수이기도 했다.
책을 너무 많이 읽어, 시력마저 상실한 전설적인 독서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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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들>이라는 이 작품은 그의 작품 가운데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수작이다.
20세기를 아울러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20세기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영국 <더 선>誌가 밀레니엄 특집으로 조사한 지난 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위에 뽑혔으며,
옥스포드 대학 논문 인용 횟수 역대 1위의 작품이다. 참고로 2위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며,
3위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다. 아프리카 콩고 공화국의 자일레 대학에서는 졸업전에
이 책에 대한 논문을 의무적으로 한 편씩 써내야한다고 한다. 영국 문인협회가 선정한 지난 천 년
최고의 책에서는 아쉽게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3표차로 밀려 2위에 머문 작품이기도 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 공산주의 혁명가 마오쩌둥은 대장정을 통해 중국 농촌지역과 산악지대 전역을 돌아다니는 동안,
전우들의 살은 찢겨 나가고, 패색의 그림자가 휘몰아치는 가운데서도, 이 책을 읽으며,
혁명완수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선포일(1949. 10. 1)에 그의 왼손에는
이 책이 들려 있었다.
이 뿐일까?
같은 나라 출신인 축구신동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의 텔레비토 방송국의 인기프로그램인
도나테르파르파에 출연해 자신의 형이상학적 드리블은 이 책을 통해 개발하게 되었음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
리오넬 메시는 그의 생애 세 번째 발롱도르를 받고 난 후, 스페인의 일간스포지인
델 라구다(Del Laguda) 스포르티보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에는 세 명의 성인(聖人)이 있다. 마라도나와 체 게바라, 그리고 보르헤스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명박 전직 대통령은 94년 2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존경하는 작가를 보르헤스로 꼽기도 했다.
보르헤스 역시 살아생전 책을 통한 다양한 간접경험으로 안 해 본게 없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가카 역시 그러한 보르헤스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인간은 정신(뇌)이다. 정신은 도서관이다.
지금껏 존재했거나, 또한 앞으로 존재할 모든 지식이 있는 곳을
바벨의 도서관이라 하자. 그곳에는 무한에 가까운 지식이 있다.
무한하나 유한성을 지닌다.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지식.
그게 어느 서가에 어떤 책장 몇 번째 열에 꽂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건 분명 여러분의 정신(바벨의 도서관)에 존재한다.
따라서 그 책을 찾아 내는 게 인생에서의 유일한 목표가 되어야하며,
그것이 바로 生의 번뇌에서 벗어나는 해방구이자, 진리의 길이다.
- 본문 中 -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며 나타난, 추상주의 미학의 白眉. 포스트 모더니즘의 아버지.
그는 바로 보르헤스였다.
흔히 소설가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반영하거나, 아니면 작가가 살고 있는 시대정신(세계)을 반영한다.
보르헤스가 살던 때의 아르헨티나는 당시 세계 경제규모 5위에 들만큼 풍족했으며,
부에노스 아이레스는1913년에 이미 뉴욕과 함께 지하철이 다니는 국제도시가 되어 있었다.
이런 시대를 살았던 그였기에,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풍요를 함께 누릴 때였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문인들의 처절하고 우울했던 문학풍토와는 그 거리감이 꽤나 느껴질 법도 하다.
그는 드물게도, 작가 자신의 내면세계와 물질세계, 그리고 추상적 형이상의 세계를 교차시키며
작품을 전개해 나갔다. 당시로서는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기법이었으며,
미술(행위예술)로 치자면, 낸시 랭의 어깨에 걸린 고양이만큼이나 충격적인 시도였다.
책 대부분의 내용은 작가의 경험과 상상, 추상적 이미지의 기호화로 가득 채워져 있다.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그 호흡조차 따라가기 힘들만큼 어렵고 난해하다.
처음 읽었을 땐, 뭐 이런 뻘글이 다 있지?!?란 생각이 들었으나,
나이를 먹고, 두 번 세 번 읽으니, 그 참 맛이 느껴진다.
꼭, 읽어보라. 특히 <바벨의 도서관>편은...
가끔은 이 세상이 실로 존재하는 세계인가?를 의심해보기도 한다.
뇌가 만들어 낸 환상이거나, 매트릭스 속의 허구적 세상은 아닐까?
르네 데카르트 역시 이 세상이 픽션이 아닐까?라는 끊임없는 의심(방법적 회의) 끝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명제를 논픽션으로 이끌어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픽션들>이하의 글은 내가 생각하는 동물임을 증명하는 것이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구라친다."라는 자기고백의 과정이었다.
<픽션들>이하의 글에서 이 글은 픽션(고도의 뻘글)으로 접어들었다.
더 이상 산으로 가기 전에 글을 닫는다.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오늘이 만우절이니... (fin)
※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겨털의 미학(탕웨이를 중심으로 한 대륙의 겨털로드) - 김무모 著
1日1TB - 김본좌 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