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허구다. 허구는 상상력이다.
이 때문에 소설에 대해서는 혹평을 남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건 마치 여섯 살 난 아이에게 "네 상상력은 잘못된 거야."
라고 말하는 나쁜 어른이 되는 것과 다름 없다.
상상에는 자유가 있고, 이 자유로운 상상력을 긍정하기에
모든 소설을 좋아한다. 또한 모든 소설가들을 존경한다.
허구는 저잣거리 말로 구라다(GURADA).
따라서, 훌륭한 소설가는 뛰어난 구라쟁이가 되어야 한다.
이름만 놓고 보자면, 개그맨 김구라는
이미 도스토예프스키나 괴테와 같은 대문호의 반열에 올랐다.
서두에 이런 말을 하는 건, 이 책에 대한 악평을 하자는 게
아니고, 그저 읽고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 하기 위함이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말해, 동양의 <다빈치 코드>같은 책이다.
<다빈치 코드>의 재미는 기독교 사상에 근간을 둔, 정말 그럴 듯한 짜깁기와
누구나 한 번쯤 접해봤을 법한 음모론에 있다.
그 음모론도 기독교 사상에서는 가장 금기시 돼 오던,
예수의 씨(種)에 대한 이야기. <다빈치 코드>에서예수는 성경에 나오던 창부인
막달아 마리아와 결혼(?) 해 자식을 낳았다. 그 후손이 현재에도 살고 있고,
오랜 세월 동안 몇몇 사람들만이 아는 비밀수호대가 조직되었다.
게다가 성서의 해석과정에서 발전한 기호학(움베르토 에코가 이미 사용한)과 모노그램 등을 이용,
읽는 이로 하여금 추리와 상상의 재미에 푹 빠지게 해 주었다.
이 소설은 노자의 유일한 저작으로 알려진 <도덕경>을 둘러싼, 해석에 대한 추리소설이다.
노자의 도덕경 해석에 근접했던 인물들이 비운의 운명을 맞이하게 되고, 재화라는 인물이 등장해
이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재화 자신 역시 노자사상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알 수 없는 세력의
정체와 맞닥뜨리게 된다는 내용이다. 글이 절정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내용이 자꾸만 산으로 가는 것 같기도 하고, 난데 없이 등장하는 모종의 세계권력기관.
이야기의 소재에 비해 그 스케일이 너무 크고, 이 스케일을 설명하자니, 지면이 부족했던 것일까.
이 글을 쓴 작가는 전업 소설가가 아닌, 노자사상 연구가이다.
자신이 연구한 사상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 소설이라는 작법을 도입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소설치고는 그 구성이나 전개에서 부족한 점이 많이 보여 아쉬웠다.
무엇보다 추리소설의 생명력이랄 수 있는 쫄깃한 필연성이 부족해 아쉬웠다.
진리(眞理)를 추구하는 학자에게, 뛰어난 구라쟁이(소설가)가 돼 달라고 하는 건 애당초 너무 무리한
요구임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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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다면, 어땠을까?
<도덕경> 자체가, 실제 노자가 썼는지 알 수 없고,
다만 그 기록을 사마천의 <사기> 열전편에 나오는 노자한비열전에서 찾을 수 있다.
도덕경 또한 그가 직접 썼는지 알 수 없고, 구전에 의해 그가 말한 걸 누군가가 썼다는 설이 유력하다.
중국 역사에서 노자라는 인물처럼 생몰연대가 불분명하고, 행적 또한 묘연한
신비주의적 인물은 없다.
기왕 산으로 가는 거, 실은 노자는 부처(석가)의 다른 이름이고,
부처(BC563년경~BC483년경)와 노자가 생몰연대와 활동시기가 비슷하니 이를 짜맞추어,
부처가 고통의 바다(苦海)를 건너, 중국으로 건너가, 관할 동사무소에 중국명 노자(老子)로 개명신청하고
천하를 주유하며, 불법을 설파하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과 만나 사상논쟁(드립배틀)을 펼치고.
부처가 "사성제의 고집멸도"를 설파하며 공자를 설득하니,
공자가 "내 삶도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알겠느냐"며 맞드립치고,
다시 부처가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물(物) 자체는 실체가 없다고 드립치니.
공자(BC 551 ~ BC 479)가 이에 큰 감화를 받아 이 말씀을 도(道)로 여겨,
"아침에 도를 들으니,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朝聞道 夕死可矣)"
고 말하는 훈훈한 마무리로 끝냈으면 어땠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