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마침, 정보수집과 분석에 탁월한 감을 가진 CIA 요원 ‘마야(제시카 차스테인)’가 작전에 투입되고 그녀는 순수한 열정과 원칙에 따라 작전에 임하지만, 매번 어떤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에 좌절한다. 어느 날, 진전되지 않는 상황 속에 유일한 단서를 발견하게 된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거래를 시도해보지만 그것은 테러리스트들의 함정. 자폭 테러로 인해 가장 친한 동료마저 잃게 된 마야는 극도의 슬픔에 빠지고 설상가상으로 그녀 역시 테러리스트의 제거 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라 암살 공격까지 받게 되는데…”

허트 로커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03652053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21897

한때는 엄청나게 제작되다가 이제는 좀 진정되어가고 있는 9.11과 이라크 전쟁에 관한 작품들 중 그나마 만족스러우면서도 인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허트 로커’는 그동안 지지부진하기만 했고, 엉망의 경력만 이어가고 있던 캐서린 비글로우가 새롭게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려해 주었고, ‘허트 로커’의 넓은 의미에서의 속편이라고 볼 수 있는 이번 ‘제로 다크 서티’는 그 성공의 밑바탕 속에서 좀 더 집중력을 보여주며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시켜놓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허트 로커’에 비해서 좀 더 만족스러운데,

평가하는 사람들에 따라서는 무척 날카롭게 반응할 수 있는 점들이 있기도 한 것 같다.

우선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는 것 같은데,

‘제로 다크 서티’에서 다뤄지고 있는 내용 중 고문에 대한 옹호에 관한 논쟁점에 대해서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제로 다크 서티’가 고문을 옹호하게 만드는 입장에 설 수 있다는 비판가들의 입장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것 자체도 현실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가감 없이 담아내려고 했다는 식의(정확한 발언을 찾아보기는... 귀찮다) 캐서린 비글로우의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캐서린 비글로우의 입장을 대변한다면 만약 고문 등의 과정을 제외시켜놓고 주인공 마야의 집착에 가까운 노력 덕분에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할 수 있었다는 식의 영웅주의 식의 이야기 구성이 되었다면(물론, 지금과 같은 결과물에서도 충분히 미국식 영웅주의가 얼핏 느껴지긴 한다) 그것도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점을 빼놓는다면 오히려 실제로 벌어졌던 일들을 왜곡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좀 더 복잡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이 다 그렇기는 하지만...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점들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고문에 대해서 머뭇거리고 뒷걸음질 하던 주인공 마야가 적극적인 모습까지는 아닐지라도 충분히 고려사항에 넣고 있으며 익숙하게 받아들이고-실행하고 있는 모습에서는(심지어 나중에는 고문을 요청하기도 한다) 분명하게 불편함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반대로 그것이 실제 현실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떠올린다면(온갖 근거들을 제시할 필요도 없이 장담한다면 현실은 그것보다 좀 더 심할 것이다) 그것 자체로 비판의 대상으로서 언급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 또한 인정해야만 할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비판도 옹호도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적극성과 설득력 그리고 흔히 말하는 납득할만한 이유를 얼마만큼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따라서 결론이 내려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본다면 개서린 비글로우가 좀 더 설득력 있는 영화적인 문법을 제시를 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만약 고문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선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그걸 만족스럽게 써내질 못했기 때문에 ‘제로 다크 서티’에서 고문과 관련된 비판에 대해서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크게 고려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고,

아무런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영화적인 완성도와는 별개로 고문과 관련된 논쟁은 분명 필요한 논쟁일 것이고 그런 의견들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이며 작품을 검토해야만 할 것 같다. 나처럼 아예 그런 점들을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들이라면 특히.

캐서린 비글로우의 작품들은 ‘허트 로커’ 이전에는 액션과 독특한 관계 설정 등 통해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모색했었다면 ‘허트 로커’부터는 그동안의 실패를 통해서인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 액션이 아닌 지금-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관련시켜 작품을 완성시키는 방법으로, 다시 말해서 현실에서의 정치적-사회적 상황과 결부시킨 작품을 완성시킨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레니 리펜슈탈의 ‘의지의 승리’를 비교하며 비판하듯 미국(만)의 정치적 입장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입장에서만 작품을 완성시켜내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적극적인 변명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물론, 소재 자체가 그런 입장에 서서 이끌어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그런 소재를 선택하는 것 자체도 일정하게 한쪽의 입장에 기울어 있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 별다른 옹호가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캐서린 비글로우는 괜찮은 감독이기는 하지만 빼어남이나 탁월함을 보여주진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허트 로커’를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무척 불만스럽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제로 다크 서티’는 반대로 큰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데(여러 비판들을 충분히 고려한다고 해도), ‘허트 로커’에서의 어정쩡한 입장이나 완성도에 비해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고 끝까지 긴장을 유지시켜나가고 있기 때문에 더 후한 평가가 가능한 것 같다.

고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며 솔직하고 노골적으로 시작하는 ‘제로 다크 서티’는 어떤 별도의 내용도 없이 오직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겠다는 다짐 속에서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무척 단순하고 건조한 느낌만이 감돌지만 반대로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어떤 식으로도 가볍게 다뤄질 수 없는 인물에 대한(결국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그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다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용이기 때문에 작품 자체가 이미 알고 있는 결말이면서도 지속적으로 긴장이 불어넣어지고 있으며 캐서린 비글로우가 만들어내는 긴장의 조성 또한 흠잡을 것 없이 빼어나기 때문에 무척 인상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임무와 직업

어쩌면 마야는 단순히 직업이기 때문에 오사마 빈 라덴을 쫓고 있었던 것이고, CIA 요원으로서 맡겨진 임무였을 뿐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더 이상 망가지는 것이 두려워 지쳐서 떠난 이들, 작전 중 죽은 이들을 생각하며 어떻게든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제거하겠다는 원한 속에서 임무에 임하고 있고 그 집착은 결국 그녀로서는 만족스러운 결말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게 전세계적인 안전을 이뤄냈다는 식의 평가는 말도 꺼내기 싫지만...

이야기 흐름은 무척 선명하지만 시간적인 연결이 짜임새 있게 진행되기 보다는 조금씩은 몇몇 덩어리로 나눠져 있고 듬성듬성 빈 여백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는 최선을 다해서 비어진 시간-내용들을 채워내고 있으며 지루하기도 하고 진전이 없는 오사마 빈 라덴을 찾아내는 과정을 건조함 속에서 긴장을 잃지 않으며 담아내고 있다.

그런 긴장의 유지와 함께 이야기 구조에서는 기존의 헐리우드의 전형적인 구조-구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개인과 집단-구조-세상과의 갈등이 함께 다뤄내고 있으며, 마야가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그것이 좀 더 성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질 여지를 만들어내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흥미로운 논의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마야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내용은 전혀 다뤄내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캐서린 비글로우는 ‘제로 다크 서티’를 그런 복잡한 논의로 이끌기 보다는 단지 오사마 빈 라덴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그리고 어떻게 제거하게 되는지에 관한 영화적인 재검토로서 만족하고 있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이 아쉬운 축소일지도 모르겠지만 반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허트 로커’와 같은 어정쩡함을 반복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차라리 더 좋은 결과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이 시작되면서 만들어내는 침묵을 통한 긴장의 조성과 유지는 그동안의 헐리우드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손에 꼽을 수 있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지만 한편으로는 오사마 빈 라덴을 죽이고 알-카에다를 붕괴시켰다고 이전과 같은 안전을 되찾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작품을 보면서 내놓게 되기도 한다.

과연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게 된 것인지, 이걸로 끝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좀 더 익명의 테러와 죽음 그리고 위협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게 된다.

이런 질문은 어떤 근본적인, 구조적인 문제제기로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단순히 오사마 빈 라덴을 죽여야 하는지 생포해야 하는지 그게 아니면 그냥 그대로 두었어야 하는지와 같은 논의와는 상관없이.

마야가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근본적인 해결을 주장하듯이 ‘제로 다크 서티’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오사마 빈 라덴을 처리했으니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는 식의 생각이야 말로 큰 착각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함께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인지도 모른다.

오사마 빈 라덴은 너무 화려하게-지독하게 그 시작을 알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의미에서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문제가 해결됨으로써 진정한 문제가 우리들에게 주어진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게 된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대로 지금과 같은 국제적인 정책들과 방향들이 이끌어져야 하는 것인가?

그게 아니면 좀 더 다른 방향을 찾아내야 하는 것인가?

아직은 이런 질문에 대한 어떤 대답도 나타나진 않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또다른 오사마 빈 라덴이 등장할 가능성은 너무 많다.

이런 생각들과 함께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것이 종료된 다음 마야가 비행기를 타며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면 그 의미가 불분명하기는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그 눈물은 긍정적인 의미로서 생각되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악어의 눈물이라는 식의 조롱을 던지기 보다는 단순히 그녀의 입장에서만 생각했을 때 그렇게 모든 것을 해냄으로써 과연 그녀가 얻어낸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녀의 모든 것을 걸고 사생활 적으로는 어떤 생활도 가능하지 않음으로써 얻어낸 오사만 빈 라덴의 제거가 그녀의 삶에 어떤 의미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결국에는 의문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얼마나 삶을 채워낼 수 있었고 행복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인가?

그냥 그것으로서도 충분히 좋은 것인가?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일을 찾아냈고, 첫 시작을 너무나도 멋지게 해냈다는 것으로 끝내면 되는 것인가?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오갔을 것이고 그로 인해서 흘렸을 눈물이기는 하겠지만 좀 더 다른 생각들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생각은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웠던 미국이 과연 그동안 그렇게 날뛰면서 제거한 위협으로 인해서 얻어낸 안정이 얼마나 정상적이고 제대로 된 안정인지에 대한 물음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작품의 내용만을 다룬다면 건조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이야기 진행과 마지막에 가서는 최대한으로 긴장을 조율해내고 폭발시키는 능력을 발휘하는 작전 수행의 과정을 담아내는 장면까지 빼어남으로 가득하기는 하지만 이 작품에 향하는 비판의 칼날이 아무래도 쉽게 막아낼 수 없는 날선 비판들이라 조금이라도 평가를 미루고 싶은 마음도 들게 된다.

아무래도... 흡족한 평가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꽤 괜찮은 작품이고 인상적인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