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에 걸쳐 로저(유덕화)네 집안일을 하며 살아온 아타오(엽덕한). 꽤나 성공한 영화제작자인 로저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모두 이민을 가고, 중국전역으로 출장이 잦은 로저만을 돌보고 있던 아타오는 갑작스레 중풍으로 쓰러지고 만다. 자기 몸조차 추스르기 힘들어지자 로저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요양병원 행을 자처한다. 그곳에서 여러 사연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지며 이 새로운 ‘가족’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타오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으며 그녀를 돌보는 로저는 자신에게 타오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깨닫게 된다. 하지만 점점 타오의 건강은 점점 악화되고 로저는 사랑하는 타오와의 마지막을 함께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심플 라이프’에 대해서 무언가를 말하기에는 작품을 보고 느끼는 점들이 무척 적은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앞서게 된다.

작품을 보았을 때 어떤 점들을 느끼게 되고, 생각하게 되며, 그런 것들에서 어떤 교훈이나 생각을 얻을 경우가 있기 마련인데, ‘심플 라이프’의 경우는 이 작품에서 무엇을 느꼈다고 말해야 할지를,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되는지에 대해서 생각보다는 쉽게 말해지기가 어렵기만 하다.

그게 작품의 완성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심플 라이프’는 무척 좋은 작품이고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이 작품에 대해서 아직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말하기에는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의 깊이나 넓이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게 된다.

때로는 무엇을 말하기 보다는 그저 침묵을 통해서 동의하고 지지하는 경우가 필요할 때도 있다.

갑작스러운 중풍으로 인해서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된 (오랜 기간 함께한) 가정부를 돌보게 된(물론, 단순히 가정부라고 말하기에는 그들의 관계가 그렇게 간단한 관계라고 말할 수 없다. 작품에서는 자주 양어머니라는 말로 그들의 관계를 설명해주고 있는데 아마도 그게 가장 적절한 그들의 관계일 것 같다) 로저와 아타오와의 그동안의 관계와 이후의 변화들 그리고 그들이 함께 아타오의 마지막 삶의 끝자락을 보내게 되는 순간들을 보여주는 작품인 ‘심플 라이프’는 누군가를 돌보는 삶을 살아왔고 누구에게도 나쁜 행동이나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삶을 살아왔던 아타오에게 그녀가 지금까지와의 삶과는 반대되는 누군가에게돌봄을 받게 되고 사람들의 관심과 그동안에 대한 고마움을 (직접적으로) 표현 받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삶을 혹은 그녀와 관련된 기억들을 꺼내면서 여러 추억과 기억 그리고 삶의 마감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인정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작품의 제목처럼 단순한 삶을 살아왔지만 그게 과연 단순하기만 한 삶인지에 대해서는 고민되는 ‘심플 라이프’는 아타오와 로저와의 관계를 통해서 인간적인 믿음과 신뢰 그리고 사랑에 대한 감정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고 그들이 함께했고 함께했었던 과거를 떠올리는 모습을 통해서 무언가를 추억하고 회상하는 모습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되새기는 삶의 마무리를 생각해보게 된다.

삶에 대한 지혜를 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보다는 정이라고 말해야 더 적절하게 느꺄지는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감정을 갖고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그 감정이 더 해지고 애틋해지는 모습을 그리고 서로에 대한 최선을 다함으로 인해서 느끼는 그들만이 느낄 수 있고 말로는 쉽게 표현될 수 없는 감정들과 함께 죽음을 생각하고 고민하며 그것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모습을 통해서 무엇을 깨닫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도록 만드는 것 같다.

최근 죽음을 생각하도록 의도하는 작품을 자주 접하게 되는 것 같은데, ‘아무르’도 그렇고 ‘심플 라이프’ 또한 단순히 죽음만을 다루는 작품은 아니지만 작품의 내용을 통해서 죽음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이 이야기 중심 속에서 어떻게 다른 이야기들을 죽음과 관련해서 생각하도록 만드는지 고민해보게 된다.

눈물을 흘리게 만들기보다는 가슴에 멍이 들게 만드는 작품인 ‘심플 라이프’는 그동안의 홍콩 영화들에 비해서는 무척 잔잔하고 조금은 다른 성향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것 말고도 다른 의미에서 무척 다른 시선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그동안의 홍콩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들이 범죄와 욕망, 아름답고 환상적인 그리고 그것이 불끈거리는 정서적 긴장감을 만드는 야경과 같은 것들에만 눈길이 머문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심플 라이프’는 처음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홍콩이라는 공간을 일상의 공간으로서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 인상적인 느낌이 들도록 만드는데, 그냥 우리들과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으로서 다루고 있고, 그런 시선 속에서 바라보는 홍콩이라는 공간은 비좁고 아직은 여러 가지로 불편함을 만들 때도 있는 공간이지만 사람들이 서로 호흡을 나누고 감정을 주고받는 공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

아직 ‘심플 라이프’처럼 삶을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수준이고,

작품 속의 그들처럼 깊은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이도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인지 그저 이채롭게 느껴지는 작품으로서만 생각되는데, 아마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리고 그 희생을 통해서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때서야 이 작품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에 대한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는 사랑, 전적인 헌신을 무슨 수로 깨달을 수 있을지 고민되지만 그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 큰 기쁨이기도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너무나 부족한 사람으로서 그 큰 깨달음을 희망하게 된다.

아직은 모르지만... 언젠가는 안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참고 : 여전히 멋진 남자인 유덕화를 일부러 웃음거리로 만드는 두 장면들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데, 그가 실제로 그런 대접을 받을 가능성은 없겠지만 이 작품이 전달하는 분위기와 조금은 동떨어진 순간이기는 하지만 꽤 기분 좋은 감정을 전하고 있다. 아마도 유덕화 본인이 가장 즐기진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