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귀천은 없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미지는 다르다. 세계 각국마다 3D 업종에 대한 구분이 판이하게 엇갈리지만, 저마다 나름대로의 가치관은 분명 존재한다. 이런 직업에 대한 이미지를 완성시키는 것 중에 하나가 복장일거다. 파워풀한 현장직 종사자들은 스포티한 의상을 입는다. 반면 공무원들은 다소 딱딱하지만 신뢰감을 주는 유니폼을 입는다. 보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따라 그 특성도 제각각이다.
이 글에서 이야기할 미드, 슈츠(Suits)의 등장인물들 또한 마찬가지다. 슈츠(Suits)의 변호사들은 슈트와 넥타이 하나도 대충 걸치는 법이 없다. 컬러와 스타일의 조합으로 완성된 이미지마저 전략적으로 노출시키고 있다. 브랜드 컬렉션이 옷을 팔기 위함이라면, 이들은 이미지를 파는 수단으로 선택했다.
미드 슈츠(Suits)의 시즌 초반, 극의 핵심 인물 두명인 마이크 로스와 하비 스펙터의 슈트. 로펌에서 소위 제일 잘 나가는 하비 스펙터의 정장차림에는 작은 빈틈조차 없는 듯 하다. 스트라이프가 촘촘하게 들어간 셔츠에 타이 또한 비교적 여유감을 느끼기 어려운 마무리다. 깝깝하고 깐깐한 끝판왕의 이미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연인 마이크 로스는 그와는 반대다. 물론 슈트를 입고는 있다. 하지만 데님 소재의 셔츠에 크로스한 백까지. 캐쥬얼하고 빈티지한 스트리트 느낌이 많이나는 스타일이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상황과 느낌을 살리기에 더 이상의 코스튬이 또 있을까? 그러면서도 드라마의 타이틀인 슈트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디테일한 연출의 묘미다. 시즌 내내 주야장천 정장만 입고 출연하는 변호사란 직업의 주요 인물들. 연출진을 넘어 보는 이들마저 가끔은 지칠만한 것이 정장이라는 옷. 그 양날의 검 중 하나인 긴장감일 것이다. 미드 슈츠(Suits)는 이 딱딱할 수 있는 클래식에 스타일이라는 이펙트를 입혀 극의 흐름과 상황에 맞게 적적히 풀어내고 있다.
최근 시즌 2로 되돌아 온 미드, 슈츠(Suits)의 미적 스타일리쉬즘은 이제 그 화룡점정에 와있는 듯 하다. 거리에서 떠돌다 얼떨결에 마약 판매까지 할 뻔한 마이크 로스는 이제 슈트마저 안정적인 모습이다. 로펌과는 다소 괴리감이 느껴지던 뜨내기 스타일에서 이제는 안정적이고 온화한 컬러의 슈트에 감각적이고 차분해 보이는 타이가 주를 이룬다. 마이크 로스가 안정감은 더했다면, 하비 스펙터의 스타일은 세월과 관록의 업그레이드를 입었다. 고급스럽지만 소프트한 수트와 셔츠의 매치, 거기에 무늬가 없는 여유있는 타이도 자주 보이고 있다. 슈츠(Suits)의 포커스, 마이크 로스가 흐르는 강물이라면 하비 스펙터는 등대처럼 그를 조언해주고 비추고 있는 등대인 것이다. 그들의 역할마저도 닮아있는 것이 그들의 슈트다.
슈츠(Suits)의 스토리가 흔한 말로 등장인물들의 연결고리라면, 슈츠(Suits)의 패션은 이 미드에 있어서 스킬의 인벤토리다.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 상 뗄래야 뗄 수 없는 슈츠(Suits)라는 이름의 코스튬. 그 절망적일 수 있는 드라마상의 마이너스에 슈츠(Suits)는 자극적이지 않게, 상황에 맞게 잘 풀어냈고 또 풀어나가고 있다. 국내 드라마 속 패션과 의상 또한 엄청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과도한 브랜드화와 시청률의 일환으로 이슈메이킹과 상업적인 목적으로 매도되고 있는 현상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