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한 조그만 마을에서 대형사고가 일어난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사고로 인해 스쿨버스에 타고 있던 20여 명의 아이들이 죽은 것이다. 평화롭고 고요했던 마을의 사람들은 충격과 슬픔, 분노에 휩싸인다. 변호사 미첼은 사건을 이용해 희생자의 부모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사고의 책임을 질 대상을 정해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말한다. 미첼은 희생자 부모들의 집을 차례차례 방문에 소송에 동참하도록 설득하고 구슬린다. 한편, 사고에서 살아남았지만 불구가 된 십대 소녀의 증언이 시작되는데...”

도시에서 떨어진 침묵에 쌓인 마을을 배경으로 몰락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달콤한 후세’는 최근 들어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는 아톰 에고이안이 가장 왕성한 창작력을 보여주던 시절의 작품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불만스러운 진행과 불만스러운 결론으로 만족스럽다는 말이 나오기 어렵기는 하겠지만 공동체의 붕괴와 순진한 듯이 보이는 사람들의 이면에 있는 부도덕함 혹은 모순되는 모습을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와 겹쳐놓으며 매우 흥미롭게 진행시키고 있다.

영화는 통학 버스에 타고 있던 학생들이 사고로 인해서 한명만이 살아남고 모든 아이들이 사망하게 된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 사고로 인한 보상금을 얻으려고 하는 변호사와 그에게 설득당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뒤 에이즈에 걸렸다고 말하는 딸에게 향하는 변호사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진행하고 있으며, 하나씩 이야기를 펼쳐놓기 보다는 조각을 모으듯이 덧붙여가며 진행하고 있다. 그렇게 모여지는 이야기 속에서 조금씩 전체적인 이야기의 윤곽을 이해하게 만들도록 하고 있고, 영화는 무언가를 전달하려고 하고 있다.

아이들의 죽음으로 인해서 상실감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들과

그 상실감에 빠진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엄청난 보상금을 얻도록 설득하는 변호사의 모습

더 이상 그 사건에 대해서 어떠한 언급도 싫어하는 사람들까지

영화는 상실감에 빠진 이들이 어떻게 /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의 고통과 상실감을 채우려고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고, 그들의 그런 모습들과 함께 홀로 살아남았지만 하반신 마비가 되어버린 소녀의 모습과 에이즈에 걸렸다는 딸을 만나러 가는 변호사의 모습까지 보여주며 그 상실감을 보다 다양한 각도(냉정함을 유지하며)에서 바라보고 있다.

영화는 상실감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그들의 슬픔에 동요되기 보다는 냉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고, 그렇게 냉정함을 갖기 위해서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를 통해 그들과의 거리감과 함께 그들의 이면에 있는 어두움을 들춰내고 있다.

어두움 보다는 일종의 부도덕함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기는 하지만 순진하기만 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일탈된 모습을 영화는 하나씩 들춰내고 있고, 그렇게 들춰내는 과정과 함께 소녀의 고백과 변호사의 딸과의 관계를 통해서 영화는 급격하게 파국으로 향하고 있다.

그래도 있다고 믿고 있던 공동체로서의 신뢰가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장면과 함께 소녀의 (거짓된) 고백으로 인해서 모든 계획이 틀어지는 상황이 소녀가 어떤 의도를 갖고 행동한 것인지 조금은 모호하게 다루는 장면 그리고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변호사의 (에이즈에 걸렸다는 마약에 중독된) 딸과 그녀로 인해서 혼란스러워하는 변호사가 반복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딸에 대한 젊은 시절의 기억들은 붕괴되고 찢겨지게 된 모든 것들이 그렇지 않던(혹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는) 시절에 대한 기억과 함께 더욱 현실을 고통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들고 있다.

영화의 말미에서 그저 주어진 상황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도 담담하게 혹은 답답하게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듯이 무기력한 표정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처럼 항상 보려고 하기를 원하지 않던 무언가를 마주치게 되는 순간은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고 어떤 것이 올바른지도 모르면서 그저 그것이 올바른 것이기를 바라며 살아가기 마련인 것 같다.

좋은지 아닌지 애매함이 우선 느껴지게 되는 ‘달콤한 후세’는 달콤하기 보다는 쓰디쓴 느낌으로 가득한 작품이고, 만족스러움 보다는 곤혹스러움으로 가득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물론, 이런 애매한 평가가 뛰어난 작품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참고 : 1. 국내에 번역되어 출판된 원작을 읽어본다면 조금 더 이 작품이 선명하게 이해될지도 모르겠다.

        2. ‘피리 부는 사나이’는 생각보다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