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코베인과의 이 인터뷰들은 1992년 12월부터 1993년 3월까지 진행됐다. 대부분 시애틀에 있는 커트의 집에서 심야와 새벽에 이뤄졌다. 마지막 인터뷰의 1년 뒤, 커트 코베인은 자살을 했다”
전 그냥 일그러진 미국의 산물이에요
‘커트 코베인 - 어바웃 어 선’은 순전히 록밴드 너바나와 커트 코베인에 대해서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작품일 것이고, 아마도 보아야만 할 작품일 것 같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로 인해서 이미 세상을 떠난지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가 그립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그의 생전 인터뷰들과 인터뷰에 언급되었던 곳들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는 ‘커트 코베인 - 어바웃 어 선’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저 인터뷰 모음에 불과할 것이고, 그가 언급하고 있는 장소들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을 뿐인 작품일 것이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합쳐지면서 만들어내는 감정과 그에 대한 기억들은 특별할 것 없을 것 같은 이 작품에 대해서 큰 의미가 부여되는 것 같다.
실제 인터뷰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에서는 그의 어린 시절부터 거대한 성공을 이룬 뒤의 마지막 시기까지 시간 순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그가 어떤 시절을 보냈고 어떤 삶을 살아갔는지에 대해서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또한 그가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들과 자신의 음악에 대해서 그리고 삶에 대해서 얘기해줌으로써 1990년대의 분노와 우울함의 상징과도 같던 커트 코베인에 대한 하나의 신화로서의 모습이 아닌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갖던 어린 시절과
엉망진창이고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유난스럽게 지낸 학창 시절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하던 청년 시절과
그 시절에 대한 담담한 추억 그리고 약물에 대한 추억들
엄청난 성공과 함께 언론과의 갈등 그리고 멤버와의 갈등
그리고 그의 아내인 커트니와 딸 프랜시스에 대해서 까지
커트 코베인은 성실하고 상세하게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간간히 자신의 진심을 그리고 생각들을 전달하려고 하고 있고, 자신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으려고 하고 있다.
그를 항상 괴롭혔던 온갖 신체적 고통들에 대해서 얘기해주고 있고,
얼마나 펑크록을 사랑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찾게 되는 약물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다.
이미 그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생전에 들려주는 생각들이 좀 더 절절하게 느껴지도록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혼란 속에서 지내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것 같다. 또한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 미국의 풍경들이 그의 목소리로 인해서 좀 더 묘한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의 음악에 대해서 그리고 그에 대해서 애정을 갖고 있던 사람으로서 이미 떠난지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그럼에도 그는 다시금 떠올려지게 되고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아마도 가장 감상적인 시절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그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커트 코베인 - 어바웃 어 선’은 어떤 작품보다도 감정에 직접적으로 전달받게 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