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와 관련된 장편 소설 중 네 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공포의 계곡’은 세 번째 장편 소설인 ‘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떠올리며 읽게 된다면 많은 실망감을 갖게 될 것 같은데, ‘바스커빌 가문의 개’와 같이 짜임새 있는 진행과 장편 소설로서의 매력을 갖고 있기 보다는 이전 ‘주홍색 연구’나 ‘네 사람의 서명’과 같이 두 개의 중편을 하나로 엮어냈다고 생각하며 읽는 것이 보다 실망감을 줄이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셜록 홈즈 시리즈와 관련된 장편 소설들의 고질적인 문제(‘바스커빌 가문의 개’는 제외)는 장편 소설로서 다룰 필요가 없는 내용을 일부러 장편 소설로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단편 소설과 같은 간략하면서도 풍부한 매력을 담아내는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필요 이상으로 길고 장황하다는 비판일 것이고, 오히려 단편과 같이 간략하게 혹은 단순하고 명쾌하게 진행시켰다면 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에 장편 소설로서의 매력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공포의 계곡’은 첫 번째 장편 작품인 ‘주홍색 연구’가 많이 떠올려지는 작품이기도 한데,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이 그리고 그가 회상하는 내용이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그와 같은 유사함을 쉽게 떠올리도록 만들기도 하지만 그런 유사함을 제외한다면 셜록 홈즈 시리즈의 후기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스파이 소설과 같은 성향 혹은 스릴러 소설과 같은 성향을 함께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두 개의 성향을 하나로 묶어내려고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의 살인 사건과 함께 그 살인 사건을 풀어내는 과정은 일반적인 셜록 홈즈 시리즈의 단편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고 별다른 차이도 느끼지 못하겠지만 작품 속 등장인물이 과거에 경험했던 어두운 기억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채워진 이후의 내용들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서부 시대의 무법지대의 모습을 다루는 것을 제외한다면 셜록 홈즈의 후기 단편들에서 자주 다뤄졌던 스파이 소설 혹은 조직에 침입한 내부 첩자와 관련된 내용들과 유사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두 개의 다른 성향의 작품을 겹쳐놓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아쉽게도 그런 겹쳐짐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보다는 그저 이어져 있을 뿐이라는 생각만 들게 되고 작품의 초반과 말미에 잠시 언급되기만 하는 모리어티 교수에 대한 대화를 통해서 보다 작품의 분위기를 확장시키기는 하지만 적극적으로 확장시키기 보다는 언급으로서만 그치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크게 관심을 갖도록 만들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여러 가지 면에서 셜록 홈즈에 관한 네 번째 장편 소설인 ‘공포의 계곡’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고, 장편으로서의 매력을 좀처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작품인 것 같다. 셜록 홈즈와 관련된 냉철한 매력이 모두 소진되고 그저 그가 탁월한 탐정이라는 것만 증명시키고 있을 뿐인 작품으로 남게 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