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판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원작의 주인공 카즈코의 딸 아카리. 엄마의 첫사랑을 찾기 위해 1972년으로 점프! 하지만 이걸 어째! 실수로 1974년으로 떨어진 아카리는 핸드폰도 없는 70년대를 종횡무진 달리며 엄마와 아빠의 어린 시절과 마주하게 된다.”

호소다 마모루의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었고, 여전히 좋은 작품이라는 기억이 앞서기만 하는 작품이다.

원작 소설인 ‘시간은 달리는 소녀’의 설정들만을 가져왔을 뿐이지 직접적으로 연관 관계는 적었기 때문에 독립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이었고, 그런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영화계 쪽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가 되었는지 2010년에 제작된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또한 원작을 그대로 영화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이야기를 갖고 원작 이후의 이야기들과 원작의 설정들만을 가져오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비해서는 보다 연애 소설적인 성격을 버리지 않고 있다.

소설에서 등장했던 소녀는 이제는 중년의 여성이 되었고, 그녀의 사랑스러운 딸이 작품의 주인공이 되어 과거로 향해 여러 사건들을 겪게 된다는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처음에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지만 작품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관심을 갖게 만들고 있고,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전개시키기 보다는 차근히 밟아가는 성향이기 때문에 처음에 등장했던 인물들과 나눴던 대화들이 후반부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도록 하고 있고, 과거로 향하게 되어서 생기는 이제는 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익숙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흥미를 끄는 설정들은 그때는 그랬었지... 라는 회상과 좋은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주 정교하게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기 보다는 부담감 없이 앞뒤가 잘 맞도록 구성했다는 정도로 이야기 구성을 칭찬하고 싶고,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이미 이런 성향의 작품들(과거로 향하게 되어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상황들에 대한 작품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흥미로운 요소가 적을 수도 있었지만 관심을 잃지 않게 잘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이야기와 연출이었다고 칭찬하게 된다.

약간의 미스터리한 구성과 우연한 만남으로 인한 사랑과 함께 짧은 사랑과 헤어짐이라는 슬픔을 담아내고 있는 새로운 것 없고 특별할 것 없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재미를 잃지 않고 있고, 흥미를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작품의 처음 분위기에 비해서는 조금은 슬픈 결말로 인해서 얼얼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원하지 않았어도 그런 결말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도 들게 되는 것 같다.

시간 여행을 통해서 과거로 향하게 되고, 이 경험을 통해서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거나 이미 알고 있던 사실들을 다시금 재확인 한다는 방식의 이야기는 이제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접하게 되어 생소하게도 그리고 색다르게도 느끼지 않게 되었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그때 그 순간 그리고 상황으로 다시금 되돌아간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사람들은 매력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아마도 무언가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번만이라도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기를 희망하는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은 영화적인 재미를 떠나서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개인적으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슬픔이 이상할 정도로 직접적인 당사자들과 간접적인 관찰자의 입장에 따른 차이가 커지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커다란 영향을 주는 경험을 하게 되지만 그들은 그것을 기억조차 못하며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들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경험이었지만 그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마음 속 어딘가에 남겨져 있을 뿐이라는 점과 반대로 관객으로서 간접적이고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처럼 슬픔을 쉽게 잊지 못하게 되어버린다는 역설은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너무나 쉽게 그들은 고통을 잊(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슬픔은 보다 더 슬프게 느껴진다는 역설이 생긴다.

그걸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아마도 그들과는 다르게 무언가를 기억조차 못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순간에도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을 떠올리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떠올려지는 생각인 것 같다. 때로는 그들처럼 모든 것을 그저 잊고 살아가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그렇게 무언가를 잊기 보다는 그 누구도 기억할 수 없게 될지라도 나만이라도 기억하고 떠올리며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