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하던 연인이 돈과 살림살이 전부를 가지고 사라져버린 후 갑자기 목소리까지 나오지 않게 되자, 완벽한 외톨이가 된 링고는 10년 만에 어머니가 있는 고향으로 향한다. 그리고 '달팽이 식당'이라는 작은 식당을 연다. 정해진 메뉴도 없고, 받는 손님은 하루에 딱 한 팀. 손님의 취향과 인품에 대해 철저히 사전조사를 한 후 상황에 맞는 요리를 내놓는 것이 원칙인 이 작은 식당에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는데…”

무언가를 먹음으로써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욕구를 해소하게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먹는 과정을 통해서 잊고 있었던 혹은 모르고 있었던 어떠한 감정이나 떠오름의 경우를 경험할 때도 있다.

그런 경험은 어떤 논리나 하나의 예를 통해서 알려줄 수 있기보다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직접 해본 사람만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먹는 과정 속에서 불현 듯 잊고 있었던 혹은 기억하지 않고 있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았을 것이고, 반대로 때로는 무언가를 먹는 과정으로 인해서 고통과 상처들을 잊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음식을 먹는 과정을 통해서 무언가를 떠올리거나,

그 과정을 통해서 음식을 삼키듯이 고통을 삼켜 잊는 것이 어쩐지 다른 듯 하면서도 동일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경험은 홀로 식사를 함으로써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나의 혹은 몇 가지의 음식을 함께하며 대화를 통해서 그리고 눈빛과 분위기 몇 차례의 감정의 교환이라는 순전히 감상적인 경험을 통해서 경험하게 되기도 하다.

국내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 도미나가 마이의 ‘달팽이 식당’은 이처럼 음식을 통해서 그동안 갖고 있던 상처를 치유하고 바라고 있던 소망들이 이뤄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그들을 치유하고 소원을 성취하게 해주는 요리사와 그 요리사의 어머니와의 화해의(혹은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결국 자신의 고통도 치료하며 끝을 맺고 있는 이 산뜻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우 호감을 갖게 될 것이고, 관심이 없어하는 사람들은 비웃고 싶어서 안달날 것이다.

멋진 음식과 그 음식들을 만드는 과정과 음미하는 모습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고, 음식을 통해서 상처를 치료받고 서로를 위로해주는 ‘달팽이 식당’은 이미 이와 유사한 느낌의 작품들이 몇 있었기는 했지만 필요 이상으로 아류작의 느낌을 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특출나다는 느낌도 주지 않는 평범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이런 방식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으니 팬들로서는 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이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집에서 애완용으로 돼지를 키우는 등의 조금은 황당한 모습들을 자주 보여주고 있고, 푼수인지 약간은 정신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인지 헷갈리는 존재였던 어머니가 작품이 진행되면서 점점 더 자신의 딸을 위해서 얼마나 헌신적인 사람이었는지를 알게 되면서 조금은 익숙해졌을 법한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고 있고, 그 느낌은 익숙할 법도 하지만... 여전히 좋은 감정인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딸 링고가 상처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처럼 시작하는 음식점과 음식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색다를 것 없기는 하지만 여전히 흥미롭게 느껴지는 상황들과 이야기들이었고, 매력적이지는 않을지라도 관심을 잃게 만들지는 않고 있다.

지리적으로 정확히 알 수 없기는 하지만 어쨌든 일본의 시골(혹은 산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등장하는 각종 요리들은 일본과는 무관한 지역들의 음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카레와 삼계탕 정도를 제외한다면 거의 대부분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음식들 위주인데, 가장 일본적인 공간에서 유럽의 공간을 흉내를 내고 있는 집안 내외부 모습들과 각종 장식물들 그리고 음식들과 인물들의 옷차림까지 어째서 일본적인 것을 불필요하게 제거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묻고 싶게 되기도 하지만 이미 이런 질문을 많이 던졌었기 때문에 이런 질문 자체가 상투적이고 진부한 질문처럼 느껴지게 되기도 한다.

그들은 서구를 꿈꾸는가?

아니면 이미 자신들이 서구에 편입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음식을 통해서 그동안 마음 깊은 곳에 담고 있던 상처를 치유한다는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색다른 방식의 이야기이면서도 그 이야기를 채우는 방식과 등장하는 인물들과 작품의 모양새는 이미 유사한 작품들이 많았었기 때문인지 흥미가 적어지도록 만든다.

훨씬 만족스럽다는 원작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일본에서 유럽으로 대표되는 서구의 모습을 흉내내면서 고통을 치유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참고 : 주인공 링고를 떠나는 남성은 인도인이고, 링고를 도우는 쿠마를 떠난 여성은 아르헨티나인이다. 인종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둘 다 비백인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백인인 신성불가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