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크 산골 마을의 열일곱 소녀 '리 돌리'(제니퍼 로렌스). 어느 날 갑자기 마약판매 혐의로 실형선고를 앞둔 아빠가 집을 담보로 보석금을 내고 종적을 감춰버린다. 경찰은 아빠를 찾지 못하면 집이 경매에 넘어가 쫓겨나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엄마와 어린 두 동생을 돌봐야 하는 리돌리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 집을 지키기 위해 아빠를 찾아 나선다. 아빠의 행적을 쫓기 위해 마을을 찾아나선 리돌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고, 친척들마저 그녀를 외면한다. 경매 기간은 점점 다가오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 사람들은 리돌리의 주위를 위협해온다. 결국 아빠의 실종과 얽힌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리돌리는 홀로 치열한 싸움을 시작한다.”

꽤 괜찮다는 평을 듣고 찾아보게 된 ‘윈터스 본’은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보게 된 작품이었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불길하고 거친 풍경과 그 풍경만큼이나 잔혹하고 거친 사람들의 모습들을 바라보며 어지간한 공포영화들보다 더 공포감을 느끼며 보게 되었고, 최근에 개봉한 어떤 작품들보다도 섬뜩함을 안겨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항상 그렇듯이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고,

‘윈터스 본’은 그 사람들에 대한 공포에 관한 작품이다.

영화는 아마도 미국의 남부 어딘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 같고,

그곳은 척박한 곳이며,

애니 프루의 소설 ‘브로크백 마운틴’에 수록된 단편들에서 묘사되었던 풍경들을 바라보는 기분이 드는 풍경이다.

도시가 아닌 시골이기 때문에 각자가 멀찍이 떨어져서 살아가고 있고, 그렇게 거칠고 힘겨운 환경 속에서 주인공 소녀 리는 어린 동생들을 챙기고 병약한 어머니를 모시며 강인하게 삶을 꾸려나가고 있고, 영화는 그녀가 누구에게도 쉽게 기대려 하지 않으며 삶을 꾸려가는 모습은 무덤덤하게 담아내고 있다.

가족을 위해서 자신의 꿈들을 포기하고 삶을 꾸려가는 그녀는 한때는 불량하게 살아간 듯 보이지만 뚜렷하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를 설명해주지는 않고 있다. 영화는 그저 추측하게 하거나 알게 모르게 언급하려고 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억척스럽게 삶을 챙겨나가는 그녀에게 아버지의 가석방 소식과 가석방을 위해서 집과 땅을 저당 잡혀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어떻게 하든 가족들을 책임져야 하는 그녀는 모든 것을 지켜내기 위해서 아버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가며 자신이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리고 그 노력의 과정 속에서 그녀는 수많은 고난을 겪게 되고,

누구도 경험하기 힘든 괴로운 경험들을 겪게 된다.

영화는 모든 장면들을 특별한 감정 없이 건조하고 거칠게 잡아내고 있다.

공들여서 멋지게 연출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거칠고 투박하게 담아내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열중하고 있고,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심난함으로 뒤엉킨 화면을 만드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 불길한 공간을 때로는 무표정하게 그리고 때로는 다부진 눈빛으로 제니퍼 로렌스는 돌아다니고 있고, 그 거친 공간에서 그녀는 헤매고 고문당하고 괴롭혀진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지켜야 할 것들이 있음으로 인해서 어떻게든 견뎌내고 이겨내려고 하고 있다.

이제 20대 초반의 여성 연기자가 보여주기에는 너무나 강인한 모습을 연기하고 있고, 그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리고 강렬하게 그녀는 연기하고 있다. 무덤덤하게 자신의 잔혹한 삶을 받아들이며 가족들을 지켜내려고 하는 그녀의 모습과 행동들을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이 가혹한 작품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젊은 나이에 보여주기 힘든 비범함을 그녀는 보여주고 있고,

느닷없이 나타난 신예의 멋진 연기에 평론가들이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이해가 갈 것 같다.

함부로 미국 남부 쪽에는 얼씬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혹은 얼씬도 말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게 될 정도로) 거칠고 잔혹한 풍경과 그 풍경에서 살아가는 거친 사람들의 모습을 지독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영화는 담아내고 있고, 모든 사람들이 손쉽게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사람들로 보일 정도로 그들의 모습은 잔혹함과 공포감으로 무장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 놓인 소녀의 불행이 더욱 근심 어리게 생각되도록 상황은 진행되고 아버지를 찾기 보다는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한 혹은 시체를 찾기 위한 고통스러운 과정은 더욱 잔인한 현실로 인해서 곤혹스럽게만 느껴지도록 만들고 있다.

영화는 처음의 아버지를 찾아야 한다는 명제에서 아버지의 시체를 찾아야 한다(혹은 죽음을 입증시켜야 한다)는 명제로 이야기를 전환시키며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기괴한 하드보일드 작품을 만들어내듯이 이끌어가고 있다.

을씨년한 풍경에서 벌어지는 사실감으로 가득한 이 괴로운 작품은 어떠한 행복감과 안정감도 건네지 않고 작품을 진행시키고 있고, 끝을 맺고 있다.

모든 것을 그저 담담히 받아들여야 하고 어떠한 감정적인 표현을 앞서기 보다는 어떻게 하든 삶을 꾸려나가야 하고 지켜내야 하는 소녀의 모습과 그녀의 별다른 선택의 기회 없이 선택해야 하는 과정들은 이 가혹한 작품에 더욱 가혹함만 더하게 되는 것 같다.

선택의 권한도 없이 소녀는 시체를 끄집어내야 하고,

시체를 훼손하는데 협조해야 하는 현실을 무덤덤하게 담아낸 영화의 절정 부분은 이 작품이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지 그리고 이 영화가 만들어내려는 잔혹함의 한계가 어느 정도 까지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지 않은 것 같고,

진짜 남부로 향해서 그 공간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내고 돌아온 것 같은 화면들로 인해서 잔혹함을 더욱 배가되는 것 같다.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거친 남부의 풍경들과

앙상한 나뭇가지들의 모습과 같은 이 작품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부족함 없이 담아내고 있고, 그 생존본능을 강렬하게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