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하게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 받은 오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여동생의 삶을 다룬 영화”

법정에서 가려지게 되는 정의라는 것은 생각처럼 정의롭지 못한 것이고,

생각만큼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가끔은 이런 작품을 통해서(혹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평결들을 통해서) 깨닫게 될 때가 있다.

물론, 모든 사건들이 그리고 정의들이 부정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가려지게 되는 결과들 중에서 몇몇 사건들은 생각만큼 공정하지 못하고 때로는 올바르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아야지만 무언가의 오류에 대해서 그리고 그릇됨에 대해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으며, 그런 깨달음에 대해서 ‘컨빅션’은 새롭지는 않아도 노련하게 그리고 부족함 없이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하나의 살인 사건 현장을 보여주며 작품을 시작하고 있다.

집안은 어지럽고,

온갖 곳들에 핏자국이 남겨져 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무고하게 범인으로 몰려 20여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되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가 어째서 의심을 사는지 그리고 그가 평소에 얼마나 불같은 성격을 갖고 있는지와 폭력적이었는지 보여주며 경찰들이 자주 그를 의심하게 된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의 여동생이자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동생이 아닌 일종의 영혼의 동반자와 같은 여성의 평범하면서도 안정적인 삶을 보여주고 그들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그런 불우한 시절을 어떻게든 함께하기 위해서 노력하던 남매의 모습 그리고 항상 함께하며 그들이 어째서 다른 남매들이 보여주기 힘든 유대감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현재와 살인 사건과 관련된 과거 그리고 남매가 함께 불우하지만 행복하게 함께하던 어린 시절이 순서 없이 뒤섞인 장면들을 뒤로 하고 영화는 곧장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살인으로 인해서 그리고 그를 음해하듯이 사실과 거짓이 섞인 증언으로 그를 위기로 모는 전부인과 헤어진 애인의 증언 그리고 살인 사건에 끼워 맞춰진 증거들로 인해서 남성은 종신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괴로운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언제 끝날지도 약속할 수 없는 그 기나긴 괴로움을 그는 견뎌내야만 하게 된다.

감옥 안에서의 힘겨운 삶에 대해서는 이 작품은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영화 ‘컨빅션’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오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게만 되어가는 여동생의 삶의 과정을 뒤쫓고 있을 뿐이다. 처음에는 항소를 통해서 무죄를 입증하려고 하지만 어떤 국선 변호사도 도움이 되지를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자기 자신이 오빠를 변호하기 위해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를 위해서 검정고시를 그리고 대학 입학과 졸업, 변호사 자격 취득을 준비하며 그 과정으로 인해서 하나씩 자신의 주변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남편이 그녀를 떠나고,

사랑하는 아들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게 되기도 한다.

진실을 모르는 조카는 자신을 피하기만 할 뿐이고,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한 그녀에게 남겨진 하나 뿐인 친구와도 다투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어떤 상황 속에서든 오빠의 무죄를 믿고, 그리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 노력의 과정을 담아내면서 그녀의 삶이 얼마나 희생되는지를 담아내고 있다.

샘 록웰과 힐러리 스웽크는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연기를 선보이고 있고,

그들의 주변인들도 그들의 연기를 받쳐주며 그들의 연기가 빛나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들만이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들인지와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렬한 순간들이었는지는 말하기가 어렵겠지만 분명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을 부족함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는 분명한 것 같다.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부단히 애쓰는 과정을 차근히 보여준 다음,

DNA 검사라는 지금은 누구나 익숙한 검사지만 당시로서는 신기술이고 획기적인 방법을 통해서 무죄를 확인하게 되지만 그것을 ‘입증’이 아닌 ‘증명’을 위해서 더욱 힘겹게 노력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진실을 밝혀졌지만 진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은 이들로 인해서 그들은 더욱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되고, 이를 이겨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그들은 숨겨진 사실을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진실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끼워 맞춰졌다는 것을 확인하며 그들은 경악하고 이를 파헤치기 위해서 다시금 노력한다.

진실이라는 것은 꽤나 명쾌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생각 이상으로 모호한 것이다.

누군가가 살해 되었다는 사실이

누군가에 의해서 누군가가 살해 되었다는 진실로 발전되게 하기 위해서 명확한 전후관계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범죄에 대한 모든 과정에 대한 파악과 함께 이를 통한 범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게 되어 범행을 한 이를 체포하기 보다는 의심스러운 누군가를 목표로 누군가가 살해 되었다는 사실만을 갖고 어떻게 살해가 되었는지를 짜 맞추는 과정으로 수사과정은 쉽사리 변질되고 이로 인해서 무고하게 한 사람의 삶은 붕괴되고, 그 붕괴된 삶을 회복시키기 위해서(혹은 붕괴된 삶으로 인해서) 그의 곁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상처받고 일반적인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여동생의 아들들이 그녀 곁에서 서로를 향해 그녀와 같은 삶의 희생을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 같다는 말을 하는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다.

진실을 파악하는 과정이 하나의 수사 과정으로 축소되고,

그 수사과정이 신속한 범죄해결만을 위해서 혹은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개입되면서,

그리고 그 해결이 법정이라는 지극히 공정하지 않은 공간에서 기소를 통한 원고와 피고의 몇 가지의 증거와 사실관계를 통한 용의자에 대한 범행을 증명과 입증 그리고 반박이라는 방식으로 사실관계와 유무죄를 파악 / 선택하게 만들고 이를 판사들과 배심원들이라는 사건과 무관하기 때문에 감정과 가치판단이 개입되지 않은 공정함을 보일 것이라는 지극히 추상적인 믿음만으로 그들에 의해서 판결되게 함으로써 정의가 완성된다는 일종의 수많은 절차를 통한 가상의 공정함과 정의라는 허구는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믿음들이 때로는 모래 위에 세워진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거대한 건축물과 같다는 진실을 보지 못하도록 혹은 회피하도록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때로는 이와 같은 진실을 이런 황당할 정도로 위증과 표적수사 그리고 증거조작으로 범벅이 된 사건을 통해서 알게 될 때가 있고, 그 진실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더욱 회피하고 외면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사실과 진실 그리고 증명과 입증이라는 과정이 얼마나 훼손되어 있고 변질되어 있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그 힘겨운 과정을

그리고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을 이 작품은 진실 되게 담고 있고,

마지막에 결국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가 바라보지 못하고 있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도록 만들고 있다.

그렇게 보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들로 인해서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진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얼마나 하나의 삶을 망가지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 보도록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