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트럭 운전사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 분). 갑작스런 습격을 받고 눈을 떠보니 그는 어딘가에 묻혀 있다. 직감적으로 그곳이 땅 아래 관 속 임을 안 그. 그에게 주어진 것이라곤 라이터, 칼, 그리고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핸드폰뿐이다. 과연 그는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흥미로운 설정과 연출 그리고 좋은 연기까지 더해서 꽤 흡족한 느낌이 들지만 어딘지 모르게 뭔가 허전하다는 아쉬움과 느낌도 함께 하는 ‘베리드’는 그동안 공간적 폐쇄성과 한계를 갖고 작품을 만들었던 작품들 중에서도 단연 그 폐쇄성과 한계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작품일 것이다.

몸을 겨우 움직일 수 있는 관속에서 깨어나 구출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베리드’는 갑작스러운 상황과 등장인물에 몰입해서 함께 숨막힐 것 같은 폐쇄감으로 긴장을 조여오기도 하면서, 구출되고 싶은 급한 마음에 연락하게 되는 이들을 통해서 좌절감을 그리고 분노를 맛보게 되기도 하는 비판적 성격도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홀로 관속에서 애처로운 노력을 반복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의지를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그가 처하게 된 상황이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를 깨닫게 된다면 불편한 마음은 더해지게 된다. 이라크와 테러 그리고 인질극이라는 몇 개의 단어를 통해서 우리는 그가 어떻게 그런 상황에 빠지게 되었는지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고 그 개인에게는 애석한 일이기는 하겠지만 그가 그런 상황에 빠지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반박할 꺼리가 딱히 없기 때문에 그가 운이 좋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는 인질협상가와 그를 곧장 해고하는 기업에 악독한 모습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당연히 그럴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절박감과 함께 허무함으로 가득하고 있지만 그 감정을 고통스럽게 담기 보다는 오락적인 재미에 치중해서 담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감정이 덜 느껴지고 있고, 마지막 결말이 허무함으로써 끝을 맺기 보다는 조금은 배신감을 느끼게 되기가 우선인 것 같기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베리드’는 한정된 공간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폐쇄성을 보다 극단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에는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 절박함과 밀폐된 공간으로 인한 질식감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또한 유일한 연락 수단인 휴대전화를 통해서 외부와 연락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맛보게 되는 좌절과 씁쓸함 그리고 허술한 체계에 대한 비판은 기분 나쁜 유머처럼 그리고 불편한 진실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

살려는 절박함으로 인해서 행동하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함께 느끼고 삶의 마지막을 예감하며 찾게 되는 가족들이라는 선택은 약간은 상투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상투적이고 진부한 선택일지는 몰라도 당연하다는 생각도 갖고 있기 때문에 불만을 말하고 싶지는 않게 된다.

다만, 주인공 폴이 처하게 된 상황이 그저 그가 재수 없게 그런 상황에 놓였을 뿐이라는 느낌이 들게 되고, 그를 닦달하는 인질범을 통해서 그저 악당이고 악역이라는 느낌만 들게 될 뿐이라 조금은 갈등을 단순화 시킨 느낌도 들게 되는 것 같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문제로 인해서 발생된 질식할 것 같은 상황이 결국 그들의 의도를 오해(재건하기 위한 지원이라는 주장과 그 주장에 대한 오해)하는 상황으로 인해서 발생된 문제처럼 보여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단순화인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 일말의 희망도 그리고 구출에 대한 의지도 느끼게 만들면서도 그 희망과 의지를 배신하는 진행으로 인해서 불평하게 되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지금 미국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문제로 인해서 겪는 고민이 생각 이상으로 근심거리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조금은 더 정교하게 다듬거나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기도 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배우 한명만을 내세워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뚝심과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기와 연출이 만족스럽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고 평가하게 되는 것 같다.

무서움도

폐쇄감도

비판도

허무함도

조금은 일정 수준 이상을 안겨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 아쉬움을 얘기하기 보다는 장점을 찾고 칭찬할 점을 찾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제 시작하는 위치에 있는 감독이 만들어낸 작품으로서는 만족스러운 점을 더 찾는게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참고 : 주인공이 처한 상황으로 인해서 사회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유기적임도 그리고 곁에 있는 이들에 대한 신뢰도 그저 환상이고 착각에 불가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부는 헛소리를 하고 있거나 멍청한 짓을 하고 있을 뿐이고, 기업은 골치 아픈 일에 엮어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뿐이다. 가족도 친구도 연락을 반기거나 도움이 되기는커녕 그런 상황에서도 말다툼을 하게 하거나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상상을 무너지게 만드는 연출이 적극적으로 담겨져 있기 보다는 약간의 인상적인 느낌이 들기만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채워 넣을 수 있는 부분이 많음에도 그 채움이 이뤄지지 않아서 허전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