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 의사 닉(아네트 베닝)과 도전적인 조경 디자이너 줄스(줄리안 무어)는 각자가 낳은 두 명의 아이들 조니(미아 바쉬이코브스카), 레이저(조쉬 허처슨)와 함께 행복한 가족으로 살고 있다. 평범한 행복이 계속되리라 믿던 어느 날, 레이저의 부탁으로 조니는 생물학적 아빠 폴(마크 러팔로)을 찾는다. 혹여나 생물학적 아빠에게 아이들을 빼앗길까 노심초사한 닉과 줄스는 폴과 거리를 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폴은 아이들과 점점 가까워진다. 설상가상 자유롭고 쿨한 영혼의 폴에게, 줄스까지도 마음을 빼앗기기 시작하는데…”

평범하지 않은 모습의 가족이고,

그렇기 때문에 보수적이기 보다는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가치를 담아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엿보이는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보게 된다면 큰 낭패를 맛보게 될 것이고, 몇 년 동안 보았던 헐리우드 가족물 작품들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작품으로 느껴질 정도로 지독한 작품인 것 같다.

동성애자 엄마 둘을 둔 자녀들이 자신들이 태어날 수 있게 정자를 제공한 이를 찾게 되면서 생겨나는 소동극을 그린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조금은 독립영화의 느낌이 묻어나는 소재와 줄거리를 보이지만 이후의 진행은 전형적이고 지루한 느낌이 드는 반복이다.

잔소리가 심한 엄마 닉과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지만 그렇게 이루고 싶은 꿈도 그리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도 잘 깨닫지 못하는 또다른 엄마 줄스의 모습과 아직 삶에 대해서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두 자녀의 모습에서 동성애자 엄마 둘로 구성된 가족이라는 점을 빼놓고는 철저할 정도로 미국적인 가정의 모습을 갖고 있고, 고민을 갖고 있다.

동성애자라는 설정만 제거하고, 이 작품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놓고 본다면 그동안 최소한 몇 번은 보았을 법한 상황들과 고민들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모범적으로 지내기는 했지만 그렇게 지내기만 했을 뿐이라 삐뚤어지려고 하고 그 방황 아닌 방황을 뒤로하고 다시금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안전하게 돌아오는 누나(섹스도 아닌 키스로 마약이 아닌 과음으로 방황을 끝낸다)와 나약한 성격과 함께 불량스런 친구를 둔 덕분에 많은 골치를 안겨주지만 점점 더 올바름을 찾아가고 현명한(혹은 농담섞인) 조언으로 마무리 하는 남동생의 모습(불량스러운 친구에게 주먹 한 대 얻어맞고 그의 반항은 끝맺는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고 조금씩 깊어지는 오해로 인해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사이가 벌어지지만 다시금 가족이라는 테두리 속으로 안착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미국이 항상 절대적으로 부여하는 가족이라는 가치에 얼마나 이 작품이 충실하고 있는지 보고 있는 시간을 계속 확인하게 될 정도로 지루하게 반복한다.

지금이 혼란기의 상황이기 때문일까?

어느 때보다 기존의 가치에 대해서 재검토를 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옳다고 여겨졌던 가치를 고스란히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에브리바디 올라잇’을 보니 무슨 의도인지 알기도 하면서도 이정도로 지루하게 반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어지게 될 정도다.

보기는 했으니 끝까지 봐야 한다는 의무감과 한심함만 느껴질 뿐이었다.

게다가 줄리안 무어와 아네트 베닝은... 거기에 마크 러팔로까지 어째서 이런 작품을 선택한 것일까?

동성애자 부부와 그들의 자녀를 전면에 내세워서 그런지 조금은 새로운 가족의 구성과 그 가치를 얘기리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접근하기 보다는 기존의 가치에 절대성을 부여하고 그 가치에 충실한 이들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느낌이고 산뜻한 분위기이지만 지독할 정도로 고리타분함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동안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던 동성애자들도 기존의 미국이 생각하고 있는 가치에 충실하기에 그들도 ‘우리’라는 집단으로 받아들여져 있다는 방식이 조금은 다른 모습이기는 하지만, 이 해괴한 권위주의가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고 해야 할지 이에 편입되어 있는 이들이 배신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애매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말하는 것 봐서는 젊은 시절 히피적인 삶을 살았던 것 같고,

자유로운 삶에 대해서 애정을 갖고 있어 보이듯이 보여주고 있는 생물학적 아버지인 폴이 보여주는 애매함도 이 작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더욱 깊게 만든다.

다른 인종의 애인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서 그리고 닉과 줄스와는 다른 성적 활력으로 인해서 보다 매력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듯이 보였고, 그 느긋함과 낭만 그리고 자유로움에 호감을 갖게 되는 자녀들과 정서적 / 성적 불만을 채우는 줄스의 모습에서 흥미로운 느낌도 들기는 했지만 그는 자유로운 관계와 인연을 맺기 보다는 또다른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만들려고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신의 실수와 성급한 선택에 대해서 보다 냉정하거나 흔히 말하는 쿨한 태도를 보이기 보다는 어떻게 하든 소속되려고 하거나 자신에게 소속시키려고 하고 있을 뿐인(혹은 용서받으려고 하는) 모습에 큰 실망감을 갖게 된다.

물론, 이렇게 부정적으로 말하는 나 자신도 가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을 그리고 타협을 하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비난할 자격이 없기는 하지만 그가 작품 초반에 보여주었던 긍정적인 모습들이 점점 더 퇴색되어가고만 있기 때문에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하는 이를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을 뿐인 이 고집스러운 작품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 수 있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만약 조금은 더 진보적인 성향의 제작자와 감독이 만들었다면 더 흥미로운 작품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수적이고 기존의 가치관에 철저한 이 작품이 어떤 이들에게는 큰 호감을 만들어낼 수 있기도 하겠지만 지나칠 정도로 만들려고 하는 효과와 의도 때문에 더욱 눈살만 찌푸려지게 되는 것 같다.

참고 : 제목을 저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수입사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