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영화배우의 무료한 일상을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

배우로 남부럽지 않게 욕먹으며 영화 활동을 시작했고, 그 덕분에 본인의 적성이 배우보다는 감독이 어울린다고 빨리 판단하게 되었는지 (이제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생각해낼 수 있는) 소피아 코폴라는 배우로서 영화계에 기웃거리기 보다는 감독 활동에만 충실함으로써 영화계에 보다 더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그리 대중적인 작품들이라고 볼 수 없겠지만 그녀만의 묘한 매력을 잘 담아내고 있는 작품들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호감을 갖게 되는 팬들과 평론가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만 있고, 그녀의 최근작 ‘썸웨어’는 그 호감에 대한 뚜렷한 결과물(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까지 얻게 된 작품이다.

소피아 코폴라의 그동안의 작품은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일상을 담아내면서 그 일상이 만들어내는 무료함과 피곤함 그리고 지루함을 보여주고 있고, 그 건조함과 지침을 의도적으로 무기력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런 연출과 함께 배우들의 나른한 표정, 느슨한 이야기 진행과 대화들을 통해서 더욱 화려함과는 반대되는 지루함과 건조함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언어적인 고립감과 개인적인 고독이 겹쳐져 있는 일본에서의 몇 일 동안을 그린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와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의 한가하고 따분한 삶을 담아내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같은 작품을 통해서 소피아 코폴라는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그런 삶으로 인해서... 즉, 그 부족할 것 없음으로 인해서 느껴지는 무기력과 따분함을 보여주고 있었고, 이에 대해서 호감(일종의 현대인의 무기력함을 엿볼 수 있다)을 갖거나 불만(경제적인 곤궁함으로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저따위 인간들의 삶의 고독을 담는다는 것에 대한 반발감 또한 생겨날 수 있다)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소피아 코폴라의 이런 접근 방식은 ‘썸웨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해서는 보다 건조하다는 점에서 보다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 가까운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영화 ‘썸웨어’는 얼마나 인기가 있는 배우인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간접적인 방식으로 꽤 유명한 배우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주인공의 웃음기 없는 삶과 화려함으로 치장된 삶이 아닌 무료함과 피곤함 그리고 지루함만을 느끼는 삶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이 휴일과 같은 느낌이 드는 삶이고,

풍족한 돈과 타고난 매력 덕분에 아무 여자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매력적인 여성과 섹스를 하기 직전에도 갑작스럽게 피곤함으로 잠들어버릴 정도로 활력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나마 유일하게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은 그의 딸 뿐이고, 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항상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그것 말고는 항상 자신에게 일정을 알려주는 연락 전화와 온갖 인터뷰와 영화 촬영 그리고 누군지 알 수 없는 이에게서 지속적으로 전송받는 욕설이 담긴 문자 메시지만이 그의 삶을 둘러싸고 있을 뿐이다.

화려함과 번쩍거림으로 가득한 스타의 일상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한물간 스타처럼 그리고 발기 부진 환자와 같은 느낌의 모습으로 주인공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고, 오랜만에 만나는 느낌의 스티븐 도프는 그 무기력한 한가함에 여유를 갖기 보다는 엉망인 삶으로 인해 우울함만 채워가는 모습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소피아 코폴라는 이전처럼 그 건조한 일상을 세밀하고 상세하게 담기 보다는 대략적이고 잠시 언급을 하듯이 담아내고 있고, 더욱 단순하게 담아냄으로써 보다 따분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고 있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고, 그 이동하는 모습은 매끄럽게 이어지게 만들고 있기 보다는 거칠게 다듬어 이어지게 하고 있다는 느낌이고, 억지로 이어붙인 것 같은 연속적인 느낌으로 만들어내어 이전보다는 더 투박한 느낌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인지 일상의 순간들과 몇몇 일화들을 엮어내고만 있는 것인지,

성의 없는 것인지 의도적인 연출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는 장면들이 이어지는 것에 지루함을 느끼게 될 때가 돼서야 이 의도적으로 맥빠진 작품은 끝을 향하고 있고, 그 작품의 끝자락에 그동안의 자신의 삶에 대해서 조금은 후회를 하고 있고, 잠시라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지만 그렇게 의지할 누군가조차 없다는 것에 혼자 눈물 흘리는 모습과 그 순간으로 인해서 어떠한 결심을 한 듯이 체크아웃을 하고 어딘가로 하염없이 떠나는 그리고 마지막에 차에서 내려 잠시 멋진 미소를 보이는 장면을 통해서 뭔가를 느끼게 만들기는 하지만 그 뭔가가 무엇인지는 쉽게는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느껴지기는 하는데 쉽게 표현하기는 어렵다.

가끔은 이런 작품들을 보면서 좋은 작품이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아니면 나쁜 작품이라고 말을 해야 할지 쉽게 판단되지 않는다.

기분 좋게 볼 수 없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게 ‘좋다 / 나쁘다’와는 다른 판단이기 때문에 그때마다의 기분에 따라 좋고 싫음이 정해지게 되는 것 같고, 매일이 주말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그리고 그런 삶으로 인해서 느끼는 무료함에 조금도 설득되지 않기도 하면서도 반대로 그런 삶이 이해되기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런 애매한 느낌이 소피아 코폴라 작품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느낌에 매력을 갖기 보다는 의심스러움을 더욱 갖고 있기에 항상 그렇듯이 평가를 미루게 된다. 그녀의 연출과 의도가 그런 삶을 비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도 지루한 삶을 살아가는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 옹호하는 것인지 혹은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그런 삶을 보려고만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비판적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것 같지는 않고,

그렇게 생각되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을 점점 더 의심스럽고 조금은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