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내인 크리스티나(베라 클루조 분)의 돈으로 구입한 기숙사 학교의 교장 노릇을 하고 있는 미셸 들라살(폴 뫼리스 분)은 잔혹하고 인색한 인물로 아내에게 폭행과 모욕을 일삼는다. 한때 수녀이기도 했던 여리고 착한 여자 크리스티나는 그런 남편의 구박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미셸의 정부이자 학교 선생인 니콜 오르네(시몬느 시뇨레 분)가 크리스티나를 찾아와 둘이 공모해 미셸을 살해하자고 제안한다. 의기투합한 두 여자는 학기 중 쉬는 기간을 이용해 니콜의 고향으로 가 이혼하고 싶으니 돈을 돌려달라는 말로 미셸을 유인한다. 격분한 미셸이 달려오고, 두 여자는 독이 든 와인을 마시게 해 쓰러진 미셸을 욕조에 빠뜨려 익사시킨 뒤, 미셸이 술에 취해 사고로 익사했다고 만들기 위해 학교로 돌아와 시체를 수영장에 던져버린다. 하지만 미셸의 시체는 떠오르지 않고, 크리스티나는 점점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크리스티나는 수영장의 물을 다 빼내고 시체를 확인하기로 한다. 그러나 시체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고 없다. 그때부터 미셸이 입고 있던 옷이 세탁소에서 배달되는 등 미셸이 살아있다고 믿어질 만한 이상한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히치콕에 필적하는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앙리 조르주 클루조의 작품은 그동안 접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특별히 언급할 수 없기는 하지만 그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디아볼릭’만 놓고 보자면 그런 평가가 정당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이는 히치콕에 비해서 완성도가 미흡하거나 떨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그와 유사한 느낌의 작품들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 같고, 둘은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느낌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방식 자체가 달라서 둘을 어째서 동일한 선상에 놓고 비교를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지 않게 된다. 히치콕이 관객들과 숨바꼭질을 하는 성향이라면, 클루조는 관객들이 등장인물에 몰입해서 동일한 상황에 놓이게 만드는 성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둘 다 독일 표현주의 작품들에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유사한 느낌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만 놓고 비교를 하기에는 두 감독은 유사함 보다는 차이를 더욱 강조하게만 되는 것 같다.

그동안 여러번 리메이크 되었을 정도로 인상 깊은 작품인 ‘디아볼릭’은 클루조의 최고작으로 꼽히고 있고, 그는 이 작품을 통해서 안정된 진행과 함께 긴장감을 서서히 고조시키며 작품을 보다 불안감을 만들어내고 있고, 결말 부분에서 보여주는 긴장의 폭발과 충격적이면서도 조금은 애매한 느낌의 갑작스러운 마무리를 통해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권위적이며 과격하고 폭력적인 성향의 (돈에 대한 지독한 탐욕을 보이는) 남성과 병약한 그의 아내와 선이 굵고 성적인 매력이 도드라지는 남성의 애인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기묘한 관계와 함께 남성에 대한 애착보다는 그에 대한 혐오감으로 인해서 생겨나는 동질감과 남성을 죽이려는 두 여성의 공모는 작품이 처음으로 발표될 당시에는 놀라움으로 가득한 설정이었을 것이고 지금으로서도 평범한 느낌은 들지 않는 설정일 것이다.

살인에 대한 공모와 함께 남성을 죽이게 되기까지의 긴장감과 시체를 옮기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불안감은 뛰어난 연출력이고 잘 짜인 긴장감이었다.

그리고 시체를 유기한 다음 만들어지는 불안감과 함께 없어진 시체로 인해서 생겨나는 긴장감과 불안감은 그 강도가 일정한 수준으로 느껴지게 만들기 보다는 점점 고조되고 점증되는 느낌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높아지는 긴장감으로 인해서 갑갑함을 느끼도록 만든다.

게다가 그 불안감을 더하게 만드는 기묘한 사건들과 퇴직 형사의 등장은 남성이 죽지 않고 복수를 하러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그들이 벌였던 범죄가 탄로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겹쳐지며 점점 더 고조된다.

이렇게 고조되는 긴장감과 함께 결말 부분에서의 빛과 어둠의 대비와 타자기 소리 그리고 다시금 등장하는 시체까지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고, 그 폭발되는 불안감과 함께 연결되는 간략한 마무리와 여운이 느껴지는 결말은 뛰어난 연출력이었고 멋진 짜임새였다.

클루조의 연출은 사건이 보다 초자연적인 성격을 보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 현실에서 벌어지는 잔혹함과 미궁에 빠져가는 느낌의 히치콕의 작품과는 점점 더 거리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둘의 차이점만을 언급하는 정도가 나을 것 같다.

안정감 있는 연출과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이 인상적인 작품이었고,

그 긴장의 끝자락에 보이는 초자연적인 분위기와 함께 폭발되는 불안감은 지속적으로 다시금 이 작품이 제작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시켜주고 있다.

참고 : ‘디아볼릭’은 기본적으로 ‘무섭게’ 느껴지는 작품이기 보다는 ‘불편 / 불안한’ 느낌을 만드는 작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