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얻는 것일까?

아마도 대부분은 영화를 통해서 재미와 감동 그리고 약간의 의미를 얻을 것이고, 그것 중 하나라도 만족시켜준다면 충분히 제몫을 했다는 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 보다 더 의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영화가 더 많은 재미와 감동, 의미를 담아내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지만, 영화는 그저 영화일 뿐이고 아무리 그것들을 담아낸다고 해도 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을 것이고 거대한 의미를 담아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를 얘기할 때는 영화가 전달하려고 했던 재미와 의미에 대한 만족감에 대해서(만) 얘기를 하는 경우와 영화가 담고자 했던 숨겨진 의미 혹은 영화를 만드는 이들도 의식하지 못했던 의미를 얘기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후자에 몰두할수록 영화에 보다 더 큰 의미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일 것이거나 혹은 그걸 통해서 먹고 살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꽤 괜찮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접해서 보게 된 ‘와일드 타겟’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만족스럽게 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괜찮은 코미디일 것이다. 영국식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와일드 타켓’은 전형적인 영국인의 모습을 보이는 깐깐하고 뻣뻣한 느낌의 킬러와 아름답지만 방탕한 여인과 부랑자처럼 살아가던 젊은이가 우연한 계기로 함께하게 되어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도움을 주게 되는 내용이고 이 이야기 속에서 남녀 간의 사랑과 여러 웃음을 주는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

2시간이 조금 안 되는 상영시간을 조금 더 줄였다면 덜 지루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조금은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를 좋은 배우들을 통해서 꽤 괜찮은 유머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에 적당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전형적인 영국식 코미디 작품.

그게 평가의 전부일 것 같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반적인 평가와 달리 조금은 작품 이면을 바라보게 된다면 어떻게 보게 될 수 있을까?

옳은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달리 본다면 이 작품은 영국 사회가 갖고 있는 조금은 보수적인 시각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할 것이다. 자기 자신의 규칙을 철저히 따르고 있는 킬러의 모습과 그의 모습과 반대되는 방탕한 모습의 여성과 목적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고 그저 늦은 시간까지 축구와 록음악에 몰두하고 있는 젊은이의 모습은 지금의 젊은이들에 대해서 근심을 갖고 있는 영국의 시선일 것이고 모든 것을 갖고 있는 킬러의 풍요로움과 달리 별다른 재산이 없(어 보이)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충분히 시사적이다.

방탕한 삶(성적으로는 활발하고, 도덕적인 의식은 없으며, 매우 손버릇이 나쁜)을 사는 여인이 조금은 (기존의 정숙하고 조신한) 영국적인 여성의 모습을 갖추도록 만드는 것은 그리고 특별한 재능도 없어 보이고 별다른 노력도 기울이지 않던 젊은이의 숨겨진 재능을 알아보고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이는 (보수적이고 뻣뻣한 하지만 모든 것을 거머쥐고 있는) 늙은 킬러이다. 킬러가 그들을 통해서 조금은 삶의 풍요로움을 받아들이게 되고 회색빛 삶에서 입체적이고 색채감을 갖게 되기도 하지만 젊은이들이 그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킬러는 누군가를 죽임으로써 수익을 얻는 직업이고, 이를 통해서 최고의 위치에서 많은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죄의식을 갖고 있지 않고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그와 비슷한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 중 점점 더 지저분한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에 불만스러울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직업에 환멸을 느끼기 보다는 이어지도록 만드는데 몰두하게 된다.

조금 더 통제되고 깔끔한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킬러의 모습과 그에게 동화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기존의 전통에 보다 충실하기는 바라는 시각과 함께 자신의 삶과 가족을 위해서 누군가를 죽이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기를 혹은 그런 삶에 대해서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기괴한 시선을 엿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시선이 기괴하게 생각하기에는 단순히 영국 사회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어느 곳에서나 만연한 시선이라는 생각 때문에 비난 보다는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와일드 타켓’은 가볍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이면서도 그 이면에는 조금은 달리 본다면 보다 복잡한 시각을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그 시각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서 보다 이 작품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질 것 같고 인상이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는 그저 영화일 뿐이지만,

때로는 영화는 그저 영화가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