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녀석은 아침 일찍부터 등교 준비에 부산스럽다.
"엄마, 아빠 학교 다녀 오겠습니다"하고 돌아서는 큰 녀석을 불러 세웠다.
내게는 큰 아이가 학교를 가는 게 아니고 전장(戰場)에 나가는 뒷모습으로만 보인다.
"은혁아~"
"네?"하고 대답하며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에서 장수의 눈빛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마냥 어린 아이의 순진한 모습일 뿐이다.
어설픈 주문은 말자.
머리와 뺨을 어루만지고 등을 한 번 토닥여 주고는
"잘 다녀 와?"로 출정식을 마친 셈이다.
사무실에서 내내 안절부절이다.
지루한 하루.
온통 큰 아이 생각 뿐이다.
도박의 결과가 성장 과정의 어린 아이에게 큰 상처로 남을 수도 있는 두려움에 괴로운 거다.
굳이 자위한다.
'용기'란 두렵지 않은 것이 아니고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이겨내는 것이다.
퇴근 길.
동료들의 술 한 잔의 권유도 뿌리치고 부랴부랴 집을 향했다.
아내의 결과 보고다.
큰 아이는 학교에 가자 마자 그 아이의 교실을 찾았고
아빠의 주문 그대로 자기가 전혁이 형이라 말하고 다짜고짜 두들겨 팼단다.
갑자기 공격을 당한 그 아이는 오히려 반항할 생각을 못 하더란다.
어떨결에 일은 저질렀는데 공부가 되지 않더란다.
체육 시간.
그 아이네와 합반 수업였고 은혁이는 축구를 하는데 그 아이는 벤치에 앉아 은혁이만 노려 보고 있는 것을 알고는 다리에 힘이 빠져 도저히 달릴 수가 없더란다.
하굣길.
무심코 집을 향하는데
"이.은.혁"
하고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돌아 보니 그 아이가 양 손에 돌멩이를 들고
분노의 찬 눈 빛으로 은혁이를 노려 보더란다.
순간 너무 당황하고 겁이 나 집에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를 정도였단다.
대충 씻는둥 마는둥하고 큰 아이를 불렀다.
"은혁아! 잘 했어. 그런데 그렇게 무서웠었니?"
"예. 걔는 화나면 아무거나 들고 찌른대요"
"나쁜 놈이구나"
라고 말은 하면서도 일을 크게 벌려 놨구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오늘로 상황이 종료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서 대충 멈추면 시작을 하지 아니함만 못하다.
"은혁아!"
"네?"
"너 그 돌맹이로 맞으면 죽겠니?"
"...... 죽지는 안을 것 같은데요?"
"그래. 죽지는 않고 피가 나고 아프긴 할거야. 아픈 건 참으면 되고 상처는 약 바르면 돼"
잠시 수습책을 생각하고는 다시 작전 지시에 들어 갔다.
"은혁아! 내일 그 아이에게 다시 찾아 가서 한 번 다시 두들겨 패 줘. 아주 늠씬........
싸우기 전에 이렇게 말 해.
네가 돌맹이를 들면 나는 몽둥이를 들 수 있고 네가 몽둥이를 들면 나는 칼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아이가 무기를 들면 너는 더 무서운 무기로 싸워.
네가 이길 때까지 싸워.
모든 건 아빠가 책임 질 게!!
그 아이가 덤비면 죽을 때까지 싸워 봐!!"
"네에"
나는 큰 아이의 어깨를 툭 치면서 작전 지시를 마쳤다.
"아빠 믿지? 나도 너 믿어"
"네"
더 큰 도박을 걸고 나는 큰 아이가 멋진 '타짜'여 주기를 바라며 또 잠을 설쳐야 했다.
밤이 길고
이튿날의 하루가 너무 답답하다.
어쩌랴!
이미 주사위는 던져 진 것을.
(3부에서 뵙겠습니다. 너무 길어져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