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비긴 어게인' 영화를 알았을 때 감독이 원스의 감독이라는 것과 이번에도 음악 영화라는 점때문에 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계속 이렇게 저렇게 미루다보니 개봉한지 한 달도 넘어 관람을 하게 되었다. 고맙게도 영화가 인기를 끌어 아직도 영화가 상영이 되는 것이다. 몇 백만 하는 영화도 한 달이 넘도록 상영이 되는 경우가 드문데 '비긴 어게인'은 특이하게도 입소문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꾸준한 사람들이 발걸음을 한 덕분에 한 달이 지난 지금인데도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영화를 볼 때 '영화에 나오는 음악이 이미 친숙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음악차트에서 여러 곡들이 차트 상에서 인기를 받고 있어 귀에 익숙하고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겠다는 판단을 내렸는데 이런 것은 뮤지컬과 비슷하다. 뮤지컬을 보는 사람들은 여러번 보거나 뮤지컬 넘버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관람하며 공연을 더욱 집중하는데 뮤지컬 영화가 아닌 '비긴 어게인'을 그런 상태에서 보게 되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우리의 나이틀리가 수줍게 무대에 올라가서 통기타 하나만 갖고 노래를 부른다. 아마도 노래를 사전에 듣지 않았어도 분명히 영화를 보자마자 이 노래에 푹 빠지게 되었을 것 같다. 총 세번에 걸쳐 도입부가 반복된다. 우연히 나이틀리가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게 되는 장면과 나이틀리 입장에서 무대에 서게 된 과정, 마크 러팔로 입장에서 그 장면을 보게 된 장면으로. 약간은 쓸데없이 세 번에 걸쳐 보여준다는 느낌은 들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노래를 나이틀리가 부르는 것인지는 몰랐다. 그저 음악영화라는 것만 알고 있어 노래는 따로 삽입곡이라 생각을 했던 내 착각이다. 영화상에서 나이틀리는 가수 지망생은 아니였지만 우연히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이를 발견한 프로듀서가 그를 발탁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딱 한 순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영화속에서 나온 기적과도 같은 순간일지는 모르지만 내 재능을 알아주는 딱 한명이 내 재능을 키울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해 포기하거나 그런 상황을 만들지 못해 포기한다. 아주 우연히 훌륭한 프로듀서를 만난 나이틀리에게는 행운이지만 이미 충분한 매력과 재능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사실이다. 이를 프로듀싱하는 과정도 참으로 매력적이다. 실제로 그런 녹음을 하지 않는 분명한 이유가 있겠지만 영화에서는 뉴욕 도시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녹음을 하는데 정말로 매력적으로 보였다.

신인 가수든 기존 가수든 상관없이 이런 기획을 갖고 노래를 녹음하고 마케팅을 한다면 사람들은 분명히 관심을 갖고 한 번 정도는 들을것이라 생각되었다. 음악이 좋은지 여부를 떠나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방법은 무척이나 기발하게 보였다. 특히, 영화 초반에 이런 대화를 한다. 난 진정성을 갖고 음악을 하고 싶다. 그런데, 그 진정성을 누가 알아주는가?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그 진정성은 의미가 없다. 한 마디로 진정성만 갖고 있는 이름 없이 조용히 사라지는 음악가 된다는 의미였다. 이런 의미의 내용은 이미 잘 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여러 생각을 했다. 그 부분에 있어 개인적인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세상은 진정성을 알아주지 않는다. 고 생각하지만 내가 진정성이 없는지 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모든 사람들은 다 진정성을 갖고 자신의 일을 한다. 그렇지 않다고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진정성만을 갖고는 이룰 수가 없다. 현대는. 자신이 진정성을 갖고 일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알려야한다. 이 부분에 대해 오래전부터 고민하고 있고 나 스스로 가장 부족한 점이라 영화에서 나온 대사가 더욱 내 정신을 집중시켰다.

영화 마지막에 가서 이 영화가 성공한 방식처럼 자신의 앨범을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끝이 난다. 영화가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흥행에 성공했듯이 판매가 10달러에서 가수에게 단지 1달러만 온다는 사실을 알고 - 그것도 모든 제작은 자신이 직접했고 유통만 하는데도 불구하고,마케팅도 대신 해주지만 - 이에 대해 고민을 하다 자신이 직접 음원을 단 1달러만 받고 공개하기로 결정을 하고 유명 음악가에게 언급을 부탁하여 관심을 이끌어 낸다. 성공여부는 나오지 않지만 성공했을 것이라 믿는다.

의외로 영화의 내용은 좀 부실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로 영화가 끝이 난다. 물론, 영화의 내용은 제목에 나온것처럼 프로듀서인 마크 러팔로와 키이라 나이틀리가 자신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내용으로 함께 앨범을 만다는 과정이다. 앨범을 다 만들었으니 영화는 끝이 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무엇인가 아쉽고 어딘지 '잉~!!'하는 느낌으로 끝이 난다. 이게 여운으로 끝이 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 감독이 그걸 알고서는 영악하게도 마지막에 앨범 발표를 자막과 함께 보여주면서 끝을 낸다.

평소에도 나이틀리는 단순히 예쁜 것이 그치는 배우가 아니라 자신의 소신을 갖고 활동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영화는 아주 잘 어울리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늘 여러 영화에서 봤기에 얼굴은 알았는데 이름알기를 게을리했던 마크 러플로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각인이 되었고 마론 5의 애덤 리바인은 연기는 그럭저럭이고 노래는 매력적이라고 보였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그것도 나이틀리가 노래하는 부분이다.

영화 '원스'에서도 진정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관객을 공감과 울림을 전달했다면 이번에는 진정성을 갖고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할 것인지를 알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갖고 왔다고 보인다. 음악으로 먼저 접한 '비긴 어게인'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꼭 극장에서 보겠다는 일념으로 보게되었는데 잘했다. 영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의자에 기댄 엉덩이를 들고 몸 전체를 앞으로 향해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역시나, 이렇게 무엇인가 판타지스러운 영화를 사람들은 좋아하는 듯 하다. 나를 포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