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여행 마니아 컬럼 - 여성포털이지데이

2008년 1월 11일 오키나와 _ 여행 3일차

8. 아메리칸 빌리지

선셋비치와 아메리칸 빌리지

미하마(美浜) 아메리칸 빌리지는 미군 기지가 들어선 짜딴의 해변을 중심으로 조성된 쇼핑,위락단지다. 대형쇼핑센터, 패스트푸드점,커피숍,극장등이 밀집해 있고, 바닷가에는 선센비치라는 인공해변이 조성돼 있다.

류쿠무라에서 120번 버스를 타고 아메리칸 빌리지로 향했다. 오늘은 계속 버스운이 좋은덕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탔다. 어제는 시간 여유가 없었는데, 버스운이 없더니, 오늘은 시간여유가 많은데 버스가 참 잘도 와 주신다.

선셋비치가 있는 '군병원 앞 버스정류장' 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한 무리의 한국 사람들이 버스에 오르려고 하는데, 내리는 사람이 있음에도 막 올라타려한다. 일본 버스는 버스가 완전히 멈춘후에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린다. 120번 버스의 경우 문이 앞에 하나인 버스인데도 맨 뒷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도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국에서는 그랬다가는 욕 먹겠지만, 여긴 그게 정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엔 좀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여긴 일본이니 일본 법에 따라야 하지 않나? 한국 사람들 꼭 외국 와서도 티를 내야 하나?

내릴때 차가 정차하기도 전에 미리 문앞에서 준비하는건 워낙 한국에서 버릇이 돼서 그렇다 치더라도, 버스 탈때도 내리는 사람 신경도 안쓰고 무작정 올라 오신다. 기사 아저씨가 막 올라오지 말라고 먼저 내리고 타라고 신호를 줘도 올라오려는 사람들. 오키나와 여행하면서 그런 한국 사람 몇 봤다. 제발, 그러지 말자. 물론 한국 사람 말고도 다른 외국인들도 가끔 그러는거 보긴 했다만, 한국 사람들이 유독 심하다. 나중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면서 마치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 양, 여기 사람들은 답답하다느니, 난 그냥 막 타고 막 내렸다느니 떠드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건 자랑이 아닌데 말이다.

암튼, 선셋비치에 가기 위해 '군병원 앞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우선 숙소로 향하는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선셋비치로 향했다. 선셋비치는 '노을이 아름다워 데이트 장소로 최적!' 이라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곳이라고 한다. 마침 도착한 시간이 해가 지기 30여분 전으로 시간에 딱 맞춰 왔다.

버스정류장에서 약 15분을 걸어가니 선셋비치가 나온다. 생각보다 작은 해변에 사람도 많지 않아 썰렁하기까지 하다.

낮에 들렸던 만자비치나, 부세나리조트쪽은 수영금지라는 팻말이 있었는데, 여기는 보이지 않는게 해수욕이 가능한가 보다 했는데, 마침 물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낮에는 좀 덥다 싶은 날씨지만, 해가 지기 시작하면 그래도 좀 쌀쌀한 날씨인데, 춥지도 않나? 자세히 보니까 남여커플인데, 여자는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고, 남자는 춥다고 안 들어가겠다고 하는거 같다. 여자친구가 계속 들어오라니깐 결국 마지못해 들어가는 같다.

5시 40분 드디어 해가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다. 구름이 좀 많긴 해도 덕분에 멋진 장면이 연출 될 거 같은 기대감에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마땅히 좋은 장소는 없었고 다 거기서 거기. 그리고, 구름이 너무 많아서인지 멋진 노을은 연출되지 않고 해는 사라져 버렸다.

이내 해는 지고 어둠이 찾아 온다. 선셋비치를 뒤로 하고, 아메리칸 빌리지의 심벌이라는 60M 대 관람차가 있는 카니발 파크로 향했다. 일본은 도시에 이런 대관람차 있는 곳이 많아서 이젠 새롭지도 않지만,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뭔가 볼 게 있다는 것. 그것이 별거 아닐지라도 볼 게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우리 나라는 그냥 건물만 들입다 짓느라 숨막히는 빌딩 숲이 돼 버리는데, 중간 중간 쉬어갈 수 있는 볼거리도 좀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들이 숨을 쉬고 살텐데 말이다.

선셋비치에서 약 5분 정도 걸어 대관람차에 도착했다. 그래도 좀 번잡하겠지 했는데, 여기도 사람이 별로 없다. 주말이나 돼야 북적일 모양이다.

오키나와에 와서는 처음으로 자전거 탄 사람을 본거 같다. 그것도 무려 짧은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언니는 더더욱. 일본에서는 정말 흔하디 흔한 풍경인 자전거를 오키나와에서는 정말 보기 힘들다. 일본 여행하면서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많던 자전거에 많이 놀라곤 했었는데, 오키나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뭘까? 문득 궁금해진다.

아메리칸 빌리지에 온 이유중 하나는 바로 야경을 찍기 위해서다. 대관람차가 있기에 야경이 볼만 하다는 글을 봤기 때문인데, 아직은 야경을 찍기엔 시간이 이른 듯. 마침 저녁 시간도 됐고 하니 밥 먹을 곳을 찾아봐야 겠다. 천천히 쇼핑몰 구경도 하면서 말이다.

쇼핑몰을 한바뀌 쭉 돌아주고, 적당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오늘의 저녁메뉴는 라멘. 오키나와에 와서 꼭 먹어야지 했던 음식중 하나다. 그렇다고 오키나와가 라면이 유명하다는건 아니고, 그냥 일본 라면이 먹고 싶었다.

어떤 라면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정식을 주문했다. 그런데 뭔가 질문을 한다. 면의 종류를 묻거나, 매운거? 안매운거? 를 물어보거나, 아니면 라면에 들어가는 고기? 등등 지금 할 수 있는 질문의 종류가 많아서 무슨 말인지 도통 못 알아 듣겠다. 그래서 "니혼고가 데끼마셍" (일본말 못해요) 라고 한마디 해 주니 그냥 가신다. 아마 기본으로 나오겠지 싶다.

밥만 먹으러 들어온건데 생맥주를 150엔에 판다고 써져 있다. 그렇다면 안 먹어 줄 수 없다. "나마 비루 이거!" 헉...'이거' 는 중국어다..-_-;; 뜬금없이 중국어가 튀어나오고 난리냐...다시 "나마 비루 히토츠"

라면은 생각대로 그냥 일반적인 일본 라면이 나왔다. 그래도 맛있다. 이게 대체 얼마만에 먹어보는 일본 라면이냐! 라면에 밥에 만두에 맥주까지 마셨더니 배가 빵빵하게 불러온다. 그래, 먹는게 남는거다. 여행을 할땐 이렇게 잘 먹고 다녀야 한다.

밥을 먹고 시계를 보니 6시 반뿐이 안됐다. 오늘 일정은 여기가 마지막인데, 좀 이른 시간이다. 같이 온 친구라도 있다면 숙소근처의 술집에서 간단히 술한잔 하면 딱 좋겠는데, 혼자라 참 심심하다. 쇼핑몰 밖으로 나서니 거리 공연을 하는 가수가 보인다. 일본에서는 가끔씩 볼 수 있는 거리공연. 우리나라 바로 옆 나라인데, 어쩜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우리나라도 우리나라 만의 멋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이런건 좀 부럽다. 그냥 길을 걷다가도 어렵지 않게 문화와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거리.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잠시 노래 감상을 하며며 여유를 즐기다 시계를 보니 버스 시간이 다 돼 간다. 아직 막차까지는 시간이 있긴 했지만, 막차는 50분 뒤에나 오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아메리칸 빌리지와 작별을 했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가시란다. 그래 안녕히 가주마, 다음에 또 올게~.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그래! 다음에 또 올게! 지금까지 수 많은 곳을 여행을 하면서 늘 마음속으로 '다음에 또 올게!' 라고 말을 하곤 했다. 전에는 여분의 돈도 있었고 시간도 있었지만, 이제는 돈도, 시간도 없을것이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도 이젠 바닥이 드러나고 있고, 돈이 바닥나면 일을 해야 하기때문에 시간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은 얼마든지 많다. 어떻게든 돈을 벌고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또 오면 된다. 물론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이 세계에는 아주아주 많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갔던 곳에 또 가고 싶은 욕구! 나도 내가 왜 이런지는 모르겠다. 새로운 곳도 많은데 왜 굳이 갔던곳에 또 가고 싶은걸까?. 추억을 되새기기 위함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