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와의 투어를 마치고 우리가 향한 곳은

마추픽추의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Watchman's Hut (경비인의 오두막) 이었다.

꽤나 높은 곳에 있어서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만 했다.

위 사진의 오른쪽 맨 끝까지 올라가면 오두막 한 채가 홀로 서 있다.

잠시 쉬어가는 중.

항상 카메라를 들고 있는 턱에 남편의 맨 얼굴을 찍는 건 참 힘들다.

저 멀리 보이는 보수 작업중인 아저씨들.

정말 누구라도 마추픽추의 너무나 깔끔한 보존 상태에 깜짝 놀랄 거다.

드디어 도착!

사진과 영상으로 자주 보았던 바로 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가운데에 뾰족하게 솟은 와이나픽추의 모습은 앞편에서 말했던 것처럼 누워있는 잉카인의 얼굴이다.

오른쪽이 이마, 가운데가 코, 왼쪽 봉우리가 툭 튀어나온 턱.

자세히 보면 그 얼굴을 휘감아 돌고 있는 흙탕물 색의 우르밤바강이 보인다.

지구반대편에 온 기념으로 인증샷.

누구들은 예쁜 비치웨어 입고 허니문 인증샷을 남길텐데,

심지어 드레스를 싸들고 가서 셀프웨딩사진을 찍어오는 이들도 있는데

나는 방수용 바람막이에 등산용 모자..ㅋㅋ

다리가 길어보이는 마법의 렌즈.

좀더 당겨서 본 마추픽추의 전경.

가이드와 둘러보았던 웬만한 곳들이 다 보인다.

이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게 바로 경비인의 오두막이다.

마추픽추의 거의 유일한 뷰포인트이다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오후 내내 내리다 말다 했던 비 때문인지 우리가 마추픽추를 나올 때 쯤엔 이렇게 무지개, 그것도 쌍무지개가 보였다.

쌍무지개는 색깔 방향이 반대라는 알고 계신지..?

마추픽추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야마들.

나오기 직전에 저 멀리서 우리를 빼꼼하게 쳐다보는 모습이 귀여워 찍어보았다.

생각보다 긴 시간동안 마추픽추를 둘러보고는 거의 5시 정도에 나왔던 것 같다. 거의 10시간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도, 길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떠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와서는 버스정류장에서 호텔로 걸어가는 길.

하루 종일 내린 비 덕분에 온 거리가 촉촉하게 젖어 있다.

일단은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숙소 바로 뒤에 있던 이름 모를 식당에 들어가 저녁 식사를 시켰다.

꽤나 난해한 인테리어지만 단지 이곳이 외국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치즈버거와 치킨 어쩌고..

사이드는 역시 감자튀김. 각각 10~12솔 정도 했던 것 같다. (4~5천원)

누가 남미의 물가가 싸다고 했던가..!

볼리비아는 몰라도 페루는 절대 싸지는 않았다.

아마 우리가 간 곳이 너무나 유명한 관광지이자,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겠지.

애초에 관광지에서 싸고 맛있는 음식을 바라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ㅎㅎ

하지만 전날 밤에 갔던 로컬 식당은 예외. 

이 식당에서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의 외국인들이 어디선가 엠파나다(empanada: 속에 치즈나 고기 등이 든 빵)를 샀는지 가방에서 꺼내는 걸 발견했다.

나는 엠파나다를 너무너무 사고 싶었는데 파는 곳이 어딘지를 몰라 못사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어디서 샀는지 너무 묻고 싶었는데 부끄러워서 그러지 못하고 식당을 나왔다.

하지만 너무너무 알고 싶은 나머지 다시 식당으로 가서 그 사람들에게 가서 excuse me? 했더니 돌아오는 말이

Yes? 가 아닌 안녕하세요?

순간 우리는 벙쪄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웃으며 설명해주었다.

태백에서 1년 영어 강사를 하다가 그만 두고 여행을 왔는데

옆 테이블의 우리가 한국말로 대화하는 걸 듣고는 한국 사람인 걸 알았다고.

그리곤 친절하게도 지금 막 계산하고 나가려는 차이니 빵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자기들도 빵 사고 싶어서 물어물어 찾은 빵집이라며 ㅎㅎ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는데 그 음식이 두부조림 ㅋㅋ

보통은 불고기나 갈비 뭐 이런 것들을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의외의 음식이어서 재미있었다.

식당으로부터 꽤나 먼 곳에 있던 빵집까지 우리를 데려다주고

거기에 이 아가씨는 (내가 보기엔) 꽤나 유창한 스페인어로 주인에게 빵의 특징까지 물어주는 친절함을 배풀어 주었다.

예를 들면 이 빵엔 뭐가 들었냐, 몇 개에 얼마냐 이런 것들 ㅎㅎ

덕분에 먹고 싶은 빵을 잔뜩 사서 다음날 아침으로 먹을 수 있었다.

고맙다는 인사 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 두었으면 나름의 추억이 되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이제 페루에서, 남미땅에서, 우리의 신혼여행도 단 하루가 남았다.

내일은 다시 쿠스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