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참 평등하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니까.

세상은 참 공평하다.

얻은만큼 딱 그만큼을 잃게 만드니까.

밤 10시에 해가 지는 곳!

낮시간이 기니 여행하기엔 참 좋다.

해질 때까지 하루를 알차게, 야무지게 보낼 수 있으니...

그런데 한가지는 아쉽다.

낮 시간을 오래 누린 만큼 밤은 그만큼 짧아진다는 것!

잠이야 줄이면 되지만,

밤에 만날 수 있는 것을 온전히 즐길 수 없음이 아쉽다.

돈황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사주 야시장!

명사산에서 10시 넘어까지 있었으니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다. 

호텔로 돌아가기 전,

야시장의 분위기를 느껴보고자 잠시 들른 곳!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불과 한 시간 남짓!!!

돈황을 찾는 관광객은 1년에 300만명이라고 하는데,

가이드 말에 의하면

돈황 사람과 외지인을 한눈에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눈빛 초롱초롱) 뭘까??

정답은

못 생긴 사람들은 모두 돈황사람이요,

좀 예쁘면 타지에서 온 사람이란다.

무슨 그런 썰렁한 농담을??

그런데, 농담이 아니란다.

돈황은 물이 귀하다보니 수분 부족이 외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듣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난 외부에서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쁜 축에 들어가게 됐다. ㅋ

물이 귀한 곳에서 유일하게 인정받는 것은 과일이다.

비가 안오기 때문에 과일의 당도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

앞쪽에 수북히 쌓인 것은 건포도!

청포도를 말린 것이라 건포도 빛깔이 초록색인 것이 이색적이다.

불과 1시간 전까지 명사산을 함께 누볐던 사막의 동반자!

시장에선 인형으로 다시 태어나있다.

아~ 그림 속에 담긴 풍경이 익숙하고 친근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곳은 물건을 파는 시장이자 동시에 물건을 만드는 공장이라는 것!

"상인"들은 호객 행위 대신 직접 "장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파는 물건들 하나 하나엔 예술혼이 담겨 있는데...

아~ 그림 속의 저곳은 사막 속의 오아시스 "월아천"이 아니던가!!

그림 그리고 채색하고...

이렇게 완성되고...

구경하는 재미가 여느 시장의 갑절이다.

반질반질한 물소뿔은 예쁜 글씨를 담아 열쇠고리로 거듭났는데...

이곳 시장 상인들은 모두가 예술가이다.

재료도 가리지 않는다.

평평한 도화지면 어떻고

둥그런 박이면 어떠냐는 듯

재료 불문하고 조각하고 그림을 그려대는데...

작업실은 시끌벅적한 시장통!

옆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데,

아랑곳 없이 작품에 초집중!!

지켜보고 있는 것이 괜히 미안해질 정도이다.

어쩜 그리 재주들이 좋은지,

한국에 있었다면 <생활의 달인>이나 <인간극장>에 제보할 사람들이 널렸다.

앞쪽에 진열된 것은 도장용 나무!

한쪽에는 벼락 맞은 대추나무 <雷棗木(뇌조목)>도 보인다.

도장파는 것쯤이야 여기서는 유치원생들도 다 할 것 같은 분위기!

그런데 조각칼을 들고 있는 손은 굳은 살이 한가득이다.

우린 쉽게 보지만, 저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지금같은 장인의 위치에 올랐음을 인정해야 할 듯 하다.

화사한 빛깔의 저건 뭐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섯가지의 곡식이다.

설마 한끼분 밥 지을 것을 담아놓은 건 아닐테고,

아마도 이 지방에선 저렇게 오곡을 담아 집에 두면 복이 들어온다거나 하는

주술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재미있는 건 이곳엔 악세사리마다 글씨가 담겨있다는 것.

중국에서의 "한자"는 단순한 언어가 아닌 패션의 완성인 듯!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니 포장마차들이 보인다.

비록 작은 포장마차라 할지라도 좌석은 레스토랑 수준!

한쪽에선 꼬치 굽는 냄새가 솔솔 난다.

미국의 역사학자 부어스틴(Daniel J. Boorstin 1914~2004)은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을,

큰 것에서 얻으려 하면 작아지고,

작은 것에서 얻으려 하면 커진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만족의 정도를 수치화하고 그것을 여행함수라 이름짓고 있다.

지나다 들른 우연한 그들의 생활공간,

스쳐지나가는 "지나침"의 공간이었지만,

그 곳에는 그들의 열정과 삶의 편린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