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숲, 풀내음, 초록빛 그늘, 싱그러운 바람...

이런 어휘들이 그렇게 간절하게 그리울 줄 몰랐다.

 

개울물 소리, 작은 새들의 지저귐, 풀꽃들의 향기...

이런 흔한 풍경들이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인 줄 정말 몰랐다.

 

사막에 서기 전까지는...

 

지구별을 조성한 조물주가

굳이 불모지 사막을 만든 까닭은

그런 평범한 숲과 물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비로소 절실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가르쳐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심지어 사막에 서면

그토록 탈출해야만 할 것 같았던 잿빛 도시마저 그리워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렇게 퀭하게 빈 여백의 땅마저 그리워서 찾아온 나그네들은

어쩌면 다시는 찾지 못할지도 모르는 이 땅을

그저 스쳐 지나갈 수만은 없다.

 

낙타는 타고 내릴 때 휘청거리는 스릴이 압권!

낙타에서 크게 한번 흔들리기 전에,

추천 한 번 꾸욱~

 

 

 

바야흐로 명사산에 오른다.

한때는 신사산(神沙山), 혹은 사각산(四角山) 등의 명칭으로 불렸던 곳!

그 산을 낙타를 타고...

 

 

가끔은 한국말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경우가 그렇다.

도대체 무엇을 나타내고 싶었을까?

한국인도 해독이 안되는 머나먼 이국 땅의 한국 말!

비단 모국을 떠난 나그네만 고생이 많은 게 아니다.

객지에서 고생하는 모국어가 괜히 안쓰럽게 느껴진다.

 

 

낙타 체험은 50분에 30달러였다.

티켓을 끊으면 번호를 알려주는데,

그 번호표를 들고 있으면 낙타를 끄는 인부가 다가와 안내해준다.

이곳에 있는 낙타 수는 1000마리는 족히 되는 듯하다.

 

사실, 적잖게 고민을 했었다.

요즘 여행의 대세는 이른바 "공정여행".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가급적 철도를 이용하거나 많이 걷는 여행.

현지인의 수익을 돕기 위해 숙식은 가급적 현지의 시설과 재료를 이용하고,

동물 보호를 위해 코끼리나 낙타 등을 혹사시키는 트레킹 삼가기!

 

낙타를 타고 가는 내내 공정여행의 의미를 곱씹으며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낙타를 친구 삼아 놀고 있는 현지 아이!

카메라를 들이대니 수줍은 표정을 짓기에,

V 포즈를 가르쳐줬다.

낯선 여행객 앞에서, 그 어떤 경계심도 없는 환한 미소가 예뻤다.

손톱에 들인 봉숭아물!

첫 눈 올때까지 봉숭아물이 남아있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데,

너 설머 이 사막에서 첫눈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지?

 

 

오늘 나를 태울 "영광" 아님 "비운"의 낙타는 바로 이 녀석이 당첨됐다.

코에 끼고 있는 건 페트병 뚜껑 아니니?

답답해 보여 빼주고 싶지만,

저 또한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이 아닐터.

그냥 두기로 했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태어난지 얼만 안 된 새끼낙타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머리털 다 빠진 할아버지 낙타셔요?

나의 육중한 무게를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흠~

 

 

1/1000의 경쟁률을 뚫고 나와 기막힌 인연이 된 낙타와 함께

본격적으로 명사산에 오른다.

 

 

신기하게도 낙타발은 모래에 푹푹 빠지지 않고 잘 간다.

그야말로 사막 맞춤형 발~!!

 

 

낙타 타고 가는게 편하긴 한데,

모래 위엔 온통 낙타의 변 천지!!

그 냄새 또한 고약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금세 적응 되었다.

 

그리고 난 지금부터 낙타 등에 앉아 한손으론 손잡이를 붙들고,

한손으로 DSLR 카메라를 찍는 신공을 발휘한다. ㅋ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월아천에 갈 때 탔던 전동차가 여전히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전동차에 탄 사람들의 눈엔 낙타에 올라 앉은 내 모습이 멋있어 보이리라.

나 또한 저 전동차를 탔을 땐 낙타탄 이들이 더없이 멋져 보였으니...

 

 

모래 위엔 낙타들이 발로 만들어놓은 길이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일렬로 행진하게 되는데...

 

 

저~ 앞까지 늘어서 있는 낙타 행렬!

도대체 이 뙤약볕 아래를 얼마나 행진해야 하는지...

그늘 한점 없는 사막의 진수를 제대로 느끼게 될 듯 하다.

밤 아홉시가 다 되어가는 때의 풍경이다.

 

 

모래빛깔의 천에

고운 색실로 수놓은 듯하다.

어쩜 저렇게 간격도 딱딱 맞춰 걸을까.

낙타들이 신통하기만 하다.

 

 

보통 한명의 마부 아니 타부(駝夫)가 낙타 4~5마리를 인솔한다.

그리고 그 낙타들은 모두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중도 이탈은 있을 수 없슴!

 

 

갑자기 우리 부대를 이끌던 타부가 길에서 벗어나 낙타를 세운다.

무슨 일이지?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라도 한 건가?

의아한 눈빛을 보내자,

그는 다가와 카메라를 내놓으란다.

낙타 위에서 한손으로 이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찍어대는 게

영~ 불안해서 압수라도 하는건가?

 

그런데 카메라를 받아가서는 저 앞에 서서 나를 보고 사진을 찍는다.

아~ 기념촬영 시간이구나!!

 

 

무거운 카메라로 찍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 핸드폰 카메라를 건네며 한컷 더 부탁했다.

뒷사람, 뒷사람, 뒷사람...

그렇게 한명씩 친절하게 인증샷을 찍어주고는 다시 출발한다.

 

 

저 산 꼭대기에는 능선을 따라 걷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이 미세한 점처럼 보이는 걸 보니 산이 높긴 높은가보다.

저기까지 올라간 사람들도 대단~

저 산 너머엔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을까?

저 사람들에게 우리의 낙타행렬은 또 어떻게 보일까?

 

 

우측으로 내려오는 행렬과 마주쳤다.

명사산 일몰이 장관이라는데 일몰도 안 보고 내려오다니!!!

 

 

복면과 썬글라스는 기본인 차림새.

사막 위의 떼 강도들?

아마 이런 관광지가 아닌 진짜 사막에서 마주쳤다면 좀 무서웠을 것 같다.

 

 

간혹 한마리씩 낙오되어 있는 낙타가 보인다.

너무 더워서 일 못하겠다고 보이콧?

아니면 근로시간 초과에 대한 농성중?

 

 

어느덧 꼭대기에 다다른 듯!

파아란 하늘이 근사한 배경이 되어주니 낙타 행렬이 더욱 돋보인다.

 

 

30분 정도 올라왔을까?

어느덧 저만치 고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저~기 빨간 옷 입은 아저씨!

나그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데...

여기서 지금 사진 장사하시는 거예요?

즉석 카메라도 아닌 것 같은데 찍은 사진은 어떻게 주시려구?

하긴, 여기는 중국! 불가능이 없는 나라니까~

 

 

드디어 낙타가 올라갈 수 있는 최고지점에 도착!

내려서 저기 능선까지는 걸어가라고 한다.

그런데 요기 바로 앞에 불량하게 누워있는 낙타가 보이는데,

우리 인솔자 아저씨가 뭐라뭐라 하니

낙타가 벌떡 일어난다.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저 말은 중국어도, 외계어도 아닌 낙타어였던가??

 

 

여기는 낙타를 세워놓는 주타장!

내려갈 땐 우리가 타고온 낙타를 찾아 다시 타고 내려가야 한다.

저 많은 낙타들 중에서 타고 왔던 낙타를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이건 뭐지?

한쪽에서 티켓을 팔고 있는 게 아닌가?

설마 일몰보는데도 돈 내라고 하는건 아니죠??

 

 

중국어는 알아볼 수 없으나,

영어로 Ladder-climbing and Sand sliding이라고 적힌 걸 보면,

사다리 오르기와 모래 미끄러져 내려가기!

아~ 모래 썰매!!!

그런데 사다리로 오르기는 뭐지??

 

 

알고보니 이 나무 계단 오르는 것이 Ladder-climbing이었다. ㅋ

모래 썰매 타실 분은 저쪽으로~

그냥 일몰 보실 분은 반대쪽으로~

 

모래밭을 그냥 걸어서 오르면 미끄러져서 오르기가 힘드니

별도로 돈을 내고 목제 사다리 계단을 이용하라는 중국인다운 절묘한 상술!

중국인의 장삿술은 세계가 알아준다더, 과연!!!

 

새로운 경험이라 한번 해보고 싶기도 했지만,

일몰 시각이 임박해 그냥 일몰감상에 충실하기로~

 

 

모래에 푹푹 빠지고 미끄러지기 과정을 거쳐 오른 명사산 정상!

꽤 좋은 곳에 자리잡고 앉아 이곳의 풍경을 부지런히 담아본다.

석양 무렵 태양이 만든 사막 그림자가 절묘하게 능선을 구분해준다.

 

 

바람이 만들어놓은 모래 물결~

인간은 그 어떤 도구로도 이런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없으리라.

 

 

어느덧 일몰의 전주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바로 앞에 또 하나의 산이 가로막고 있을줄이야!!

 

 

일몰이 임박하자 낙타행렬이 더 길어졌다.

 

 

좀 있으면 주타장이 만타가 될 것 같다. ㅋ

 

 

아~ 사막에서 만나는 일몰~!

어찌나 강렬한지 119에 불났다고 신고할 뻔 했다.

 

 

그 때 하늘에서 나타난 요상한 물체!

아! 이곳 명사산의 사막에서 즐길 수 있는 건 낙타타기와 모래썰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저렇게 사막의 하늘을 날 수도 있었다.

 

 

불타고 있는 하늘로 날아가는 걸 보니

마치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다.

신화 시대, 이카루스의 모습이 저러했을까.

 

 

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

사막에서는 그렇게 하루가 뜨겁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하산을 위해 주타장을 다시 찾았는데,

내가 타고 왔던 낙타를 단박에 찾아냈다.

코에 페트병 뚜껑을 달고 있는 녀석!!

어찌나 요염하게 앉아있던지...

 

 

낙타가 아니어도 이 배불뚝이 아저씨만 찾으면 되는 것이었다.

우리를 인솔해준 아저씨!

조폭처럼 생겼지만, 사진도 열심히 찍어주고,

땀 뻘뻘 흘리면서 산정상까지 힘들게 낙타를 이끌고 걸어온 고마운 분!

 

 

이제 지평선을 마주보며 하산길에 오른다.

 

 

올라갈 때 실랑이하고 있던 낙타는 아직도 그 자리?

우리 인솔자 아저씨 "낙타어" 잘하시던데,

가서 문제가 뭔지 알아보시라 하고 싶지만,

갈 길이 바쁜 관계로...

 

 

그렇게 우리는 밤 10시가 다 되어 명사산을 내려왔지만,

눈 앞엔 아직도 노을이 선명했다.

 

 

명사산 인근 건물에 비로소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출구에는 "보너스 타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낙타 타고 올라갈 때 사진 찍던 아저씨!

찍은 사진들을 출구 쪽에 이렇게 전시해두었다.

1000 여장 되는 사진들 중 본인의 얼굴은 각자 알아서 찾는 걸로!!

이 사진은 중국돈 40위안에 팔고 있었는데,

역시 기발한 중국식 상술!!

 

결국 나의 소중한 초상권을 이역만리에 방치할 수 없어서 아이템 획득!

 

 

이 날 찍은 사진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가장 넓은 침대!

이 순간만큼은 세상이 내 것 같았다.

 

명사산의 모래색은 오색(五色)이라고 한다.

빨강, 노랑, 초록, 흰색, 검정!

비록 공정여행에 살짝 역행하는 편리의 여행을 하긴 했지만

결국 여행은 다채로움을 추구하는 것 아니던가.

색깔을 더하고 맛을 더하며 느낌을 더하는 것!

그래서 그것이 명사산의 색채만큼 오색을 지향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많은 설렘과 기대를 갖고 찾았던 명사산 트레킹은

기대만큼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었다.

 

나의 체중을 지탱해 준 페트병 뚜껑으로 코걸이 한 낙타여!!

많이 고마웠다네!

부디 자손 대대로 행복하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