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구별이라는 세상은
살면 살수록 더욱 더 흥미롭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시방삼세를 헤집고 다녀도 미답의 땅이 훨씬 더 많고,
아무리 가리지 않고 식도락을 탐해도 생전 처음 맛보는 음식이 천지다.
세상의 넓이는 다닐수록 더 커지고
먹거리 레시피는 먹을수록 더 다양해지는 것 같다.
내 두 발의 보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 속의 여탐(旅貪)과 식탐(食貪)의 진폭이 더불어 진화하는 것인지,
분명한 것은 아직은 결론 내릴 때가 아니라는 것!
조금은 더 질긴 이 역마살의 세월을 지켜볼 수 밖에...
양관고성(陽關古城)에서 느낀 우리 선조의 흔적을 아스라히 남겨놓고
다시 사막길을 나선다.
어떤 가지 않은 길과 다셔보지 못한 입맛이 기다리고 있을까.
새로운 입맛을 기대하면서
침 꾸울꺽~!
언뜻 보기엔 황량한 사막만 가로 누워있는 듯한 이 곳!
하지만 알고 보면 에너지의 보물 창고이다.
땅 위 뿐만 아니라 땅 아래 있는 것까지도 모두 자원이라니...
숟가락으로 긁으면 석탄이고,
스트로우만 꽂으면 석유가 솟는다.
그나마 그것도 아니라면 태양광만 해도 무진장이다.
자연의 벌판 위에서 순전히 인공으로 만들어 낸 먼지가루를 흥건히 휘날리며
도로를 점령하고 있는 차들은 대부분 집채만한 화물차!
그들의 곁을 지날 때면 인근 차량들은 어김없이 살을 떨고 소름 돋아야 한다.
이처럼 살 떨리고 소름 돋는 이 혹독한 곳에서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난 왜 이 땅이 간절히 부럽고 탐이 날까?
심지어 시간이 지날수록 도로를 달리는 화물차들이
마치 보물을 가득 실은 양 의기양양해 보이기까지.
중국 국민 1인당 얼마나 많은 자원을 갖고 있는지 몸소 보여주는 풍경!
중국 대륙은 찾을 때마다 절실히 느끼지만,
정~말 대단하다!
길 옆으로 태양열 발전단지가 쉴새없이 나타난다.
땅 위에 있는 엄청난 자원으로도 모자라
하늘의 자원까지도 야무지게 활용하는 중국!
대륙의 사막 위에 황무지라고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러고도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양주의 자원까지
목하 젓가락을 분주하게 들이대고 있는 중이다.
바라볼수록 목마른 풍경을 마주하며 우리는 돈황시로 돌아가고 있다.
남은 거리 33km?
금방이네~.ㅋ
중국에 며칠 있다보니 나의 스케일도 점점 커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이정표에 표시된 옥문관(玉門關)은 만리장성 북쪽의 대표 관문이다.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구미가 당기는 곳이지만 오늘은 일단 패스!
구미가 당긴다고 다 섭렵하게 되면 중국 대륙은 몇 년으로도 모자란다.
오후 4시 무렵, 호텔도착!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이곳은 천국이다.
그런데 가이드 왈~
"우리의 오늘 일정은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해지려면 아직 멀었다는 거 아시죠? ㅎㅎㅎ"
오후 4시인데??
아~ 맞다!
여긴 해가 밤 10시에 지는구나!
할 수 없이 우린 짐만 풀어놓고 호텔을 나섰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저녁식사!
저녁 식사 이후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명사산 낙타 트랙킹이 기다리고 있단다.
가이드는, 밤 10시까지 활동하려면 많이 먹어둬야 할 거라는 소심한 엄포도 잊지 않는다.
식사 때는 보통 10명씩 한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공유했는데,
식탁에 음식이 놓이자마자 여기저기서 젓가락이 날아든다.
나의 카메라 렌즈의 움직임은 한템포씩 늦어
이미 절반은 비어버린 접시에다 황망히 뷰파인더를 맞추고 있다.
어느 식당에서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시금치 나물! 나물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삶아서 기름에 무쳤다고 말하는게 맞을 듯! 그래도 먹기엔 제일 무난했던 음식 중의 하나였다.
사실, 중국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이 음식의 정체가 궁금했다.
늘 제일 마지막에 등장해 "누룽지나 숭늉" 역할을 하는 음식인줄 알았는데
맛을 보면 그게 아니다.
그렇다고 "국"이라고 하기엔 너무 늦게 나오고,
국수인가 하고 먹어보면 면발이 영 아니올씨다이고...
암튼, 끝끝내 이 음식의 정체는 파악하지 못했다.
사실, 이번 저녁식사는 약간의 흥미로움을 담고 있었다.
가이드의
"오늘 저녁에는 낙타발 요리를 드셔보실 겁니다" 라는 예고성 멘트가 있었기 때문!
그래서 육류요리가 나왔을 때 모두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그 음식을 바라봤다.
민첩한 젓가락질로 가장 먼저 고기를 입에 넣은 분이 있었는데,
모두의 시선이 자동으로 그의 입을 향했다.
그가 평가한 낙타발요리의 맛은?
"닭고기인데?"
앗! 잘못 짚었다.
또다시 묘한 음식이 나왔다.
비주얼의 특이함으로 미루어 보아 이번엔 낙타발요리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고기보다는 고기와 함께 들어있는 저 까만 식재료의 정체가 궁금하다.
고기는 뒷전으로 밀리고 모두들 저 까만 것을 하나씩 집어 자기 접시에 갖다놓는데...
나도 궁금해 하나 집었는데,
젓가락 끝으로 전해진 느낌이 꽤 묵직하고 단단했다.
뭔지 모르지만 너무 태운 거 아닌가?
궁금증이 증폭되어가는 가운데,
아까 그분, 이것을 살짝 베어물어본다.
모두의 시선이 그 무모하고 용감한 시식자를 향하는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돌멩이인데?"
이 때 등장한 가이드!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자갈은 왜 드시려구요?
고기를 익힐 때 함께 넣었던 돌인데...
고기가 금방 식지 않도록 넣어둔 것이니 드시진 마세요~" ㅋ
푸흡~
모두들 더위를 먹어 이성이 냉정함을 잃었나보다.
자갈도 몰라보다니!! ㅋ
그런데 음식에 대놓고 자갈을 넣어놨을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 역시 "중국이니 가능하다!" 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그런데 낙타발 요리는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잠시 후 등장한 요리!
바야흐로 예고된 고기가 나온 듯 했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낙타발 요리?'
조심스레 한점 먹어보는데...
묘한 맛...!
왜 이런 요리를 먹어야 하는지 설득력 있게 이해시켜줄 수 있는 맛은 아닌 듯!
돼지 껍데기처럼 물렁하면서도 쫄깃한 맛?
중국인들은 다리 네개 달리 것은 책상 빼놓고 다 먹는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 순간이다.
그들의 식문화라고 하니 왈가왈부하진 않겠지만,
이 음식을 앞에 두고 있는 우리가 왠지 야만인처럼 느껴졌다.
하긴 다 나그네의 탓이다.
기대와 상상을 너무 많이 해서는 안된다는 여행의 불문율을 어긴 탓이다.
식사를 하고 나왔더니, 눈 앞에 명사산이 펼쳐져 있다.
돈황시내에 자리잡고 있는 명사산!
바람이 불면 모래(沙)가 소리내어 운다(鳴)고 해서
명사산(鳴沙山)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곳!
그 명사산으로 간다.
"어느 길로 가야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아직 여행을 시작도 하지 않았다.
내 앞에는 가야할 명사산의 이정표가
신기루처럼
선명하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