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우리에게 가능성의 세계라는 것은
단지 하늘과 바위, 그리고 모래로 열려 있을 뿐이다.
반면 당신들에게는 바다가 있고, 산들이 있고,
책들이 있고, 미디어가 있다.
꿈을 일깨울 수 있는 방법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사막 유목민 출신, 무사 앗시리드 著 ,《사막별 여행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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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기차를 타고 11시간여 사막을 가로질러 달려온 곳,
그 곳에서 우리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것은 딱 한가지!
세상에서 가장 정직하고도 진실한 삶의 동반자,
바로,
허기와 갈증이었다.
유원 역 주변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했다.
밤새 열차를 타고 달려온 터라 입도 까끌하지만,
불볕에서 강행해야할 사막에서의 모진 여정이 기다리고 있기에
다들 명보전의 사명감으로 의무량만큼의 식사들을 한다.
그나마 가이드가 후식으로 제공해준 멜론 맛만큼은은
아침잠이 확 달아날 정도로 절묘한 맛이었다.
이건 어디서 산거냐고 물었더니
바로 옆 가게에서 샀다고 한다.
가이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들 우루루 일어나 옆 가게로 돌진!
이 동네에선 가장 큰 수퍼인듯 하다.
무엇보다 과일에 먼저 눈이 간다.
겉으로는 우리나라 수박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여기는 수박도 거의 설탕 수준이라고 한다.
과일의 천적인 비가 없고,
과일의 당도를 관장하는 햇빛이 1년 365일 쨍쨍하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빨갛게 익은 자두도 먹음직스럽다.
자두를 산 사람이 하나 건네주는데
과즙이 좌르르 흘러 이건 자두인지, 설탕에 버무린 자두 쥬스인지...
식사 후 가이드가 후식으로 맛보게 해줬던 멜론!!
탐나긴 하는데, 부피나 무게가 분명 짐이 될 것이 뻔해
그냥 내려놓았다.
나오면서 보니 석유통 같은 것이 가게 한편에 진열되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건...
석유가 아니라...
술!
대국의 술은 그 부피와 질량마저 다르다.
말로만 들었던 중국 명주들을
이런 시골 구멍가게에서 만나다니..ㅎㅎㅎ
하지만 그 명주들의 진품 여부는 가게 주인도 모른다고.
아침 탓이다.
이런 명품 주식들을 방앗간 앞에다 두고 발길을 돌려야하는 참새의 아쉬움은
순전히 사막의 아침 탓이다.
그래서 눈에만 담았다.
그래도 목을 감고 흘러드는 알싸한 그들의 향이 감미롭다.
아침인데도...
한걸음 가다가 열두번 뒤돌아보고,
두걸음 가다가 군침 열 번 흘리고,
그렇게 그 날의 아침은 미련으로 가득했다는...
이제 우리는 버스를 타고 돈황으로 향한다.
유원과 돈황은 신강성이 아닌 "감숙성(甘肅省)"에 위치해 있다.
감숙성은 동서로 1750km나 뻗어 있는 성(省)으로
중국의 성(省) 중엔 제일 긴 성이라고 한다.
돈황에 가기 위해 우리는 잠시 신강성을 벗어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유원은 돈황에 가기 위한 거점일 뿐,
따로 유명한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우루무치에서 돈황으로 바로 가지 않고 유원으로 온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우루무치에서 돈황으로 가는 기차가 없기 때문!
그렇다면, 왜 유원에서 돈황까지는 기차를 타지 않고 버스로 가는 것일까!
그 답도 간단하다.
기차로는 5시간 걸리는 거리를
버스로는 2시간 30분만에 갈 수 있기 때문!!
아마도 철로는 여러 곳을 우회하는 코스로 되어 있고
일반도로는 직선으로 깔려있나보다.
유원에서 옆동네 돈황까지는 120km!!
중국에서는 "아주 잠깐!" 의 거리인,
2시간 30분만 달리면 된다.
그런데 출발전,
가이드가 뒷좌석에 흩어져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앞자리로 와서 앉으라고 한다.
그러지 않으면 후회할 거라며...
우리는 10분도 되지 않아 앞에 앉아야 하는 이유를 실감했다.
아직 개발이 덜 된 유원은
변변한 도로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달려야 하는 도로는 일명,
빨래판 도로!!
도로 이름에서부터 느낌이 확 온다.
울퉁불퉁한 황무지를 그냥 달려야 하는데,
감숙성에서 우리의 발이 되어줄 전담 버스기사는
운전 베테랑이라고 했다.
그 베테랑의 의미는,
이런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막 달린다는 것!!
울퉁불퉁한 길을 가다보니,
엉덩이가 공중으로 튀어올라 의자에서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뒷자리에 앉으면 엉덩방아를 더 세게 찧게 될 듯!
멀미는 보너스!!
우리가 얼얼한 표정을 짓고 있자
가이드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이런 베테랑 기사를 만난 우리는 행운아라고!
이런 기사를 만났기에 우리는 유원에서 돈황까지 2시간 30분만에 갈 수 있는거라고!
아!!
이 상황을 정말 행운이라고 감사해야 하나??
창밖을 보고 있자니 전봇대가 왔다갔다, 앉았다 일어났다 하고
전깃줄이 열 길 높이로 그네를 탄다.
주변의 사람들은 자기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서고 앉기를 반복!
아침 식사에 중국 술을 곁들이지 않은 것은 참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런 도로를 저런 돌덩이 가득 싣고 달니는 화물차는 도대체 뭔지!!
그렇게 30분 가량 빨래판 도로를 달린 후,
우리는 간신히 포장 도로에 올라섰다.
1시간 사이에 우린 지옥과 천국을 왔다 갔다 했다.
이렇게 포장된 도로를 하나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곳의 도로사정은 굉장히 좋아진 것이라고 한다.
이 도로는 100km 정도를 고비사막 위로 뻗어 있는데,
제한속도는 40km!
120km의 거리를 2시간 30분만에 간다고 한 건 이유가 있었다.
고비사막 (Gobi Dessert)!
고비는 몽골어로 "물이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 길이는 장장 1600km, 너비도 500~1000km!
면적은 우리 남한의 14배에 이른다.
비록 사막이지만 먼지가 전혀 없다고 한다.
이유는?
모두 동쪽으로 다 날아갔다고!
음...그 동쪽 끝에 있는 곳이 어디더라?
앗!
대한민국! 우리나라다.
봄철 황사에 상당히 기여하는 것이 이곳 고비사막의 모래라고 한다.
거무스름한 사막 위에 유독 빛나는 황토색 봉우리!
저건 한나라 때의 봉화대라고!!
1시간 30분쯤 달렸을까.
버스가 도로 위에 잠시 정차를 했다.
가이드가 미리 기사에게 부탁을 해놓은 듯 했다.
이 허허 벌판에 따로 보고 갈 거라도 있나...? 하고 두리번 거리는데,
가이드의 말
"화장실 가실 분 다녀오세요~!"
남자분들은 왼쪽!
"볼일"을 위해 도로 무단 횡단은 기본!
여자분들은 오른쪽입니다~!!
이역만리 이 곳에서도 이른바 남좌여우 (男左女右)의 규칙은 지켜지고 있었다.
물론,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화장실이 있을리는 만무하다.
그저 나즈막한 언덕이 있을 뿐.
자리잡고 볼 일을 보면 그곳이 바로 화장실이다.
그야말로 지상 최대의 화장실!
어떤 분이 용변 보는 모습을 몰래 찍다보니, 카메라가 좀 흔들렸다.
진짜 몰래카메라처럼. ㅋ
그나마 이런 언덕이라는 엄폐물이 있는 경우는 다행에 속한다.
이나마 없을 경우를 대비해 사막 여행의 필수품 중 하나가 우산이나 양산인데,
우산이나 양산이 어떻게 화장실 대용이 되는지는 각자의 상상에~!
황무지같은 이 땅에도 풀이 나고 꽃이 핀다.
아~ 위대한 생명이 신비여!!
이 풀의 이름은 낙타풀!
낙타들이 잘 먹는다고 해서 낙타풀이라고 하는데,
물도 없는 이 땅에서 어떻게 자랄까?
비결은 뿌리!!
이 낙타풀의 뿌리는 땅 속 30~40m 아래까지 뻗어있다고 한다.
30~40cm가 아니고,
30~40m!!
그 아래까지 물길을 찾아 뿌리를 내려보냈다니,
식물도 삶에 대한 욕망이 있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냄새 하나 없는 최첨단 "고속도로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우리는 또 달린다.
사막에서는 태양과 바람과 모래가 주인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절대로 여행자들에게 직접 말하지 않는다.
태양은 항상 끓어 오르는 열기로 다가오고,
바람은 언제나 벅찬 숨소리로 온몸을 휘감으며,
모래는 발밑으로 부서지며 나그네의 체중을 붙잡을 뿐이다.
"사막 한가운데 흙으로 쌓아놓은 저건 머예요???"
뭔가 새로운 걸 배워보겠다고 호기심 가득한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가이드에게 물어봤는데,
돌아온 대답은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었다.
"만리장성입니다!"
북경에서 본 만리장성과는 확연히 다르다.
만리장성을 축조할 당시,
이 쪽 지역에선 돌을 구하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서는 돌 대신 흙으로 만리장성을 만들었는데,
비가 오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에,
흙으로 만든 만리장성도 보존이 가능했다고...
지금은 오랜 세월이 흘러 저렇게 허물어졌지만...
가끔 옆으로 양떼들도 지나간다.
그나마 저런 소품들조차 없으면 대부분의 화면은 정지화면이다.
아까 본 장면이 지나가면 또 같은 화면!
이른바 재방송의 연속!
사막위의 여행은 한마디로 질리도록 재방을 시청해야 하는 여행이다.
황량했던 사막풍경은 조금씩 논밭 풍경으로 변하고 있다.
키 큰 백양나무들도 보인다.
점점 사람이 살만한 동네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
아니나다를까!
하나 둘 집들이 나타난다.
우리나라로 치면 여인숙 같은 초대소도 보이고...
저멀리 옥수수 밭도 보인다!!
마침내 돈황에 도착했다.
돈황은 아주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고 한다.
담배를 물고 걸으면 그 담배가 다 타기전에 마을이 끝날 정도로 작은...
그랬던 돈황이 지금은 관광도시로 발전 중이다.
3년전 2만명이었던 인구가 현재 30만!
무려 15배나 늘어났다.
인구가 급증한 이유는,
석유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석유회사 직원들이 몰려온 덕분이라고 한다.
《사막별 여행자》의 저자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사람들이 "시간이 없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몹시 놀랐다.
시간은 항상 '우리것'인데...
시간에 전념할 줄 안다면, 시간의 곡선을 따를 줄 안다면
시간은 언제나 우리 것이다.
따라서 언제나 기다림을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때로는 현실로 이루어지기도 하는,
기다림의 신기루를 양식으로 삼으며...』
돈황!
기다림의 기다린 세월을 두 발에 얹고 다가왔을 우리네 선조들!
그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달려온 기다림의 여행자들에게,
이곳 돈황은 어떤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