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병관에서 나와 통영문화원 방향으로 약 600m 정도를 가면 충렬사(忠烈祠) 주차장에 이릅니다.

직원분이 나오셔서 친절하게 주차료 1,000원을 받아가시네요.

사진은 안그렇지만 올해 여름, 정말 살인적인 더위였죠.

세병관에서 충렬사로 가는 그 잠깐이라도 에어컨이라는 문영의 이기에 행복했었답니다.

충렬사로 가기 전 충렬사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사적 236호 충렬사는 1606년(선조 39년) 제7대 통제사 이운룡(李雲龍)이 왕명을 받아 건립하였습니다.

1663년(현종 4년) 제45대 통제사 김시성(金是聲)의 주청으로 홍살문을 세우고 충렬사라 사액(賜額)을 받았답니다.

주차를 하고 안내 표지판을 따라 조금 이동하면 충렬사 입구에 이르게 됩니다.

충렬사 뒷 쪽으로는 충렬 초등학교가 있어서 아이들도 많이 보이네요.

홍살문이 보이는데 이것은 정2품 이상의 신위를 모신 곳에만 세울 수 있답니다.

그만큼 충무공은 우리 역사에 있에 참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홍살문 뒤로 보이는 문이 충렬사의 정문입니다.

이곳에서 표를 구입하고 들어가시면 되고 입장료는 1,000원이에요.

특이한 것은 보통 삼문(三門)은 각각 지붕이 달린 것이 많은데 충렬사 정문은 가운데 세 개의 문이 몰려 있는 구조네요.

그리고 가운데 문은 신문(神門)이라 하여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고 제향을 할 때만 사용한다 합니다.

아, 그리고 삼문의 경우 입문(入門)과 출문(出門)이 따로 있으니 잘 보시고 이용하세요.

저희도 출문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 들어갔다는...

이것은 유교적 사고에 의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하나인 주역(周易)에 보면 좌양우음(左陽右陰)이라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좌(왼쪽)이 양이고 우(오른쪽)이 음이다?

이것은 우리의 방위 개념이 서양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서양식 방위법은 북쪽을 위에 놓지만 우리는 그 반대입니다.

따라서 해가 떠오르는 동쪽이 왼쪽이 되고 해가 지는 서쪽이 오른쪽이 됩니다.

이것을 서양식으로 해석하면 오른쪽이 양이고 왼쪽이 음이 되는 것이지요.

아무튼 주역은 제가 잘 모르니 여기 까지 말씀드리고 충렬사 안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문을 지나면 쭉 뻗은 길이 나옵니다.

깨끗하게 잘 정돈된 모습이 보이 좋네요.

가장 먼저 우리를 맞아주는 것은 강한루(江漢樓)입니다.

1840년(헌종 6년)에 충무공의 8세손이자 172대 통제사였던 이승권(李升權)이 지은 누각입니다.

강한(江漢)은 중국 호북성(湖北省)의 성도인 무한(武漢)에서 양쯔강(揚子江)과 그 지류인 한수(漢水)가 만나는 곳이죠.

춘추전국시대와 삼국지의 주요 무대가 되었던 곳으로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습니다.

 주나라 때 소호(召虎)가 이곳 강한에서 적의 항복을 받았다는 고사가 있는 곳입니다.

이승권 통제사가 누각을 지을 때 시인 강위(姜偉)가 충무공의 업적을 이 고사와 연관지어 이름을 붙였다지요.

안타깝게도 1915년 폭우로 강한루가 무너졌었는데 이것을 지금의 모습으로 1988년 중건한 것이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강한루라는 강위의 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江漢樓(강한루)

試溯神仙夢(시소신선몽) 重開漢上襟(중개한상금)
孤月行天遠(고월행천원) 衆流到海深(중류도해심)
逢人問古地(봉인문고지) 對酒憐初心(대주련초심)
忠烈祠堂在(충렬사당재) 天涯已再尋(천애이재심)

물길거슬러 신선의 꿈 아렸더니 강한루 다시 올라 흉금을 활짝 연다.
외로운 달 먼 하늘 떠가고 개울물 모두 흘러 깊은 바다로 가는구나.
사람만나서 옛 땅 물어보고 술 나누는 첫 마음 애닯기도 하여라.
여기 충렬사 있어 찾아온 지 벌써 두 번째렸다!

광한루에서 왼쪽 길로 들어서면 유물전시관이 있습니다.

1981년 지어진 이곳에는 충무공과 관련된 여러 가지 유물이 전시되어 있답니다.

같이 간 시커먼 녀석 둘이서 열심히 관람을 하고 있네요.

이곳에는 보물885호 현자총통(玄字銃筒), 보물862호 지자총통(地字銃筒), 보물440호 충렬사 팔사품(忠烈祠 八賜品)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충렬사 팔사품은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왔던 명나라 장수가 충무공의 전공을 보고하자 명나라 신종이 감동하여 보낸 선물이랍니다.

팔사품은 임금이 내린 여덟 가지의 물품으로 모두 지휘관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임금이 내린다는 표현을 쓴 것은 당시 명나라와 조선의 주종 관계를 부각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세한 전시품은 http://noproblemmylife.tistory.com/192에서 보시기 바랄게요.

또한 어사제문(御賜祭文)도 있었습니다.

1795년(정조 19년)에 정조는 충무공의 업적을 알리고자 <이충무공전서>를 편찬하고 통제영으로 한 질을 내려 보내며 지시한 제문입니다.

전서를 한질 보내니,

명황제가 보낸 팔사품을 사당에 진렬하고 또 독대·총통·피리·북 등을 사당 안팎의 적당한 장소에 놓고
위패 앞에 술과 고기를 차리고 투구와 갑옷을 입은 채로

유명수군도독·조선국 증효충·장의·적의·협력·선무공신·대강보국숭록대부

의정부영의정 겸 영경련·홍문관·예문관·춘추관·관상감사·덕흥부원군·행정헌대부· 전라좌도수군절도사 겸 삼도통제사

충무공 이순신에게 정성을 다하여 잔을 올리고 이 한질을 봉안하라.
충무공을 알고저 하는 자는 빛나고 찬란한 이 전서를 보아라.
싸우던 공적이며 변화치던 형세와 거북같은 배와 기러기 울던 물가에서

진린(陳璘)·등자룡(鄧子龍)과 더불어 전라·경상에 진을 치고 바다와 산에 맹세할 제 초목도 그 이름을 알았더니라.

다시 강한루로 돌아왔습니다.

사진을 담는 친구 녀석의 모습이 제법 진지하네요.

강한루에 올라 강구안쪽을 바라봅니다.

길 왼쪽으로 늘어선 나무가 동백나무입니다.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곳에서 시인들이 앉아 충무공을 그리는 시를 지으며 술 한잔 기울였을 생각을 해봅니다.

솟을 대문 형식의 외삼문(外三門)의 모습입니다.

이 외삼문은 광복 후 우리나라 우표의 도안으로 사용될 정도로 조형미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외삼문은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요.

자세한 것은 아래에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외삼문을 지나기 전 강한루를 바라봅니다.

영모문(永慕門)이라는 또 하나의 편액이 보이네요.

뜻 그대로 해석하자면 사모하는 길 정도가 되겠습니다.

충무공을 사모하고 기리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문이라는 뜻이겠죠?

뜬금없는 남정네 둘 출연에 당황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이 사진을 찍은 이유는 시인 백석 때문입니다.

갑자기 백석 시인이 왜 나왔나 의문이 드시겠죠?

시인 백석에게 통영은 애틋한 사랑 이야기의 무대랍니다.

1935년 백석은 친구인 허준의 결혼 축하연에 참석했다가 함께 자리했던 박경련이라는 여인을 마음에 두게 됩니다.

통영('조광' 1935년 12월호)

옛날엔 통제사가 있었다는 낡은 항구의 처녀들에겐 옛날이 가지 않은 천희(千姬)라는 이름이 많다.

미역 오리같이 말라서 굴 껍질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는다는

이 천희의 하나를 나는 어느 오랜 객줏집의 생선 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만났다.

저문 유월의 바닷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 방등이 불그레한 마당에 김 냄새 나는 비가 내렸다.

천희는 시집 안 간 바닷가 처녀를 의미합니다.

천희 하나를 객줏집에서 만났다는데 그녀가 바로 박경련이지요.

박경련을 만나기 위해 백석은 두 번째로 통영을 방문합니다.

통영2('조선일보' 1936년 1월 23일)

구마산(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가깝기도 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장사 영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漁場主)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한다는 곳

산 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錦)이라는 이 같고 내가 들은 마산(馬山) 객주(客主)집의 어린 딸은 난(蘭)이라는 이 같고

난(蘭)이라는 이는 명정(明井)골에 산다든데
명정(明井)골은 산을 넘어 동백(冬栢)나무 푸르른 감로(甘露)같은 물이 솟는 명정(明井)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은 평안도(平安道)서 오신 듯한데 동백(冬栢)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어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한산도(閑山島)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충렬사 강한루 뒤 돌계단에 앉아 사랑했던 여인 명정골에 사는 난이라는 여인을 생각했겠죠?

그 이후 출장을 핑게삼아 세 번째 통영을 방문하였지만 역시나 백석은 박경련을 만나지 못합니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요, 박경련이 백석의 친구였던 신현중과 결혼을 하게 되는 영화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가장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긴 심정.

사담이지만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백석의 마음이 너무나 공감되고 이해됩니다.

백석 이야기는 이만하고 다시 충렬사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자세한 백석 이야기는 아래를 참고하셔요.

http://blog.daum.net/ms1959/17951290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5757076&cp=nv

외삼문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이 외삼문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씀 드렸었지요?

이 외삼문에는 여섯 개의 비각이 있습니다.

제1호  충렬묘비명(忠烈廟碑銘), 제2호 이언상(李彦祥) 사적비, 제3호 직계후손 통제사 5위의 기념비

제4호 최숙(崔橚) 사적비, 제5호 이운룡(李雲龍) 기실비, 제6호 유형(柳珩) 유애비

그 중에 외삼문 바로 옆에 있는 것이 제1호 비각 충렬묘비명(忠烈廟碑銘)입니다.

묘는 사당을 비명은 비에 새겨진 글씨를 말하지요.

1614년(광해군 6년) 백사 이항복(白沙 李恒福)이 왕명을 받아 글을 지었습니다.

여기에 우암 송시열(尤巖 宋時烈)이 비를 세우게 된 경위를 지었구요.

외삼문 우측의 숭무당(崇武堂)입니다.

숭무당은 1695년(숙종 21년) 제71대 통제사 김중기(金重器) 때 준공하였던 것으로 장교 3명을 상주시켰습니다.

사우(祠宇), 즉 충무공 사당의 일과 위토전답을 관리하던 곳이었어요.

여기에는 주련이 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답고 있답니다.

주련은 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서 붙이는 글을 말합니다.

江山不息英雄氣(강산불식영웅기)
天日成盟草木知(천일성맹초목지)
閣上麒麟圖像肅(각상기린도상숙)
鼓邊蝌蚪鐫名休(고변과두전명휴)
江漢悠悠忘千秋欲慕風風(강한유유망천추욕모풍풍)

강산에는 영웅기상 끊임이 없고,
하늘에 맹세하니 초목도 아는도다.
기린각에 그린 모습 엄숙도 한데,
북가에 새긴이름 아름답구나
강한은 유유히 천년을 흐르고, 사모하는 마음은 쉼없는 바람이어라.

반대편에는 충렬서원(忠烈書院)인 경충재(景忠齎)가 위치해 있습니다.

1695년(숙종 21년) 제4호 비각의 주인공 제70대 통제사 최숙(崔橚)이 지방 청소년들에게 학문과 충의를 교육하기 위해 만든 강당입니다.

후에 충렬서원으로 이름 붙여졌지요.

이 곳은 1865년과 1867년 불어 닥친 대원군의 서원철폐 때에도 충무공 사당 중에 유일하게 살아 남았답니다.

이 곳에도 주련이 있네요.

閑山島 夜吟(한산도 야음)

水國秋光募(수국추광모)
驚寒雁陣高(경한안진고)
優心輾轉夜(우심전전야)
殘月照弓刀(잔월조궁도)

다도해에 가을빛 저무니
찬바람에 기러기떼 높이 날고
나라 근심에 뒤척이는 이 밤
지는 달만 활과 칼을 비치누나.

외삼문을 지나면 조금만한 중문 있습니다.

양 쪽의 깃발들이 제법 위용있네요.

중문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동재(東齋)가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당이나 서원 등에 제향 공간 앞에는 동재와 서재가 존재합니다.

동재는 제사를 지내기 전 제사장이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하는 공간입니다.

여기에도 주련이 있습니다.

盟山草木知(맹산초목지)
誓海漁龍動(서해어룡동)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알고
     바다에 맹세하니 고기와 용이 감동한다.

제기와 제구를 보관하는 서재(西齋)의 모습입니다.

마루에는 거북선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동재와 서재는 1670년(현종 11년) 제51대 통제사였던 김경(金鏡)이 지은 것입니다.

동재와 서재 앞의 마당을 중정이라 하는데 매년 탄신제 때 승전무를 볼 수 있다 합니다.

언젠가 다시 통영을 찾았을 때 승전무를 볼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동재와 서재를 지나면 정당으로 가는 마지막 문인 내삼문(內三門)이 나타납니다.

이 내삼문은 조선중기 삼문 조형(三門 造形)의 정화(精華)라는 평을 받는다는데 조형에는 문외한인 저는 패스합니다.

솟을 대문 형식에 익공을 사용한 맞배지붕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기둥과 석자의 해태와 모양이 특이한 것을 볼 수 있었네요.

충렬사의 가장 안쪽이자 중심이 되는 정당(正堂)으로 충무공의 위패가 모셔진 사당입니다.

이 곳은 제사를 지내는 공간인데 맞배지붕에 양 옆에 방풍판을 달았네요.

정당 뒷 쪽은 충절의 상징인 대나무로 두른 모습도 볼 수 있구요.

일제 강점기 장군의 위패를 칼로 부수고 삼문의 태극 문양에 덧칠하여 일장기로 바꿨으며 정당을 패쇄하는 만행을 저질렀답니다.

정당에 오니 세 남자 모두 말이 없어졌습니다.

그 모진 수난을 당하고도 저리도 당당한 모습이라니 그 위용에 고개가 숙여지네요.

정당 좌우 주련의 글이 충무공의 마음을 대신하는 듯 합니다.

經天緯地之才 (경천위지지제)

浴日補天之功 (욕일보천지공)

천지창조 때 혼돈된 천지를 씨줄, 날줄로 짜세운 능력

하늘에 뚫린 구멍을 메우고 해를 씻어 빛을 낸 공적.

잠시 동안의 휴식에서 같이 갔던 친구 녀석이 신발을 새로 샀다면 자랑을 하더군요.

자세히 보니 뒷 쪽의 사이즈 표시를 그대로 붙이고 다녔다는.

이 녀석 별명이 큐리인데 역시나 귀엽네요.

아무튼 시커먼 남자 셋, 충렬사에서 충무공 이순신을 느끼고 갑니다.

 2012. 8. 11.

Canon EOS 600D / Canon EOS 20D / NIKON D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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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F-S 18-55mm F3.5-5.6 / Tokina 12-24mm F4 AT-X 124 PRO DX

Sigma 24-70mm F2.8 EX DG MACRO / Sigma APO 70-200mm F2.8 EX DG HSM

Photo By 이모텝 / Hero킴 / 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