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숙 포토갤러리[비오는 날 천호동 골목에서 가장 많이 본 물건과 글자는?]

동네 2km 반경서도 헤매는 길치 아줌마 종결자!!

퀴즈!! 천호동 골목에서 가장 많이 본 글자와 가장 많이 본 물건은?

오전에는 천호동 쪽에 인터넷이 점검 중인 몇 시간 동안

제가 살고 있는 천호동 골목 투어를 했는데요.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 보슬비를 뿌리다가 집중 소나기를

뿌리다가 번쩍!! 우르르르 쾅!! 애고 무서워라.

[여기는 "주차금지", 저기는 "사다리차" 그리고 자전거]

미로처럼 되어 있는 골목길 따라 이리저리 지그재그로

돌아 사진 찍으며 거니는데 오호~ 보이는 곳마다

자전거 아줌마 아니랄까봐 자전거만 보입니다. 하하

그리고 가장 많이 본 글씨는 "주차 금지" "사다리차"

주차 금지도 집집마다 다양하게 벽에 써놓거나 안내판까지 세웠다면

사다리차는 특히 벽에 새겨놓았습니다.

[길치 아줌마 어디가랴~]

그렇게 한 시간 반을 말 그대로 "우리 동네"를 샅샅이 누볐는데

우리 동네란 단어가 무색하게 됩니다.

어라~ 우리 집 쪽을 모르겠는 거에요.

일단 철물점 들어가서 깜빡이는 형광등 갈려고 하나 사고

"아줌마, 천호공원 쪽이 어디죠?"

"이 쪽 동네 안 사시는개벼?"

"아니에요. 천호공원 쪽에 살고 있는데 골목길 투어하다 보니

방향감각을 잃었어요"

"이사 온지 월마 안댔는가벼, 왼짝으로 가서 또 오른짝으로

쭉~~ 가문 나와요"

"감사해요"

호미가요 천호동 산지가 어언 13년인데 이렇답니다.

어찌 어찌하다 낯익은 간판을 보자 얼마나 반가운지ㅋㅋㅋ

아직 인터넷 점검 마칠 시간도 안 되었기에 또 다른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마침 골목길에 나온 젊은 할머니(48세 ㅋ)와

꼬마를 만났지요. 한참을 이야기 하면서 커피도 얻어 마시고

꼬마사진 찍어 주며 젊은 할머니(48세)랑 초면에 수다 삼매경 ㅋ

48세에 3살짜리 손자가 있는 이유는 할머니가 23살에 사고 쳐서

얻은 딸이 또 23살에 사고 쳐서 일찍이 할머니가 되었다고 하네요.

(서로 깔깔대며 웃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식당을 한다고 해서 다음에 가겠다고 약속하고 헤어졌네요.

천호동 골목길 투어(사진 앨범)

길냥이랑 눈 맞춤

갑작스런 비에 놀이터도 텅 비우고

노구를 이끌고 수레를 밀면서 폐휴지를 모으는 어르신의 모습이 선합니다.

여름바다에서 본듯한 조가비 목걸이 같은 풋고추 목걸이

비가 살짝 그치자 대문 앞에 나와 담배를 빼어문 아저씨

토란잎에서 빗방울 미끄럼타기

거리의 자화상을 담습니다.

주차 금지

주차 금지

도심 속 시골 풍경

누가 사람을 호박과 비교를 했을까

연분홍 봉선화

백도라지 꽃 몽오리

카메라 들고 비 오는데 뭐하시는 거유?

천호동 오늘을 기록하고 있어요.

골목길마다 호박꽃 향기가

여기도 사다리차

여기도 사다리차

또 사다리차

폐타이어의 아름다운 변신

또또 사다리차

사다리차란 글자를 보고 사진을 담은 게 아니라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사다리차란 단어가 이렇게 많이 있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소나기에 떨어진 낙엽. 가을이 성큼 가까이 있음을

외벽에 붙여 놓은 거울.

거울이 있을 때 사람들은 양심적으로 변한다네요.

갑자기 만난 소나기

투명 비닐 우산을 찢어질 듯

번쩍! 우르르르 쾅!!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에 쏟아지는 비

펑크난 자전거도 빗물 세례 중

백장미의 물방울 꿰기

창에 돌을 던지며 만남을 했을 법한 청춘남녀 사랑을 상상해봅니다.

비 오는 날 빨랫줄 휴가

호박꽃 연가

빗물에 입 다물고 있는 나팔꽃 화사하게 피었을 때 참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베롱나무 꽃잎이 떨어져 다시 꽃으로 피워내고

허공의 포획자 거미 두마리

비꽃처럼 피어난 베롱나무 꽃잎

어느 집 난간의 가지런한 화분들

26개월 된 아가의 섹쉬 포즈  아가랑 젊은 할머니랑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아가야 다음에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