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서둘러 짐을 챙기고 숙소를 빠져나왔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직접 큰 길까지 나와 택시를 잡아주시고 택시 기사에게 어디까지 갈 건지, 얼마인지까지 꼼꼼하게 확인시켜주시고 우리에게는 몸 조심하라며 꼭 안아주셨다. 마치 남미에 살고 있는 이모님 댁에 놀러 온 기분이다. 헤어짐이 아쉬워 아주머니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고 아주머니도 우리가 그곳을 떠날 때까지 가는 것을 지켜보고 계셨다.

만약 다시 리마에 온다면, 꼭 또 들리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우리는 이제 소유즈(Soyus) 버스를 타고 이까로 향한다. 이까는 리마에서 약 5시간정도 떨어진 사막 지역이었다. 리마는 바로 옆이 바다인데, 이곳은 사막이라니...하긴, 호주에서도 포트스테판이 그러했었다. 바로 옆은 바다인데 몇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은 세상에서 가장 고운 모래가 있는 모래 사막이었었다.

우리가 가려는 와카치나는 이까에서 조금 더 사막 안으로 들어간 곳에 있는 오아시스 동네였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말로만 듣던 오아시스를 직접 내 눈으로 보게 되다니...

일반적으로 버스터미널이 있고 많은 버스 회사가 그곳에 모여 운행을 하는 데 비해 페루의 버스회사들은 각각의 사무실을 운영하며 그곳에서 버스도 출발하는 식이었다. 해서 우리도 택시를 타고 소유즈 버스회사로 가야만 했다. 소유즈 버스가 이까까지 가는 가장 저렴한 버스였기 때문이다.

5시간 가량을 달려 드디어 이까에 도착. 이까를 둘러볼 새도 없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벌떼처럼 달려드는 택시 기사들 중에서 한 기사 아저씨와 와카치나까지 가는 택시 비용을 흥정하여 3솔에 와카치나로 들어가기로 했다.

사막을 달려 드디어 사막의 오아시스 와카치나에 도착을 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던 중 알게된 바르코(Barco)라는 호스텔 앞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안내받은 6인실 도미토리에 짐을 내려 놓으려던 찰라, 직원이 우리에게 다가와 오늘 도미토리에 6명의 예약이 되어 있는데 직원이 착각해서 우리에게 방을 준것이라 하며 괜찮다면 35솔에 2인실을 쓰지 않겠냐는 것이다. 도미토리가 1인에 15솔인데...이정도면 완전 땡큐지^^

“비엔~(Bien, Good)”

깔끔한 방에 짐을 내려놓고 버기투어를 위해 길을 나섰다. 일단, 숙소 직원에게 버기를 얼마에 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40솔이란다. 그마저도 우리가 이 숙소에 묵고 있기 때문에 그 가격에 해주는 거라나...

‘이봐 형씨...이미 어떤 사람이 30솔에 쇼부 본거 다 알고 왔다고~~(물론 이곳은 아니지만...)’

<우리가 탔던 버기차량...>

여기서 나의 연기톤이 또 시작되었다.

“노~~미 아미고...30솔”(아냐~내 친구 30솔에 했다고 했어-라고 이해하면 좋을듯...ㅋ)

 “30솔 뽀르 빠보르~아미고~~~~”(이봐 친구...30솔에 부탁해)

내가! 이나이에! 이렇게까지 했는데 뒤도 안돌아보고 돌아서버리는 매정한 직원...흠!칫!뿡! 됐다. 우리도 다른데서 할거다.

그 30솔에 했다는 마을 초입에 있다는 ‘Dune buggy’찾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간판이 우리 눈에 띄지 않았다. 그새 망해서 닫은건가?...일단 돌아다니며 가격을 알아보니 30솔은 확실히 무리고 평균 40솔을 부르고 때로는 그 이상 부르는 곳도 있었다. 물론 그런 곳은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와버렸지만...돌아다녀본 결과 35솔까지는 깎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뭐라도 좀 먹자는 생각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아까 직원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리고는 조용히 35솔...을 불렀다.

마지막으로 30솔은??하고 눈빛을 보냈지만 그건 먹히지 않았고 그래, 숙소비도 깎아줬으니 35솔에 콜!

잠시 후, 버기차 한대가 숙소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뭐든지 젤 앞에 앉아버리는 성격 탓에 젤 앞좌석에 자리를 잡고 그렇게 몇몇 숙소를 돌며 사람을 태우고 사막 입구로 향했다. 보아하니 이곳저곳 여행사에서 모은 사람들을 그 몇개의 버기에 나눠 태우고 투어하는 듯 했다. 30솔을 내나 40솔을 내나 어차피 똑같은...

<쩌~~~~기 멀리 보이는 이까 시내>

<샌드 보딩을 하고 내려가 있는 또다른 투어 그룹 사람들>

<지구과학시간에 사진으로만 봤던 사구가 내 눈앞에 펼쳐지다. 완만한 면이 바람받이, 가파른 쪽은 바람의지>

사막 입구에서 입장료를 따로 내고 사막 언덕을 향해 전속력으로 버기는 달렸다. 전속력으로 달리는데다 제일 앞쪽에 자리잡은 내가 느끼는 속도감이란... 거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

특히 사구의 정상에서 바람의지쪽의 가파른 쪽으로 내려갈 때는 거의 90도 경사각도를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거의 에버랜드에서 T익스프레스인가...그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면 조금 이해하기 쉬우려나...

몇번을 그런식으로 오르락 내리락 왔다갔다를 반복하며 사막 안쪽으로 들어갔고 상당히 높은 사구의 정상에 올라갔을 때에서야 버기가 멈추었다. 모두들 버기에서 내려 차안에 미리 준비되어 있는 보드를 하나씩 들고 보드에 열심히 초를 문질러댔다. 보드에 초를 문지르면 샌드보딩을 할때 훨씬 빠르고 잘 미끄러져 내려가기 때문이다. 이미 호주 포트스테판과 몽키미아 투어 때, 샌드보딩을 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이렇게 경사도가 심하고 높은 사구는 처음이라 약간 무섭게 느껴졌다. 한명씩 차례차레 보드를 타고 내려갔고 다시 스스로 올라가야 했던 포트스테판과는 달리 우리가 탔던 버기차는 우리가 있는 곳으로 내려와 다시 우리를 태우고 또다른 사구의 정상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몇번을 타다보니...점점 석양이 지고 있었다.

<사막에 갈때는 반드시 얇은 긴팔 상의를 입어야 하는데 사막의 태양은 너무나 뜨거워서 자칫하면 빨갛게 살이 익어버린다.>

<점점 태양이 사라져갈 때의 와카치나>

더 샌드보딩을 할건지 아니면 석양을 볼건지 물어보는 말에 대부분은 석양을 보기를 원했고 해가 완전이 떨어지기 전에 위쪽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말에 모두들 서둘러 버기에 올랐다. 도착한 사구의 정상에서 바라본 사막의 석양...

수 많은 석양을 보아왔지만 사막에서 보는 것은 또다른 느낌이었다. 모래빛과 똑같은 붉은빛의 하늘...마치 자연이 만들어놓은 데칼코마니 작품을 보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데칼코마니 한 가운데 붉은 태양...점점 태양빛을 잃은 사막은 검은 빛으로 물들어갔고 여전히 하늘은 붉으면서도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색깔도 순간순간 눈을 한번 깜박일때마다 또다른 색상으로 변하는 것을 보며 다시금 자연의 위대함을 눈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사막 안의 또다른 미니 오아시스>

<지고있는 태양...저 태양은 또다른 어디선가 떠오르고 있겠지...>

<태양...내 손안에 있소이다.>

<붉은 빛으로 물든 와카치나>

아직 해가 미처 다 지지도 않았는데, 버기 가이드가 우리보고 와카치나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며 서둘러 버기에 올라오라고 했다. 그곳을 그렇게 떠나오기가 아쉬워 우리는 가이드에게 말하고는 그 자리에 그렇게 머물고 다른 사람들만 내려갔다.

그 황량한 사막에는 아무도 없이 태양과 우리뿐이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모래위에 앉아 지는 해를 등지고 점점 어두워지는 사막의 오아시스 와카치나를 바라보았다.  

출출한 저녁시간. 직원에게 양해를 구해 숙소 앞쪽에 있는 레스토랑 주방을 잠깐 이용해서 라면을 끓였다. 무려 너구리와 신라면의 조화. 예전에 분식집에서 알바 경험이 있다는 나의 일행 은진이. 일반 가정집 화력보다 엄청나게 센 화력 덕분에 라면은 맛있게 끓여졌고 정말 근래들어 먹어본 라면중에 가장 맛있었던...^^

*아!! 가장 중요한것 한가지.

와카치나에서 사막버기를 탈때 카메라 주의!!

모래 입자가 매우 가늘어서 카메라가 모래 위에 떨어지거나 떨어지지 않더래도 날리는 모래바람에 의해서 카메라가 손상될 수 있다. 내 경우 아쿠아 팩을 들고 가서 그 안에 넣고 안전하게 촬영을 했지만 내 일행을 포함한 꽤 많은 사람이 이까의 모래 때문에 카메라가 고장났기 때문이다. 

물론 가이드에게 말하면 이까 시내에 있는 카메라 수리점에서 이런것을 전문으로 고쳐주는 곳이 있다지만, 그래도 카메라를 한번 분리하는 것보다는 애초에 조심하는 편이...

아쿠아 팩이 있다면 될수 있으면 그곳에 넣어 촬영하는 것이 좋고, 만약 없다면 투명 비닐이나 투명 팩에 넣어 촬영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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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5

맥주 : 3.50 

교통비  택시 (Lima숙소 - Soyus 터미널) : 9솔(2인)

  Lima - Ica (Soyus버스) : 25

  택시 (Ica - Huacachina) : 3솔(2인)

버기+샌드보딩 : 35

입장료 : 3.6

Barco Hostel  : 1박

Total : 9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