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호수를 보지는 못했지만 어마어마한 산행이었기 때문에 몸이 무거워 몸살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밤새 버스에서 잘 잔 덕분에 아침 일찍 리마에 도착해 숙소에 찾아가는 길에도 생각만큼 힘들지 않았다. 와라스 호스텔에서 만나게 된 어떤 한국분이 추천해준 숙소에 찾아가기 위해 버스 회사 앞에서 대기중인 택시에 올랐다. 일단, 짐이 많고 초행길인데 굳이 위험과 고통을 감수하며 이동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혼자서는 잘 택시에 타지 않지만 이런 경우엔 한번씩 이용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호스텔은 리마의 신시가지인 미라 플로레스 지역에 위치해있었고 그 지역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고민없이 이곳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다. 택시는 이윽고 호스텔 앞에 도착했고 비슷한 호스텔 중에서 2층 대문 옆에 한국어로 씌어진 글을 보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현지인 아주머니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는데 마침 그곳에 한국인 남자 두명이 장기 투숙을 하고 있는 와중에, 오불당에 홍보글을 올리면서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곳이라고 했다.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고 있을 무렵, 한 명의 여학생이 방으로 또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고 물어보니, 리마를 시작으로 남미를 여행하려는 학생이었다. 상당히 짧은 기간동안(특히 나에 비하면)  페루에서 볼리비아를 넘어 칠레까지 간다고 했다. 들으면서도 저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아직 젊으니깐 서둘러 이동하면 안될 것도 없어 보였다. 하긴 그때는 주어진 짧은 기간동안에 한곳이라도 더 보려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움직일 때지...

나 역시 첫 배낭여행으로 유럽을 갔을 때, 28일만에 영국 인 – 프랑스 아웃으로 7개국 12개 도시를 다녔던 초스피드 기록을 보유했기 때문에...충분히 이해가 갔다. 지금의 나는...(물론 미국과 멕시코는 거의 빛의 속도로 날아다녔지만...) 콜롬비아부터 이곳 페루 리마까지 80일 걸렸으니...- 누구는 80일동안 세계일주도 한다는데...- 참 많이 변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태평양 바다...>

<바다를 나는 기분...나름 좋을 것 같긴 했다. 근데 그래도 비싸...여긴 남미라구!!!>

간단한 아침을 먹고, 그 친구와 함께 미라 플로레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일단 바닷가 방향으로 조금 걸어 나오니 곧 눈앞에 태평양이 펼쳐졌다. 이 바다의 끝에 한국이 있겠지... 오른편에 바다를 놓고 그 해안도로를 따라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있었다. 깔끔한 분위기의 공원에는 가족단위의 사람들 혹은 엄마와 아이, 연인들이 정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만코라에 도착한 이후 리마에 오기 전까지 내가 봐왔던 페루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또다른 도시였다. 그도 그럴것이 이 미라 플로레스 지역에는 주로 외국인이나 돈 많은 부호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천천히 산책하듯 공원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빠르께 데 아모르(사랑의 공원)에 도착할 무렵, 근처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콜롬비아 산힐에서 탔을때 정말 좋았는데, 바다를 눈 앞에 두고 타는 것도 꽤 좋았겠지만 뿌연 구름에 가려진 흐린 날씨는 타고싶다는 욕망마저 잠재우게 했다. 게다가 가격은 산힐에서 했던 것의 몇배...산힐에서 55,000페소(우리돈 약 36,000원)에 래프팅을 하고  패러글라이딩을 거의 40분을 탔는데 이곳은 10분에 50불이랬나...암튼 넘 비싸! 안타!

<빠르께 데 아모르...사랑의 공원 - 그 이름답게...^^므흣~!>



 

우리는 빠르께 데 아모르...사랑의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름이 왜 사랑의 공원인가 했더니 이 동상 때문인 것 같았다. 서로 키스를 하고 있는 동상, 그리고 그 옆의 바다. 분위기 상으로도 엄청 낭만적인 곳이었다. 이 두 남녀가 키스를 하고 있는 동상의 모습은 사실 남미를 여행하며 수시로 실제로 볼 수 있는데, 가는 곳곳마다 이곳 사람들이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둘만의 세계에 푹 빠져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보기 나쁜 건 아니지만 솔로의 염장을 지르는 그런 모습은...솔로 여행자에겐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언젠가 내 짝꿍과 같이 이곳에 다시 오고 말리라!!!!

염장의 그 장소 사랑의 공원을 서둘러 뒤로하고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절벽에 지어진 쇼핑몰 라르꼬마르로 향했다. 딱히 무엇인가 살 건 없었지만, 그래도 이런 쇼핑몰에는 왠지 들어가고 싶은 그 마음...특히 신발 가게만 지나게 되면 무심코 들어가서 하이힐 한번 신어보고 나오는 그 마음...누가 알까...

확실히 들어가는 순간, 비싸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콜롬비아 메데진 이후 처음 보게 된 고급 쇼핑몰이었다.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를 위한 장식이 벌써부터 달려있었고 전체적으로 깨끗한 느낌의 복합쇼핑몰이었다. 어차피 그림의 떡.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와 Av. jose Larco를 따라 미라플로레스 중심으로 이동했다. 역시나 이곳도 크리스마스를 염두에 두어서 인지 기념품 샵에는 트리가 나와 있었다.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새삼 확 느낄 수 있었다. 벌써 연말이구나...

<어이~어이!!거기 이제 그만 좀 떨어지지?>

<벌써부터 보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페루 전통 복장을 하신 아주머니>

지나가던 우리의 발길을 붙잡은 곳은 어떤 건물 안쪽에서 들려오는 캐롤소리였다. 캐롤소리를 따라 들어가니 건물 뒤편 정원에서 행사용 천막이 쳐져 있고 인형이나 기념품 등을 파는 작은 장터가 열리고 있었다. 지금껏 흔히 봐온 그런 시장은 아니었고 어떤 행사를 위한 것 같았다. 그들이 팔고 있는 인형들은 주로 천사와 아기예수 등 종교적인 것들이었다. 인형들이 너무 귀여워 한바퀴 돌아보고 있을 때 우리 옆으로 다가온 한 분이 건물 안쪽에서도 무엇인가를 한다는 뉘앙스의 말을 건네왔다. – 어차피 짧은 스페인어 실력이기 때문에 10% 알아듣고 90%를 때려맞춰야 한다. 불가능 할것 같은가? 여행 한달만 하면 저절로 이러한 능력이 생겨난다고 장담한다. 게다가 그 정점을 넘어서면 한국어로 현지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매우 특별한 케이스)

<다양한 아기예수의 탄생>

<리마 시청>

<대성당>

<오로지 관광객들을 위한...그래서 결코 싸지는 않다!>

무엇일까 싶어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니 아기 예수의 탄생을 표현한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주제는 하나였지만 작품을 만든 사람에 따라 제각각 그 개성이 묻어나 전혀 다른 작품으로 탄생된 것이었다. 작품들도 꽤나 완성도 있고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특별한 관람을 하게 되어 좋았다.

이윽고 미라플로레스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센트랄 공원과 케네디 공원이 나왔다. 콜로니얼 도시라면 어디든 있는 성당도 눈에 보였다. 사실 공원 외에 딱히 볼 것이 없는 그냥 도심지역이라 그 근방을 이곳 저곳 기웃거리던 중 우연히 일본관련 미술품 전시회를 하는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일본 문화에 별로 관심도 없던 지라 한바퀴 휘 둘러보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우연하게 들어가게 된 Mercado del Indios(인디오 시장). 이미 오타발로 시장부터 시작해서 남미 곳곳의 시장을 훑고 내려온 나는 그닥 흥미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이 친구는 이런 물건들을 처음 보는 거라 그런지 열성적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물건들을 보고 다녔다. 여행을 너무 오래하면 이런 게 문제다....이미 한번 봤던 것 혹은 비슷한 것에는 흥미가 곧 식어버리니 말이다.

*리마 숙소 추천

The Tourist’s Hostel

주소 : Jr. Cesareo Chacaltana 130 House B Miraflores, Lima, Peru

Alt.Cdra. 10 Av. Pardo

전화 : 447-8691, 996-415-419

E-mail : THETOURISTHOSTEL@HOTMAIL.COM

깔끔한 아주머니 성격에 방도 매우 깔끔하다. 게다가 유쾌하신 아주머니는 스페인어가 통하진 않지만 그 눈빛만으로도 정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숙소. 

숙소 바로 앞의 Plaza Morales Barros에서 미라플로레스의 중심 Ovalo Gutierrez에 가는 길에 대형 마트가 있어서 음식을 사 먹을 수도 있고, 생필품도 살 수 있으며 Ovalo Gutierrez근처에 시티은행도 있기 때문에 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호스텔 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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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3

바게트빵 : 1.90
맥주 : 5
치솔 : 10.5
닭 : 10.02
닭2 : 9.04
콜라 : 3.89
우유 : 2.89
요거트 : 0.99
비누 : 1.39
계란 : 2.29
병값 : 0.7

택시비 : 10.00

Total : 5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