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날... 오늘의 일정은 오전에 올레길을 걸은 후 오후엔  한라산에 올라가볼까나...

그런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창밖으로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 가야되나 말아야되나...

일단 아침부터 든든히 챙겨 먹으면서 생각해보기로... 각자의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고 봐야지.^ ^

"기필코 올레길을 걸어야겠다"는 나의 의지와 달리 모나무ㅎ는 바다 낚시에 더 마음이 가있는 듯...

호텔 조식을 먹을때만 해도 happy...

그림같은 이국적인 풍경을 대하고 아침 식사를 하는 날도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모나무ㅎ는 한식으로 푸짐하게...  아침*점심을 겸한 식사인고로...

난, 양식으로 소프트하게... 여행시에도 잘 챙겨 먹으면 금방 살이 올라서 ㅠㅠ

아침을 먹고 차를 타는 순간에도 어디로 가야할지 행선지 결정을 못내리고 있었는데...

지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는 서로 의견이 엇갈려 한바탕 설전이 오고갔으며,

둘다 기분이 엉망진창인채로 함께 있으면 큰 싸움이 될 것 같아... 서로 각자의 길을 가기로...

그래서 비가 오는데도 독한 마음을 먹고 나홀로 5시간의 올레여정을 걷게 된게 아니가 싶다.ㅋㅋ

그래, 결정했어! 올레7코스를 걷기로...

종점 '월평포구'에서 거꾸로 걷기 출발...

바로 이자리에서... 부부싸움 끝이라 우린 냉랭하게 다시는 안 볼 것처럼 홱 돌아서 헤어졌다...

나무 계단아래로 내려가는데 작고 아름다운 포구가 너무 예뻐... 조금전의 화나고 슬펐던 마음이 저절로 진정되더라.^ ^

달빛을 은은하게 품은 작고 아름다운 포구라하여 '월평포구'. 마을사람들은 종물개, 동물포구라고도 부르기도.

"올레에 가면 간세다리로 놀멍 쉬멍 걸어보게 마씨!"

(올레를 걸을 때 천천히 놀면서 쉬면서 걸어 보시게!)
간세다리는 느린 걸음걸이를 나타내는 제주 방언이다.

눈앞에 해안도로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월평포구를 걸어나와 도로끝에서 좌회전하여 걸으면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해안도로가 펼쳐진다.

걸어가다가 말고 왔던 길을 뒤를 돌아보며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도 카메라에 담아보고...

땅과 내 몸을 가장 밀착시켜 한발짝 한발짝 쉼표를 찍듯이 걷다 보니~

몰아치는 일상의 피곤과 세상 근심이 떨어져 나가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물의 마을 '강정마을'로 넘어가고...

물의 마을 일강정 용천수 탐사 코스 안내판이 눈에 띄네. 해안가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용천이라고 하는데,

한라산에서부터 내려와 해안가에서 솟아오르는 지하수를 말한다, 강정은 강(강을 의미함)과

정(물을 의미함)이란 이름이 암시하듯 물이 많은 축복받은 땅으로 강정마을은 ‘일강정’이라 불릴 만큼

제주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생태 우수 마을의 하나이며 해양생태계가 국내서 으뜸이며,

세계 유네스코기관으로부터 절대 보전 지역, 환경 보호 지역으로 지정받았다고 한다.

바다 내음이 물씬~ 강정포구를 통과...

계속 걷는 여정이라서 바닷물에 발도 못담구고 곁눈질로 고운 강정해안을 바라봐야만 해서 좀 아쉬움이 남기도...

 혼자 열심히 앞만 보고 걸어가다가 해안가 정자에 앉아 쉬고 있는 올레꾼들을 만나 너무 반갑더라.^ ^

해안로를 벗어나 마을길로 들어서니 조금 여유가 생겨서 길에서 만난 올레꾼에게 부탁해 사진도 찍고...

평화바다, 중덕으로 가는길에서 좌회전...

 ‘올레’란 집에서 큰 길까지 나 있는 마을 길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으로

지금의 '제주 올레길'은 꼭 그런 골목길은 아닌 파란 하늘과 검은 돌담,녹색이 어우러진

제주의 풍광을 담은 해안 및 산간의 여러 길들을 이어놓은 매력적인 트래킹 코스다.

노랑색 표식을 따라 강정마을길로 들어서니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도 좋지만,

아침부터 분주한 여러 농가의 감춰진 속살을 보는 재미도 쏠쏠~

열심히 일하는 비닐하우스 주민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말도 주고 받기도.

대부분의 농가가 한라봉*감귤농업, 파인애플, 화훼재배로 먹고 사는 듯...

한창 손길이 분주한 강정마을 농가의 참모습을 보고 빠져 나오니 아스팔트 대로가 나왔다.

대부분의 올레길 중간에는 휴게소나 식당, 카페가 군데군데 있어 음식을 사먹을 수 있으므로

따로 음식을 싸갈 필요도 없고, 목이 마를때 걸으면서 마실 수 있는 생수 한병이면 OK!

맑디 맑은 강정천으로...

강정천~ 4계절 내내 시원한 물이 흐르며 서귀포 주민의 중요한 식수원임과 동시에

넓다란 바다와 맑디맑은 물이 있어~ 지친 올레꾼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강정동 마을 동쪽에 위치한  강정천은 한라산 중산간지대의 현무암 지층을 내려온 맑은 물줄기로

은어가 바다로부터 오르내리고, 천연기념물인 원앙도 서식하는 생태하천으로 유명하다.

강정천은 예로부터 물이 좋아서 마을 이름을 ‘물강(江)’, ‘물정(汀)’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올레 여정중 자주 밟은 흙길은 발에 닿는 감촉이 보드라워 자박자박 걷는 올레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기도.

진행 방향을 알려주는 파란색 화살표는 볼 때마다 반갑고 관리인의 정성스런 손길이 느껴져 감사하는 마음이...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양쪽의 기암절벽과 노송이 우거져 멋드러진 절경에 빠져 넋을 놓다가도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결사반대’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어 눈살이 찌푸려지더라.

풍림리조트의 바닷가우체국에서...

정원 한 켠에 고마운 정자쉼터가 마련되어 올레걷기에 지친 올레꾼들에겐 최고의 휴식처!! 

고풍스런 정자 앞에 놓여있는 빨간색 우체통이 인상적~  친구에게 엽서 한장 뛰우고 싶더라.

몇 년전에 스페인 성지순례길에 잊지 않고 예쁜 엽서를 보내주었던 L학생이 생각이 나기도...

많이 걸어서 발이 아픈 올레꾼을 위해 맨발로 걸으면서 피로를 풀 수 도 있는 자갈길도 마련되어 있어 좋더라.

강정천 옆에 자리잡아서 빼어난 자연절경으로 특히 인기가 높은 제주 풍림리조트는

 ‘늦어도 괜찮다고 기다려주는 길’이라고 쓰여진 문구에 딱! 어울리는 곳이라는 멋진 장소란 생각이...

바다를 낀 정자에 앉아 내려다보이는 해안절경이 일품! 서건도와 멀리보이는 범섬이 한폭의 그림!

올레꾼의 좋은 친구, 풍림리조트에서 잠깐 휴식...

처음에 출발을 했을때 오락가락 내리는 비를 원망했는데

오히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무념무상 걷기에는

얼굴이 탈 염려도 없고... 땀도 안흘리고... 참 좋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