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과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우도도항선에 몸을 실었을 때의 기분이란~~
작년 터키*그리스 여행중에 그리스 아테네에 도착하여 에게해 크루즈를 타고
아름다운섬 에기나, 포로스, 이드라 3개의 섬을 들렀을 때가 생각이 난다.
제주 섬속의 섬 '우도'는 나에게 어떤 좋은 인상과 매력을 안겨주려나...
'마치 소가 물속에 드러누워 있는 듯 하다' 해서 우도라고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이 묻어나는 섬에는 주간명월, 천진관산 등 '우도 8경'이 큰 자랑거리이며
국내 유일의 하얀 산호 모래 백사장 풍경이 무척 인상적인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천천히 걸으며 빼어난 절경 하나하나를 마음에 담고 나면 깊은 감동이 몰려온다.
빨리빨리~ 스피드를 쫓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느림의 미학을 맛볼 수 있는 기회!
성산포항 무료 주차장에 렌트카를 세운 후 배표를 끊고~ 우도도항선에 승선~ 승용차와 함께 승선하는 여행객들도 많았다.
배갑판 위에서 에메랄드 빛 물결 출렁이는 바다를 즐기고 있는데... 벌써 하우목동항에 도착했다.(15분정도 소요)
배에서 내려 본격적인 섬구경에 나서기 전에 먼저 첫발을 내디딘 서로의 모습을 담고...
우도 선착장에서 바라보니 서정적인 섬마을 풍경 너머로 저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1년 내내 눈이 시릴 정도의 쪽빛을 자랑하는 우도의 바다 풍경은 한폭의 그림이다!
검은 돌담은 함께 사는공간...
이미 오후 2시가 지났고, 오후 6시 성산포로 가는 마지막배를 타려면 시간이 많지 않았다.
주어진 시간내에 우도8경을 다 보고 가려면 우도일주 관광버스를 타야 하건만...
왕고집 모나무ㅎ가 한사코 걸어서 저멀리 보이는 우도봉까지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자전거, 스쿠터 등 편한 이동수단을 버리고 지도를 들고 돌담올레따라 걸어 보기로...
우도에 사람들이 정착하여 살기 시작한 것은 조선조 헌종 9년(1843)경부터라고 하며
우도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본토박이들로 섬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
"나와 내 가족이 태어나서 자라 온 곳..." 라고 하는 혈연, 지역적 연고 의식이 강해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도에서 살아가길 원한다고 한다.
조상들의 묘가 밭주변에 자리해 '눈길' 묘 주변에 사각형 또는 원형으로 돌담을 쌓은 ‘산담’의 풍경이 이채롭다.
제주의 전통적인 분묘의 모습인 ‘산담’은 말이나 소의 방목으로 인한 분묘의 훼손을 막기 위함이란다.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갯바람에 부대끼며... 곳곳에 명소와 빼어난 절경을 눈에 넣으며...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제주 특유의 현무암 돌담길을 따라 포장도로 위를 걷고 또 걸었다.
아스라함이 남아 감도는 길... 굽이진 인생을 닮은 길...길을 걷다보니 자꾸 무언가 겹쳐지며 숙연해지기까지...
돌과 그속에 사는 사람들...
푸른 하늘아래 마늘농사 수확이 한창인 밭둑 올레도 이색적 경험이었다.
농춘의 평화로움을 담고 있는 그림으로 유명한 밀레의 '만종'이 떠올려진다.
우도 주민들은 척박한 자연 환경과 맞서 억척스럽게 밭을 일구고,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해서 먹고 살아간다.
다행히도 우도 주변의 바다엔 소라, 멍게, 해삼, 전복,문어, 미역 등 해산물이 지천에 널려 생활에 큰 일조.
갈아놓은 밭에 씨앗을 뿌리는 아낙네의 발걸음과 손놀림이 어찌나 빠르던지...
집 앞마당, 부두 인근의 넓은 터에 우뭇가사리를 널어 놓고 말리고 다듬고 있는 풍경도 아주 인상적...
바다에서 채취한 우뭇가사리를 씻어 말리면 탈색되어 회색으로 변하고 그걸 삶으면 묵처럼 된다.
어렸을때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가서 먹었던 시원한 콩국속의 투명한 알멩이가 바로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단단한 돌은 움직임이 없어도, 식물은 계절마다 피고진다...
돌담사이에 자란 잡풀과 담 위에 얹혀진 아름다운 꽃들이 여행객의 눈길을 빼앗는다.
뿌리내릴 틈이 어디있나 싶지만 흙과 돌을 기반으로 만개한 꽃무리의 억센 생명력 놀라워라.^ ^
돌담 올레는 밭농사와 어업을 겸해 살고 있는 우도 주민의 근면성을 가까이서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네.^ ^
검은 현무엄 돌담과 컬러풀한 원색의 지붕에 눈길...
길따라 걷다가 어촌의 삷과 향기를 그대로 머금은 낮고 검은 돌담과 구불불한 골목길을 만났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귀한 풍경앞에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졌다.
쪽빛 하늘을 머리에 인 빨강, 파랑, 초록색의 지붕아래 집과 넓은 마당은 마을을 찾는 객들에게
허물없이 열려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깊어지고... 집주인의 온기와 생기가 느껴진다.
현대의 속도와 저만치 떨어져 있어 보이는... 시간이 고인듯한... 어촌마을의 한나절은
오랜 과거에서 현재까지 응축된 무언가를 만나는 오랜만에 갖는 값진 시간이었다.
도시생활이 너무 지치고 힘들때 잠깐이라도 짬을 내서 자연을 충분히 누려보면 어떨까나...
하우목동향에서 출발~ 서광리 ~ 천진리를 거쳐 걸어왔더니
우리의 목적지인 우도도항의 관문인 동천진동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휴우~
꽃양귀비 군락지를 지나 우도봉 정상을 향해 나아갈수 있을까나...
모나무ㅎ의 황소 고집으로 뜨거운 태양과 맞서 장시간 걸어 힘든 면도 있었지만
걸으면서 구석구석 우도의 진면목을 긴 호흡으로 하나하나 감상한 좋은 시간이었다.
우도의 풍광과 많은 교감을 나누며 기대이상의 만족감을 안겨준 돌담올레를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