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올레 길 안내에서 레스토랑 이름이 우물안 개구리라는 걸 알았을 때 꼭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그 당시에는 그저 이름이 너무 해학적이라 호기심에서 였지만 막상 길건너에서 이 간판을 보았을땐 눈물이 나도록 반가웠다. 너무 너무 배가 고팠으니까. 흑 흑
해물 뚝배기의 맛은 어땟는지 잘 모르겠다. 그당시 내겐 맛에 대해 어쩌구저쩌구 할 여유가 없었으니.. 참 배 고픔 앞에서는 어쩔수없이 속물이 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고 말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부르고 나니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철이르게 피어있는 코스모스도 어찌나 사랑스러워 보이는지..ㅠㅠ
뭍에서는 화분에 심어 베란다에서 고이 고이 가꾸고 있을 이 난을 길을 걷다 마음껏 볼 수있는 호사를 누리다니...
저 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다로 풍덩 빠져들것만 같아서... 걸음을 재촉해본다.
드디어 목장길..
영화에서 보여지는 목장은 늘 낭만적인 사랑이 싹트는 장소였는데..
오늘 내게는 어떤 낭만이 기다리고 있을까 사뭇 기대가 크다...
허걱 목장길을 반도 채 걷지않았는데 낭만은 무슨 개뿔 소리가 절로 난다.
그늘 하나 없는 넓은 잔디가 이렇게 원망스러울수가 없다.
돌아갈 수도 없고 참 난감하기만 하다..
바닷가 돌 밭에서 뒤뚱거리면서 마치 기계처럼 앞만 보고 걷다보니... 미처 바다와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솟대처럼 쇠바지랑대에서 나부끼는 올레싸인 깃발이 해풍에 나부낀다.
바닷가 길이야 외길이지만 그래도 행여 내가 길을 잃지않고 잘 가고 있을까 의심이 들때 나를 안심시켜주는 올레표시가 그래도 늘 반갑다.
드디어 마을 올레길에 들어섰다.
한참동안 사람의 그림자도 못본터라 누군가를 만나면 인사라도 나누고 싶었는데 한낮의 마을엔 고요의 그림자만 가득했다.
허기야 지금은 바쁜 농사철이니 한가하게 마을을 어슬렁거리는 내가 문득 미안해진다.
마을에서 끝났나 했더니 이제 다시 바닷길이다.
다리는 아프고 더위와 갈증에 슬슬 지쳐간다.. ㅠ 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