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파한은 이란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다

아침에 11시까지 늦잠을 잤더니 도미토리에 있던 서양애들은 전부 짐을 싸서 나갔다;; 나도 부랴부랴 밖으로..

(삼성 LG 간판)

(에스파한의 거리 공원 입구)

(바자르 입구)

에스파한은 도시 자체가 워낙 아름답고, 그리 크지 않아서 걸어다녔다

그런데 길을 잘 몰라서 여기저기 헤매게 되었다 ㅡㅡ 그래도 뭐 이란은 안전하니까..

여행객에게 중동이 좋은 점은 이슬람문화권이 도둑질에 매우 엄격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매치기가 잘 없다

게다가 이란의 치안은 매우 좋아서 길거리를 활보해도 별 걱정이 없다.. 길잃으면 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돌아다녔다

(이맘 광장과 이맘 모스크)

사실 목적지는 이곳 이맘 광장 (Imam Square) 였다

알리카푸 궁전, 이맘 모스크, Sheikh Lotfollah 모스크가 있고 그 가운데가 광장인 곳으로 에스파한의 상징이다

Unesco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이곳은 매우 아름다운데, 소풍나온 기분이다

(이맘 광장의 남쪽)

(Sheikh Lotfollah 모스크)

(이맘광장의 이맘 모스크)

원래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운 곳인데.. 아직 사진기가 손에 익기 전인지라 사진이 영 좋지 않다..

이란 사람들은 한가롭게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데, 나는 일단 신선놀음은 제껴놓고 시끌벅적한 영국 패키지 관광객 팀을 따라갔다

그들이 간 곳은 알리 카푸 궁전 (Ali Qapu Palace)으로 이맘광장의 서쪽에 있는 16세기의 궁전이었다

안에는 그닥 볼 것이 없는데.. 패키지 팀 가이드가 뭔가 설명을 하고 있다

짧은 영어로 대충대충 알아들은 바로는 여기는 음악을 연주하던 곳이라고 한다

원래 이슬람 건축물 내부는 음향이 벽에서 튕겨져 나와 메아리가 울리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이 방만은 저 구멍이 음향을 먹어서 음악의 잔상이 남는 것을 막아준다나?? 뭐 대충 그런 내용이었던 듯..

(알리카푸 궁전에서 본 Sheikh Lotfollah 모스크)

모스크와 궁전은 서로 반대방향에 위치하고 있다.. 이맘광장의 동쪽과 서쪽

(공사중인 알리 카푸 궁전)

(Sheikh Lotfollah 모스크 내부)

Sheikh Lotfollah 모스크의 내부는 매우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는데..

이때는 몰랐으나 나중에 시리아나 이집트의 모스크를 보니 정말 이란과 아랍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양식의 모스크와 장식은 페르시아 계열의 것으로 이란과 중앙아시아 지역의 양식인 듯 하다

(이맘 모스크 내부)

이맘 모스크의 내부는 페르시아스러운 색깔로 꾸며져 있었는데..

모스크가 언제나 그렇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ㅡㅡ.. 어찌보면 교회와 모스크의 가장 큰 차이일지도..

기독교의 성화나 성상은 이슬람교 입장에서는 전부 우상에 불과하기 때문에 모스크 내부는 텅 비어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맘 모스크에 들어온 여성 무슬림들)

이슬람권에서 여성을 사진찍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특히 외국인 남성의 경우에.. 즉, 이는 도촬이다 ㅡㅡ

(에스파한의 자메모스크)

이맘 광장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데, 웬 아저씨가 말을 건다

한국사람이랬더니 드라마 이야기를 꺼낸다 <대장금><해신><주몽>이 히트를 쳤다나!!

특히 요새는 주몽이 대세인데, 한창 방송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부여랑 한나라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사람이 끼어든다.. 굉장히 영어를 잘하는 아저씨였는데

알고보니 모스크 바로 옆 기념품가게 겸 서점 주인이었다 ㅡㅡ

아무튼 혼자 외국인이 멍청하게 앉아있으니 불쌍해보였는지 와서 말을 걸어주고 수다를 떨게 되었다

평소에 한국인이 많이 오냐 난 하나도 못봤다고 하자 아저씨는 2월에는 꽤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개 유럽관광객이 대세이고 동양인은 태국인(?!)이 의외로 많이 온다고 한다..

그런데 태국인에는 게이가 많다면서 옛날에 한 태국인 게이 관광객이 자기한테 와서 성희롱적 발언을 했던 얘기를 한다

(이란 남자들 진짜 잘생기긴 햇다 ㅡㅡ)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저씨가 이란이 좋냐고 물어봐서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여행객한테는 좋지만 이란 사람이 살기에는 힘든 곳이라면서 자기는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정부욕을 시작하는데.. 굉장히 의외였다..

난 아마드네자드 대통령이 엄청 인기가 높은 줄만 알았고, 이란 사람들은 이슬람 아래 단결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아마드네자드 현 정부를 엄청 싫어하고, 강압적인 이슬람 통치도 별로 반기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어찌보면 현 정부는 반미, 반 이스라엘 정서가 정부에 대한 불만보다 훨씬 강력하기에 유지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아무튼 그러더니 아저씨는 스위스 여자와 6개월 뒤 결혼을 해서 스위스에 가서 살 것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진짜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지역 사람들은 그냥 한번 핸드폰 사진 찍은 외국인일지라도

금새 여자친구로 둔갑시키기 때문에;; 지금은 진짜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ㅡㅡ;;

아무튼 외국인 친구 (특히 애인) 있는 것이 약간 자랑시되는 풍조랄까??

중간에 일본인을 상대로 한 이란 가이드 씨나 다른 가게 아저씨들도 와서 끼어들었다

한 1시간 가량 수다를 떨고 나는 다시 시내관광에 나섰다.. 일단 자메모스크로 갔다

(시오세폴 다리 Si-o-seh Bridge)

완전 동선을 잘못 짰는데.. 아무튼 자메모스크를 보고는 아름답다는 에스파한의 다리를 보러갔다

유명한 시오세폴 다리는 33개의 아치로 이루어져 있고, 주위에는 찻집이 많다

찻집에서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일행하나 없이 혼자 궁상떨기는 싫어서 그냥 들어가지 않았다

다시 길을 걷는데 이란항공 지점이 보여서 들어가서 마지막으로 항공권을 물어봤다

그랬더니 11일날에는 비행기가 있다고 한다.. 원래 16일까지 있을 예정이었는데 ㅡㅡ;;

여기서 선택을 해야했다.. 11일날 쫓겨 나갈 것이냐.. 여유있게 육로로 돌아갈 것이냐..

하지만 육로로 가면 여행 후반부 일정이 너무 꼬일 것만 같아서 결국 항공권을 사버렸다 ㅠㅠ (210$)

이래저래 시간을 보냈더니 밤이 되었다.. 야경을 보러 다시 이맘 광장으로 향했다

(이맘 광장의 야경)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옆에 있던 이란 애가 말을 걸더니 먹고 있던 오렌지 반쪽을 나눠준다 -_-;;

자기를 아흐마드(또 아흐마드 ㅡㅡ)라고 소개한 이 이란 아이는 거의 영어를 못했다.

"에스파한 굿?" "굿" 같은 고유명사 위주의 대화를 하고 있는데 "카쥬 브릿지"가 아름답다면서 가봤냐고 묻는다

안가봤다고 했더니 다리가 예쁘다면서 자기가 오토바이로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이상한 곳으로 갈까봐 꽤 긴장하고 타고 가는데 아무 문제없이 제대로 데려다주었다;

(카쥬 브릿지 Khaju Bridge)

카쥬 브릿지는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다.. 고마워라 ㅠㅠ

아흐마드가 오토바이로 다시 이맘광장으로 태워다 줬다. 선물 같은 거라도 챙겨왔어야 되는데.. 아무것도 가져간게 없었다

아흐마드는 한국 돈을 기념으로 같고 싶어했는데;; 1000원짜리 한장 없어서 미안하게 그냥 보내버렸다 ㅠㅠ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계산을 해보니 11일날 이란에서 나가려면 정말 서둘러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도 핵심은 둘러보고 가야지.. 란 생각에 결국 이란 여행이 아니라 이란 관광을 하게 되었다 ㅠㅠ